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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옆집작가 Apr 22. 2019

남편이 된다는 것


 여성의 출산과 육아의 고통에 대해 알게 되었다. 


어제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을 둔 어머니와 육아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분을 통해 육아에 대해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남편으로서 아내에게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할 수 있었다.


 여성에게 있어 아이를 가진다는 것은 실로 위대한 일이다. 이 일이 위대한 이유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보다 약하고 작은 존재를 위해 온 힘을 쏟기 때문이다. 


우리는 본성 상 약한 사람을 억누르고 지배하려고 한다. 우리의 DNA느 이기적 유전자로 수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소외된 사람을 돌보고 낮은 자를 높이는 사람에게 우리는 윤리적 감동을 받는다. 예수, 부처, 공자의 경구를 찬찬히 들여다보며 우리는 그들로부터 깊은 마음의 안식을 얻는다. 가까운 시간대에서는 간디와 마더 테레사, 마틴 루터 킹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반면 일상 속에서도 이러한 감동을 느끼기에 충분한 대상이 있다. 나는 그분들을 어머니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여성에게 있어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경제적인 손실을 감수하겠다는 의미이다. 여성들의 경우, 출산 및 양육을 하는 과정에서 경력이 단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울 때, 아이에게 들어가는 비용 역시 가정 경제에서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돈만을 생각한다면 아이를 가지는 것은 한 사람 그리고 한 가정에 큰 손실이다. 그래서 또래 여자 사람 친구들에게 결혼과 육아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 부정적이다. 혹은 오랜기간 유예하고 싶어한다. 물론 이는 남성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주체적인 삶, 일 지향적 삶을 지향하는 현대인들에게 결혼과 육아는 불필요한 장식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또한 아이를 가지면 하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새로운 탄생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과 양육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조심스러웠다. 산모는 아이에게 해가 되는 음식은 먹지 않는다. 담배, 술, 커피는 기본적으로 삼가며 감기약을 먹을 때도 조심스럽다. 자신이 좋아했던 햄버거, 피자 같은 자극적인 음식도 줄인다. 임산부는 야외 활동도 지양한다. 미세먼지 공화국이 된 대한민국에서는 더욱 외출이 조심스러워진다. 자신을 위한 사회인으로서의 자아실현도 뒤로 한 채 산모는 모든 의사결정을 아이에게 맞춘다.  


 아이를 낳는 과정 역시 만만치 않다. 자연분만을 하게 되면 산모는 극심한 고통을 느낀다. 근육이 찢어지는 고통을 참으며 자신의 아이를 낳는다. 세상에서 태어나 처음 느끼는 정말 무섭고도 아픈 고통을 말이다. 이 고통은 미리 예고된 고통이면서 동시에 여성이 물리적으로 느낄 수 있는 매우 아픈 고통이다. 그리고 그 길을 엄마는 스스로 선택한다. 


 출산 후에도 엄마는 제대로 쉴 수 없다. 몸이 붓고 온 몸의 근육이 풀어진 상태이지만 아이를 돌보아야 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 어린 아기와 24시간 삶을 공유한다. 엄마는 정신적으로 지칠 수밖에 없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외로울 것이고 심심할 것이다. 밤에도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 갓난아기는 자주 밥을 먹는다고 한다. 밤에도 잠이 깨어 아기는 밥을 달라는 시그널을 보낸다. 그럴때면 피곤 가득하지만 엄마는 모유나 분유를 주어 아이를 달랜다. 


 갓난아기를 데리고 밖을 나가기도 부담스럽다. 출산 후, 1년 가까이 집 밖에 나가기 힘들다고 한다. 

현대인이 지닌 속성 중 하나는 자유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자유의지를 가지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종족이 현대인이다. 그런 현대인의 삶이 출산으로 인해 후퇴하여 자식만 돌보는 사람이 되는 순간, 그분의 표현을 빌면 동물(포유류)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자존감이 낮아진다고 한다. 낮은 자존감은 작은 일에도 신경을 곤두서게 하며 작은 사건에도 스트레스를 받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가진다는 것은 엄청난 축복이자 행복이라고 그분은 일러주셨다. 경험해보지 못한 고통(위의 내용들)도 함께하지만 그만큼 행복감이 아이와 함께 채워진다고 하셨다.


 그리고 육아와 출산을 한 아내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사람은 남편이라고 말씀해주셨다. 남편이 어떻게 처신을 하느냐에 따라 아내가 전혀 달라질 수 있다고 말이다. 


출산을 통해 아내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아이에게 쏟는다. 그리고 출산 후에는 말을 하지 못하고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자신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에게 모든 힘과 열정을 쏟는다. 그렇기 때문에 남편은 그녀의 기분과 감정을 조금이라도 더 헤아리고자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녀의 수고스러움을 남자는 경험해보지 않아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이로 인해 갈등이 생길 수도 있지만 트러블이 발생하기 전에 한 번쯤 생각해보자. 직장 일보다 육아가 배는 더 힘들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갑자기 화를 낼 때도 있고 기분이 다운되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이 볼 수 없는 곳에서 수고를 하고 있다. 아이를 위해 말이다. 그리고 자신의 에너지를 많은 부분 아기에게 사용했기 때문에 다른 이들의 말과 행동에 금방 지칠 수 있다. 그녀의 마음을 조금 더 헤아리고 소소한 일상을 함께한다면 그녀는 조만간 금방 회복될 것이다. 출산과 육아로 지친 그녀를 남편은 배려하고 보듬으며 함께 나아가야 한다.


 인류 탄생 이래 수 없이 많은 출산이 이루어져서 사람들이 양육과 출산을 너무 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사소하다고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다. 출산은 위대하고 아이를 기르는 어머니들 역시 정말 위대하다. 자신의 것을 버리고 누군가를 위해 사는 일은 자신의 것을 지켜 놀라운 업적을 쌓은 위인 못지않은 위대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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