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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옆집작가 Apr 21. 2019

내려놓는다는 것

모순 같은 말이지만 좋아할수록 마음을 비워야 한다.  


[부모와 자식]

 자식에 대한 강한 애착은 아이를 사랑하는 하나의 표현방식이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갓난아기 때부터 누구보다도 잘 키우겠다고 다짐하며 애지중지 키워서 일까 아이에게만큼은 강한 애착이 실린다. 그리고 잘되기를 바란다. 그러다 보니 종종 아이에게 상처를 줄 때가 많다. 인생을 살아본 선배로서 그에게 그 길이 잘못되었다고 말을 하지만 아이는 듣지 않는다. 그럴 때면 목소리는 날카로워지고 신경은 곤두선다. 그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아이는 그런 맘을 잘 모르는지 씩씩대며 방문을 꽝하고 닫는다. 가슴이 쓰라리며 담담하다. 아이가 미워지지만 그래도 내 자식인 걸 하는 심정으로 방문을 조용히 닫고 내일 출근하기 위해 가방을 정리한다.  


[연인]

그가 말을 듣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제멋대로이다. 말을 듣지도 않고 도리어 화를 낸다. 그럴 때면 우리가 뜨거웠던 지난 1년의 시간이 그리워진다. 그는 작년 봄날, 카톡을 하면 바로 답장을 주는 이었다. 늘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를 걱정해주었다. 한 번은 홍대 경의선 숲길을 걷던 중 벤치에 앉는 일이 있었다. 의자에 앉으려던 찰나에 그는 손수건 한 장을 건네주었다. 그가 준 손수건 위에 살며시 앉아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 내가 하자고 하면 했고 내가 가자고 하면 갔던 그의 모습이 그립다. 그때는 그랬다. 그의 사랑이 식어버린 걸까 하는 생각이 요즘 부쩍 든다.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며 섭섭해진다. 내 말이라면 언제나 긍정 신호를 보냈던 그에게 나는 점점 멀어진다. 


[자식과 부모]

 어머니가 오늘도 물건을 사셨다. 사지 말라고 말을 하여도 듣지 않으신다. 이번 달 할부만 해도 버겁고 부담스럽다. 경제활동을 그만두시고 집안 살림도 하지 않으신 이후로 부쩍 그곳을 자주 찾으신다. 두 손 한가득 물건을 들고 오실 때면 목소리부터 커진다. 어머니는 왜 그런 곳을 가시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 장사를 30년 넘게 하셔서 누구보다도 사람을 잘 아시는 분인데. 점점 어머니의 소비 행위가 나를 절벽 끝으로 몰아세우는 것 같아 화가 난다. 



 내가 바라는 그의 모습과 그의 실제 행동이 다르면 우리는 짜증이 난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조차 상처를 줄 때가 많다. 그 사람을 깊이 생각하는 마음에 올바른 방향을 일러주지만 그는 전혀 듣지 않고 나를 불편하게 한다. 골이 깊어져 어느 순간, 체념을 하게 되고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상대에 대한 집착, 내가 바라는 대로 행동하기를 기대하는 마음속에서 우리의 말투는 ‘해줄 수 있니?’에서 ‘해라.’로 바뀌어 있었다. ‘해줄 수 있니?’는 그의 의사를 묻는 표현이면서 동시에 그에게는 존중감을 지켜줄 신호이다. ‘해라.’는 나의 의사만 반영되어 있는 강한 어조이다. 그의 공간은 '해라' 속에 전형 없다. '해라'는 주로 친숙한 사람, 오랫동안 봐온 사람 그리고 '해라'를 사용해도 상처를 받지 않을 사람에게 종종 사용한다. 하지만 그의 공간을 허락하지 않은 어휘에서 상대방은 상처를 받는다. 



 비록 오랜 기간 보아온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힘들더라도 이전의 ‘해줄 수 있니?’로 다시 돌아가 보자. 그에 대한 강한 사랑이 때론 강한 어조를 만들 때가 있는데 나의 강한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약한 어조로 말을 해야 할 때가 있다. 나의 그에 대한 마음을 비우고 ‘그’라는 인격체만을 떠올리자. 



집착을 버리면 사랑이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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