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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연 Jan 20. 2021

#9. 첫인상? 아니, 첫 사이!

우리는 모두 어떤 사람과 만나고 일정 기간이 지나서 친밀감이 쌓이게 되면 으레 서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장담하건대, 이 질문을 안 던져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있잖아, 나 처음 만났을 때 내 첫인상 어땠어?


누군가는 지금의 인상이 바로 첫인상과 같았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고, 누군가는 정반대였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며, 누군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소리도 들을 테다.


그러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는 시간이 지난 후에 처음을 뒤돌아보며 너와 나의 사이가 시작되었을 때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인상을 남겼었는지 궁금해하면서도, 처음으로부터 특정 시간이 지난 우리의 관계가 과연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사이를 벗어났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예를 들어, 나는 스물세 살이라는 나이에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며 올해로 딱 서른셋이 되었다. 사회생활 11년 차에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속해 있는 조직도 세 번 바뀌었다 (뉴욕에서 한국으로, 매니지먼트사에서 음반사로).

 

신기한 것은 상대도 나도, 우리가 처음 만난 그 시기로 서로를 대하며 이는 시간이 얼마가 지나든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스물셋에 만난 하늘 같았던 선배는 더 이상 같은 직장이 아니어도 호칭이 '선배님'이다. 같은 친정을 가지고 돌고 돌아 이제는 같은 공간 옆 사무실에 있는 동기는, 나보다 나이는 많지만 항상 나이를 까먹게 되며 호칭은 친구처럼 이름을 부르며 반존대를 한다 (오빠라고 할 순 없잖아?라고 하니 제발 그러지 말라고 했다!).


이전 회사에서 내 마지막 사수였던 팀장님은 이제 한 부서의 실장님이 되셨고, 그때는 같은 회사  지금은 거래처의 입장으로 만나는 사이이지만 나는 아직도 실장님을 팀장님으로 부르며 여전히 그를 어려워한다. 되려 같은 조직원이었다가 거래처로 만나게 되어 어색하기도 했다.


친정에서 만났던 두 눈이 반짝였던 아이는 그때나 지금이나 키가 훤칠하지만 여전히 나를 어려워한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누차 얘기하지만, 15세에 나를 관리자로 만났던 그 아이에게는 마치 스물셋의 내가 하늘 같은 선배를 어려워했던 것과 같은 마음이 작용하는 듯했다.


사람의 인상은 60번쯤 만나다 보면 바뀔 수도 있다고 하는데, 관계의 첫 사이에서 만난 두 사람의 마음이 어떤 관계이냐에 상관없이 편해지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궁금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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