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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옆집작가 Oct 10. 2019

콜라 한 잔에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어느 순간 콜라가 주는 쾌감이 전달된 때일 것이다. 집 근처 롯데리아에서 주문한 햄버거를 한 입 메어 물고 오물오물 씹은 후, 콜라를 마셨다. 목구멍 사이로 넘어가는 액체에서 콜라에게서는 느껴보지 못한 고통 속의 짜릿함을 체험했다. 톡 쏘는 탄산은 늘 느끼한 음식을 먹으면 의레 마시는 음료로만 생각했던 나였다. 탄산 속의 기포가 나의 목덜미를 타고 들어가면서 주는 작은 통증은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탄산을 마시니 타들어가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시원하고 달달한 맛이 기분을 좋게 했다. 고통과 쾌락이 공존하는 콜라의 매력을 나는 '답답하다'라는 생각을 한 즈음부터 느끼기 시작했던 것이다. 


 무엇이 '답답하냐'라고 물어볼 수 있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반복되는 직장생활이 답답하다고 말할 수도 있고 서울살이가 답답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혹은 사람들을 오지게 만나는 것이 오히려 답답할 수도 있다. 답답하다는 의미는 '숨이 막힐 듯이 갑갑하다'라고 한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나오는 말이지만 이 의미를 정확히는 모르겠다. 그래서 '갑갑하다'도 찾아보았다. '좁고 닫힌 공간 속에 있어 꽉 막힌 느낌이 있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아마 하고자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을 때의 마음일 때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직장 후임에게 엑셀 도표를 정리하라고 지시를 내렸는데 엉뚱하게 발표자료를 만들고 있을 때면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까. 해야 할 일이 있는데 풀리지 않았을 때 느끼는 감정이 이에 속하지 않을까. 


 결국 답답함이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하지를 못할 때 느끼는 감정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나는 왜 뜬금없이 콜라에게서 고통과 쾌감을 느낄까. 답답함이 도대체 콜라와 어떤 관계가 있길래. 곰곰이 나의 의식을 되돌아보면, 그때 나는 콜라에게로라도 의미를 부여하고 새로운 생각을 가지고 싶었던 것 같다. 마치 정신없이 반복되는 일상을 살다 정처 없이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나만의 시간이 주어지고 고뇌에 빠지는 그 순간 콜라가 나에게로 왔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다. 나의 경우는 아무 생각없이 멍을 때리다보면 새로운 생각이 불쑥 찾아와 노크를 한다. 그리고 아무 준비도 되지 않은 외로운 아이는 방문을 활짝 열어준다. 


 그렇게 나는 콜라를 마시며 고통을 느끼고 동시에 즐거움을 느꼈고 고통에 의미를 부여했던 것이다.


 일상의 무료함을 콜라를 통해 해소하고자 하는 마음이 돌이켜보면 참으로 가엽다. 찾을 수 있는 재미가 없으니 생각을 통해 재미를 만들어내버린 그때의 '나'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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