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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옆집작가 Apr 29. 2019

꽃 한 송이

 통로를 지나 문 밖을 나가면 눈 앞에 펼쳐진 공간은 온통 아스팔트와 거대한 빌딩뿐이다. 서울이라는 거대한 메트로폴리스는 층층이 쌓인 견고한 성이며 위대한 현대 문명이다. 하지만 정작 꽃 한 송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요즈음 꽃이 보고픈 마음을 자주 느낀다.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갈아타며 흑석동으로 향할 때마다 적게는 1번 많게는 5번씩 꽃이 보고프다. ‘2년 전부터 들던 자연에 대한 마음이 이제는 꽃으로 향했구나’ 하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조용히 눈을 감을 뿐이다.


 언젠가 한 친구가 나이가 들수록 꽃이 예뻐 보인다고 말한 적이 있다. 20대 후반에 들어서 일까 나의 몸과 마음이 점점 꽃을 향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나마 그 마음을 조금은 달랠 수 있는 것이 친구들이 선물로 준 드라이플라워 덕분이다. 자세히 듣지는 못했지만 필시 친구들은 공모전 팀장으로 수고했다는 마음으로 주었을 것이다. 꽃을 받은 지 2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아침에 일어나 벽에 걸린 장미들을 쳐다보면 엿은 미소가 입가에 맴돈다. 서울 바닥에서 꽃을 보고 싶은 마음을 드라이플라워가 조금은 위로해주고 있다.


그렇지만 오늘따라 길가에 핀 꽃 한 송이가 무척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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