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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옆집작가 Apr 27. 2019

배려란 무엇일까

 음력과 양력이 공존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가끔 음력 생일로 곤혹을 치를 때가 있다. 카카오톡에 생일 알림이 뜨고부터는 좀 더 빈번하게 일어나는 듯하다. 살다 보면 한두 번 겪는 일이다. 그렇지만 음력 생일을 양력으로 착각하여 친구에게 축하 메세지를 보낼 때면 조금은 창피해진다. 상대가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그리고 상대를 제대로 생각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원망에...


 4월의 어느 날 일을 보던 중, 카톡 알림이 울렸다. 봉사활동 단톡 방에서 팀장이 생일이신 분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팀장을 제외하고 모두가 조용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좀 더 시간을 들여 지켜보았다. 알고 보니 축하를 받은 분은 생일이 음력이어서 양력으로는 6월이 실제 태어난 날이었다.  


 그분은 팀장의 메세지에 대해 카카오톡에 음력으로 설정을 했는데 오류가 난 것 같다고 말씀하시며 “땡겨서 두배로 축하해주어 감사하다”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해프닝이 있고 난 후 며칠이 지나 단톡 방을 다시 찾게 되었다. 그리고 짧은 글이지만 찬찬히 메시지를 읽어보았다. 그의 글을 음미하며 그 속의 재치와 배려를 느꼈다.


"땡겨서 두배로 축하해주어 감사하다"


배려라는 단어를 곱씹어보기 위해 사전을 찾아보았다.


 표준국어 대사전은 배려(配慮)를'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이라고 정의한다. '보살피다'라는 의미도 헛갈려 사전을 찾아보았다. ‘1. 정성을 기울여 보호하며 돕다.’, ‘2. 이리저리 보아서 살피다.’, ‘3. 일 따위를 관심을 가지고 관리하거나 맡아서 하다.’의 의미를 '보살피다'는 지니고 있었다.  


 국어사전에 나온 의미를 보아 배려는 다른 이의 마음을 헤아려 돕는 일인듯했다. 그런데 배려라는 단어를 떠올려보면 ‘상대를 돕지만 돕지 않는 모습’이 생각난다. 그래서인지 배려를 받을 때면 당시는 느끼지 못하지만 어느 순간 불현듯 배려자의 모습이 떠오를 때가 있다.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잔잔한 물결의 파동이 되어 은연중 나의 마음을 만지게 된다. 그럴 때면 마음은 붉게 물든 꽃이 되어 은은한 향을 피운다. 


 상대의 무안과 당황을 재치와 감사로 바꾸어 버린 문장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나는 배려받은 자는 아니었지만 나의 마음속 꽃은 밝게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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