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필리버스터!
우리 정치가 이렇게나 국민들의 '호의적인'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었을까요? 2/23일부터 3/2일까지 약 9일간(192시간 26분) 진행된 필리버스터말입니다.
연일 각 포탈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싹쓸이하고, '마리텔'을 위협하는 '마국텔'이 등장하고,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의원의 후원계좌로 후원금이 쏟아지고, 시민들이 너도나도 국회로 달려갔습니다.
우리 정치가 정쟁으로 얼룩질 때마다 들었던 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이번 필리버스터 또한, '테러방지법'을 둘러싼 여당과 야당간의 '정쟁'의 과정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유독 이번만큼은, '다 똑같은 놈들'이라는 비난을 들을 수 없었던 걸까요?
이번 필리버스터는 시작부터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고, 그래서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고 의원들의 발언을 들었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듣다보니, '테러방지법'에 숨겨진 위험성을 알게 되었고, 테러방지법을 반대하는, 지금까지 그토록 싫어했던 그 '싸움'에 열광하게 된 것입니다.
'테러방지법'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조항들을 가지고 있는지 국민들은 비로소 알게 되었고, '둘 다 나쁜 놈'이 아니라, '이 법을 막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우리(국민)의 편'이라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이, 이 필리버스터를 근래에 보기드문 유쾌한 '정치축제의 장'로 만들 수 있었던 것입니다.
둘이 싸운다고 해서, '둘 다 나쁜 놈'으로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둘 다 총을 들고 싸운다고 해서 1980년 광주의 공수부대와 시민군이 '둘 다 나쁜 놈'일 수 없습니다. 일본 제국주의 군대와 독립군이 '둘 다 나쁜 놈'일 수 없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좋은 놈'이 분명히 있습니다. 정치란 어차피 '정쟁'의 연속일 수밖에 없습니다. 선거법 개정으로 싸우고, THAAD로 싸우고, 개성공단 때문에 싸우고, '노동개혁(?)-(개혁인지 개악인지 몰라 이렇게 표현합니다)' 때문에 싸우고. 이럴 때마다 부탁이 있습니다. 관심을 가지셔서, '좋은 놈'들을 찾아내주십시오.
이제 4월이면 국회의원 선거입니다. 싸운다고 해서 '다 똑같은 놈'으로 생각지 마시고, '좋은 놈'들만 살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우리 정치, 유쾌하고 시원하게 바뀔 수 있습니다. 우리들의 관심으로, '좋은 놈'만 살아남는다면요. 좋은 놈만 뽑아서, 좋은 정치 만들고, 좋은 나라 만들어 봅시다. 어려운게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