더 두려운 건, 지금 도전하지 않는다면 다음 도전도 없다는 거예요.
내 안의 두려움을 넘어 훌쩍 모험을 떠난 여자들의 이야기로 내 안의 불씨를 지피 우고 모험의 용기를 나눕니다.
2023년 올해의 첫 게스트는, 250km 사막마라톤을 달리고 아이슬란드와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등 대자연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탐구하며 한계에 도전하는 아웃도어 모험가, 채울입니다. @_whereismypizza
경계로부터의 해방,
'경계'를 넘어 낯선 세계로 도전에 나서기까지
안녕하세요?
오늘 함께 이야기 나눌 연사 김채울입니다.
시작에 앞서서 간략하게 제 소개를 드리자면요, 저는 산과 여행을 좋아하는 모험가예요.
2015년도에 철인 3종 경기에 입문하면서 사막 마라톤, 아이슬란드 종단, 알프스 등반 등 다양한 활동들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활동들이 모두 아웃도어 관련된 것들이라서 대부분 이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는 이야기를 많이 해왔었는데요.
오늘은 제가 해온 경험들을 공유하는 것보다 지금까지 살아온 타임라인을 시작으로 어떻게 계속해서 울타리 밖의 세상에 도전해 왔는지 그리고 그 과정을 거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저는 인문계가 아닌 특성화고, 그러니까 상업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우연히 복도 게시판에 선취업 후진학에 대한 내용이 있더라고요.
이전까지는 당연하게 인문계 고등학교를 진학해서 수능을 보고 대학을 가야 된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거 말고 다른 방식이 있을 거라고 처음 알게 되었어요.
이때를 시발점으로 해서 나도 다른 방식으로 내가 원하는 길을 가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요. 그때 친구들은 모두 인문계를 진학했는데 저는 상업고등학교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게 아닌데 당시에는 주변의 반대도 엄청 심했고 또 스스로도 고민이 엄청 많이 됐었어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언니랑 둘이 자취를 했었는데 소위 말하는 나쁜 길로 빠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제 스스로도 많이 하기도 했고 그거에 대한 두려움이 정말 많이 있었어요.
하지만 고민 끝에 용기를 냈고, 제가 선택한 첫 번째 결정을 이행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김채울의 인생이라는 도화지에 제가 직접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이후에 순탄하게 고등학교 생활도 하고, 취업도 하고, 또 선취업 후진학 제도를 활용해서 주경야독을 하며 대학도 다니게 되었어요. 물론 말이 순탄한 거지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뭔가 나는 할 수 있다는 그 마음, 정신력 하나로 하나둘씩 성취해 나가곤 했었던 것 같습니다.
또래 친구들은 고3 때 수능 보고 대학 가고 졸업한 뒤에 회사 생활을 시작했는데 저는 19살이라는 나이에 입사를 했고, 23살의 나이에 대학에 입학하면서 조금은 다른 삶을 살기 시작했습니다.
위에 세 칸이 제가 회사랑 대학 다닐 때의 사진들이고요, 아래 세 개가 회사 다니면서 다양한 도전을 했던 사진들입니다. 아랫줄 맨 왼쪽 사진을 보시면 사하라 사막 마라톤 완주 사진이 있는데 이게 제 본격적인 도전의 시작이었어요.
그리고 2019년도에 퇴사를 했습니다.
앞서 보여드렸던 활동들이 제 나름대로 경계선 밖으로 나가기 위한 활동들이었고, 노력을 되게 많이 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이때 이 퇴사를 하는 순간이 경계선 밖으로 나서기 위해 가장 많이 노력하고 가장 두려워했던 그런 순간인 것 같아요.
생각해 보니까 저는 단 한 번도
울타리가 없었던 적이 없더라고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를 진학할 때는 사실 단순히 인문계냐 상업계냐 선택하는 문제였지 어찌 되었든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았고 취업할 때도 고3 때 공채 지원을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19살 때부터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에는 이미 회사라는 경계선 안에 있는 사람이었던 거예요.
퇴사하는 순간까지 저는 단 한 번도 울타리 밖에 있었던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는 걸 이때 처음 깨달았어요.
그걸 깨닫고 퇴사를 하려고 하니까 못하겠더라고요.
퇴사를 한 3년 정도 고민했고 정말 오랫동안 준비해 왔는데도 막상 퇴사하려니까
"나 이러다가 후회하는 거 아닌가? 이러다가 나중에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인데 길거리에 나앉는 거 아닌가?"
온갖 생각을 다 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꿈이 있어서 그 꿈으로 두려움을 극복해 냈던 것 같습니다.
높은 연봉과 좋은 복지 그리고 안정적인 직장을 퇴사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정말 분명히 있었지만 꿈이 경계선 밖의 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큰 원동력이 되어 주더라고요.
제게 그 꿈은 '세계일주' 였어요. 저는 세계 일주를 정말 오랫동안 준비해 왔어요.
그걸 위해서 차도 팔았고요. 10년 넘은 자취방도 처분하고 친구들 불러서 개러지 세일을 열 정도로 모든 짐을 다 처분했었어요. 저는 빨리 돌아와도 5년 후에나 돌아올 거고 웬만하면 그냥 해외에 정착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정말 모든 걸 다 처분하고 3개월 동안 친구들 몇백 명을 만나면서 작별 인사를 하고 그렇게 떠났어요.
그런데 여기서 또 엄청난 문제가 발생을 했어요. 바로 코로나였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괜찮았거든요. 다들 이러다가 몇 달 안에 괜찮아질 거다 혹은 백신이 금방 나올 거니 걱정 안 해도 된다 이런 분위기가 대다수였고 저 역시도 크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기 때문에 되게 가벼운 마음으로 나갔던 것 같아요.
처음에 호주랑 뉴질랜드 여행을 먼저 했었는데, 그때까지는 약간 불안한데 괜찮은 정도로 여행을 했지만 점점 더 심해지는 거예요. 처음에는 몇십 명이었던 확진자 수가 몇 백 명, 몇천 명, 그리고 몇만 명으로 넘어가니까 이거 가벼운 문제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 세계 일주의 첫 번째 프로젝트가 미국의 이제 3대 트레일 중에 하나인 피시티를 중단하는 거였는데요. 코로나가 너무 심해지면서 트레일이 통제되기도 했고, 마을 사람들이 제발 오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는 걸 보면서 내가 가겠다고 하는 거는 욕심이 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5년을 계획하고 떠났던 세계 일주를 정확히 한 달 만에 끝내고 돌아오게 됐습니다.
귀국하고 나서 정말 많이 우울해했고 좌절감도 엄청 많이 들었어요.
사실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데, 그때 제가 미국에서 일주일 동안 게스트하우스 침대에 쭈그려 앉아서 일주일 내내 울었어요. 도무지 어떻게 할지를 모르겠더라고요.
퇴사도 했고, 차도 팔고 집도 다 처분하고 이러고 왔는데 코로나라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변수가 나를 가로막아버리니까 패닉에 빠지게 되더라고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를 지켜주는 그 어떤 울타리도 없는 세상으로,
온전한 경계선 밖의 세상으로 나왔던 건데
그 첫 번째 시도가 코로나라는 엄청난 벽으로 인해서 막혀버리니까
좌절감이 정말 컸던 것 같아요.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거에 대한 무기력함과 무능력함을 느꼈고, 처음으로 큰 실패를 경험한 순간이었어요. 그래서 한동안은 의욕도 사라지고 여행 욕구도 없어져서 더 이상 도전도 여행도 하기 싫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가 한국에 있는 동안 뭐라도 재미있는 거 하고 코로나 끝나면 다시 나가자 이 생각을 하면서 암벽 등반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암벽 등반은 제 인생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였어요.
북한산을 가면은 항상 인수봉에 개미처럼 조그맣게 보이는 게 뭘까 하고 궁금했었는데, 그게 알고 보니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되고 꼭 한번 나도 인수봉에 올라봐야지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이참에 암벽 등반을 해봐야겠다 하면서 등산학교를 통해서 암벽 등반을 배우게 되었고요. 이 암벽 등반이 결국에는 제 인생의 완전히 새로운 터닝 포인트가 되어 줬어요.
암벽 등반을 배우면서 제가 여태까지 세워놨던 인생 계획들의 상당수가 바뀌게 되었고요.
암벽 등반이 너무 재미있어서 코로나로 인해 조기 복귀했던 거에 대한 좌절감과 우울감 같은 것들이 모두 사라지게 되었어요.
그게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결국에는 또 다른 도전을 통해서 기존의 실패를 극복할 수 있구나 하고요.
암벽 등반이라는 새로운 세상에 들어간 후로 다시 열정과 의지가 생겨나서 도전할 수 있게 되었고요.
그러면서 이제 바이크 전국 일주라든지 백두대간 단독 종주 아니면 태국 등반, 히말라야 evc 트레킹 같은 걸 했고, 가장 최근에는 알프스 일대를 등반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아웃도어 활동을 하고 세계 어디에서든 일을 할 수 있고, 또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으면서 여행을 할 수 있단 건 제가 생각하기에 결국 제가 지금까지 꾸준히 경계선을 벗어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그리고 그 노력으로 얻은 아웃풋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지금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지만 브랜드로부터 지원을 받으면서 여행을 다니는 부분들도 있거든요.
제가 만약에 퇴사를 하지 않았고 이런 도전들을 계속 이행해 오지 않았었더라면 결코 얻을 수 없었던 거라고 생각해서 스스로 되게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이런 도전들을 했을 때 두려운 게 없었던 건 결코 아니에요.
제 주변 사람들한테 정말 많이 듣는 이야기가
너는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계속 도전을 하니?
너는 도전을 할 때 두렵지 않니?
그런 얘기들을 정말 많이 물어보세요.
저도 매번 도전을 할 때마다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 두려움은 정말 다양한 곳에서 와요.
가령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요.
전 아무래도 몸을 쓰는 도전을 많이 하다 보니까
다치는 거, 부상에 대한 두려움이 정말 많이 있습니다.
특히 저는 십자인대 파열이 있어서 무릎을 또 다칠까 봐 그거에 대한 두려움도 엄청 많고요,
예전엔 한동안 악플에 시달렸었거든요. 사막마라톤 갔을 때 언론에 이슈가 많이 됐었는데 팔자 좋다는 식으로 악플이 달려서 어린 마음에 또 상처받고 나 이제 도전 같은 거 안 해, 그랬던 적도 있고요.
비용 문제는 말할 것도 없어요. 돈이 엄청 많이 들기 때문에 그런 문제도 있고 이래저래 두려움도 많고 걱정도 많고 항상 부딪히는 것들이 많은데 이 두려움과 걱정들을 그냥 딱 한 가지로 극복하는 것 같아요.
도전은 또 다른 도전을 향한 디딤돌이란 생각 하나로요.
어떻게 보면 교과서적인 대답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저는 이 생각을 하면서 계속 도전해 왔고요.
제가 해왔던 모든 도전들은 항상 다른 도전을 향한 디딤돌이 되었어요.
앞서 제가 보여드렸던 그런 일련의 모든 도전들 그런 것들이 결코 그 앞의 경험들이 선행되지 않았으면 도전하지 못했던 그런 것들이거든요.
예를 들면 제가 만약에 특성화 고등학교를 입학하지 않았다면 저는 공기업에 입사할 일도 없었을 거고요. 제가 공기업에 입사하지 않았으면 철인 3종도 안 나갔을 거고 사하라 사막 마라톤도 안 나갔을 거예요.
왜냐하면 저는 철인 3종을 회사에서 처음 알았거든요. 그러면서 사마라톤을 통해서 아이슬란드 종단 그리고 퇴사 후 세계 일주, 클라이밍, 백두대간 알프스 이렇게 나비 효과처럼 하나씩 일어났어요.
도전이 결국 다음 도전을 향한 디딤돌이라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조금 더 다른 도전을 할 수 있게 되고 마음 편하게 뛰쳐나갈 수 있는 준비가 되는 것 같아요.
오늘 주제가 경계선으로부터의 해방이라고 알려드렸는데요.
경계선을 벗어나는 것이
곧 도전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오늘 집단 혹은 보편적인 사회 제도에서 벗어난 삶에 대해서 이야기했지만 그것 말고도 경계선은 정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가령 내가 혼자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하면 그 혼자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 자체에 대한 경계선을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것도 결국 도전하는 거잖아요.
사막 마라톤, 철인 3종 경기 이런 것만 도전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어렵다고 생각하는 걸 하는 것 자체가 도전이라고 생각해요.
본인에게 낯선 분야나 행동 그런 것들을 조금씩 시도해 보시면 그게 곧 연습이자 훈련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실 제가 매번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내가 생각보다 훨씬 강하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아요.
작년에 알프스 등반을 갔을 때도 정말 너무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는데요.
25시간 동안 등반을 하고 기진맥진해서 겨우 겨우 캠프에 돌아왔던 적이 있어요. 그때 사실 저는 제가 못 돌아올 거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 못 갈 거라 생각하고 그냥 알프스에 나를 묻어야겠다 이 생각을 했어요.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하는데 그때 정말 너무 힘들었고 더 이상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결국 제가 이겨냈고 돌아왔어요.
스스로 용기를 냈고 제가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는 걸 깨달았죠.
끝으로 저의 경험처럼 여러분들도 충분히 강하고 용기를 낼 수 있으니 혹여나 도전을 하고 싶어 하는 것들이 있다면 실천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모험하는 여성들의 아웃도어 커뮤니티, Women's Basecamp(WBC)는 여성들에게도 야성이 있다고 믿습니다. 모험의 경험이 조금 필요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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