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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옆집작가 May 14. 2019

아이

 약속이 있어 강남에서 종로로 향하던 중이었다.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에 다다르니 아이와 엄마가 작은 소동을 벌이고 있었다. 어린 소녀는 사탕이 먹고 싶었던지 바로 앞에 있는 편의점에 들러 사탕을 사달라고 엄마에게 졸랐다. 엄마는 버스가 오니 참으라고 타일렀다. 결국, 버스가 도착하고 엄마와 아이는 사라졌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나타났다. 좀 전과 달리, 아이의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피어있었다. 엄마는 조금은 언짢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버스가 도착하기 전 엉엉 울었던 아이가 결국, 엄마의 손을 붙잡고 편의점에 들어갔던 것이다.


 그들의 모습을 보다 보니 어느새 내가 타야 할 버스도 도착해 있었다. 버스에 올라타 오른쪽 창가 옆 자리에 앉아 방금 전 주인공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방금 전 엄마의 찡그러짐은 창 밖 너머 웃음으로 바뀌어 있었다. 엄마는 엄마이고 아이는 아이인 것인가.


 아이들은 자주 때를 쓰고 화를 내고 심지어 길거리에 앉아 펑펑 울 때도 있다. 아이들이 때를 쓰고 울 수 있는 이유도 어찌 보면 그들 나름의 슬픔을 들어줄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우리는 슬픈 마음을 들어줄 소중한 사람 앞에서 우리의 슬픔을 진솔하게 들어내기 때문이다.


 종로에서 일을 마치고 강남으로 다시 향했다. 지하철 역에서 내려 어두운 밤 길을 따라 문 앞에 도착하니 불현듯 나만의 상상이 피어올랐다. 현관문 도어록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면 나를 받아줄 누군가를 상상해본 것이다. 아이처럼 펑펑 울어도 있는 그대로를 받아주는 나를 생각해줄 그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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