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는 키도, 힘도, 모든 면에서 태산처럼 큰 존재를 실감하게 했었던 나의 아빠, 나의 슈퍼맨.
지금도 많은 면에서 젊은 자식보다도 지식이 넓고 깊으며, 심지어 빠른 시간에 바뀌는 기계 문명까지도 '얼리어댑터'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발빠른 정보력을 자랑하는 멋진 사람.
언제까지고 변함없이 나의 든든한 보호막이 되어줄 것처럼 보였는데,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는 세월이 흘러가며 보이는 어쩔 수 없는 그 부분들이 나를 굉장히 슬프게, 그리고 불안하게 한다.
세월이 깊게 파인 주름을 어느 순간 너무나도 선명하게 내가 인식하게 되었을 때.
건강 빼면 시체였는데, 사소한 사레기침 하나로 너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볼 때.
이제는 자식인 내가 무거운 것을 더 아무렇지도 않게 들게 되었을 때.
그럴 때 가끔 나의 슈퍼맨은 내가 불안해지기도 전에 머쓱해 하거나, 씁쓸해 하는데 사실 그런 모습이 나를 더 슬프게 하기도 한다.
자식의 슈퍼맨이기 이전에 평범한 한 사람이고 가장이기에 언제까지고 강할 수만은 없기에
오 나의 슈퍼맨,
작아질 필요 없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은 나에게 에베레스트보다도 큰 존재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