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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Anne Jun 19. 2024

고양이의 서열이란

좋아하는 장난감 앞에선 무용지물

치즈와 고등어 두 녀석은 한날한시에 태어난 형제임에도 불구하고 서열이 존재한다. 왠지 처음 만났을 때 치즈가 고등어를 챙기는 모습을 보고 이 녀석이 형이 아닐까 싶었다. 뭐 꼭 형이 아니었어도 무서워 덜덜 떨고 있는 고등어에 비해 조금 더 담대하게 낯선 우리 가족을 탐색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치즈는 먹성이 대단한데 그에 비해 활동량이 많아서 고등어보다 날씬하다. 대략 4~5개월쯤 되었을까? 이때부터 고등어의 무게가 치즈를 압도적으로 앞서기 시작했다. 현재도 엉덩이를 씰룩대며 걸어가는 고등어의 뒤태를 보면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진다.


치즈를 미묘한 덩치 차이로 누르기 시작하면서 한때는 서열이 뒤바뀐 적도 있다. 역시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이 짱이었다. 사람의 인생도 그렇다면 나는 어디 가서 늘 짱만 먹을 텐데 ㅎㅎ


그러던 어느 날 다시 서열이 뒤집혔는데 이유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치즈의 사냥 실력이었다. 몸이 날쌘 치즈는 고등어와 장난치는 몸싸움 중에 늘 재빠르게 한방을 제대로 먹이고 도망쳤다. 이것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치즈가 다시 먹이 주도권을 쥐게 되었고 두 녀석의 삶에는 평화가 깃들고 있는 듯했다.


매일 펼쳐지는 고양이들의 우다다 쇼는 늘 공연이 한창이었는데 오늘따라 녀석들이 굉장히 굉장히 심심해 보였다. 뭔가 새로운 자극이 필요해 보였다. 때마침 며칠 전에 사다 둔 쥐모양의 인형이 생각났다. 비록 장난감이지만 털 색도 참 쥐스러운 정말 딱 고양이들의 사냥 본능을 자극하기 좋게 생긴 놈이었다.


포장지를 뜯어서 손에 들고 냥이들을 찾았을 때 고등어가 내 앞으로 쪼르르 달려왔다. 옳다쿠나. 옜다. 너부터 가지고 놀아보자. 나는 고등어의 발 앞에서 정말 쥐가 도망가는 듯 흉내를 내며 녀석의 관심을 유도했고, 예상에 100% 적중했는지 녀석은 엉덩이를 씰룩대며 흥분했다.


장난감 쥐를 번개처럼 낚아채어 잽싸게 달려 나가더니 이내 우다다 뛰어다니며 신명 나게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보통 장난감을 주면 주로 서열이 높은 치즈가 가지고 놀다가 고등어의 차례가 돌아오곤 하는데 이번에는 고등어가 치즈에게 차례를 내어주질 않았다. 얼마나 뺏기기 싫었으면 치즈가 뺏으려고 할 때 고등어가 치즈에게 훅(냥펀치)을 날렸다. 그러고는 혹여라도 뺏길까 봐 구석으로 가지고 가서 놀았다.

30여분이 지났을까? 혹시 아직도 고등어가 가지고 노나? 싶어 확인해 봤더니 여전히 장난감 쥐는 고등어의 입에 물려있었다. 언제까지 가지고 놀려나 했는데 이내 치즈가 고등어 곁으로 살금살금 다가와서 용의주도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내 차례 언제 오냥. 너 이럴꺼냥. 니가 좋아하는 거라 봐주는 거다냥. 그거 아니면 짤도 없다냥.’


레이저를 날리는 치즈는 그날 거의 한 시간 가까이를 봐줘야만 했다.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 앞에는 서열이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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