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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 Lee Apr 12. 2024

[작별인사]

김영하 장편소설 / 복복서가 / 2022

소설의 내용, 서사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책을 덮으면서

여전히 내 안에 "그리움과 비슷한 어떤 감정"이 사그라들지 않는 것을 보면, 몇 개월 간 급박하게 전개된 혼돈과 아수라 속에서 17년 하고도 6개월을 일했던 전(前) 직장, 그리고 동료들과 작별인사를 제대로 나누지 못한 채 난해한 상황 속에 어정쩡하게 던져져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나의 이직통(痛)은 진행형이지만, 지금처럼 살아남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해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p.83  "자기가 누구인지 잘못 알고 있다가 그 착각이 깨지는 것, 그게 성장이라고 하던데?"


p.99  "넌 내가 지금까지 만난 그 어떤 인간보다도 훌륭하고, 그 어떤 인간보다도 온전해. 우리는 의식을 가진 존재로 태어났어. 민이 네가 인간이든 기계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수억 년간 잠들어 있던 우주의 먼지가 어쩌다 잠시 특별한 방식으로 결합해 의식을 얻게 되었고, 이 우주와 자신의 기원을 의식하게 된 거야. 우리가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 잠깐을 이렇게 허투루 보낼 수는 없어. 민아, 너는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것들을 다 보고 느끼게 될 거야. 걱정하지 마." 


p.100  그러므로 의식이 살아 있는 지금, 각성하여 살아내야 한다고 했다.


pp.111-112  나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수용소 쪽을 돌아보며 조금 머뭇거렸는데, 이렇게 말하는 게 지금도 잘 납득이 안되지만, 분명 그리움과 비슷한 어떤 감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수용소는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 나는 살아남았고, 살아남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조금이라도 편하고 안전하게 지내기 위해 날마다 소소한 노력들을 했고, 작고 불안정하지만 내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곳도 있었다. 거기 들인 노력과 시간을 버리고 떠난다는 게 조금은 갑작스럽고 아쉬웠던 것 같다. 다시 낯선 환경에 던져지고 보니 그저 익숙한 것이 더 나아 보였을 수도 있다.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꼭 좋았던 무언가를 향한 것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그저 익숙한 무언가를 되찾고 싶은 마음일 수 있다. 수용소를 돌아보던 그 마지막 순간에 마음속에 떠오른 생각은 그런 것들이었다. 


p.150  살면서 기쁜 순간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괴로움에 시달리거나 혹시 찾아올지도 모를 잠깐의 기쁜 순간을 한없이 갈망하며 보냅니다. 갈망, 그것도 고통입니다. 그리고 삶의 후반부는 다가올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으로 보내게 되고, 죽음은 잊지 않고 생명체를 찾아옵니다.


p.276  생의 유한성이라는 배음이 깔려 있지 않다면 감동도 감흥도 없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생이 한 번뿐이기 때문에 인간들에게는 모든 것이 절실했던 것이다.


p.281  "너도 민이를 기억하고, 나도 민이를 기억하지. 민이는 그렇게 우리 기억 속에서 살아 있으면 돼. 억지로 다시 만들 필요는 없어. 그런데 너 그거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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