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오 Dec 08. 2023

심우장 가는 길

만해 한용운을 기리며


심우장을 가기로 했다. 성북동 기행중 가장 기대되는 곳이라 설레였다. 심우장으로 가려면 가파른 길을 지나야 하는데 오르기 전 초입은 만해 산책 공원이 있다.  동상이 있는 긴 의자는 님의 침묵이 적힌 시비가 있고 가운데 앉아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놓았다.



동상은 회색 털모자와 목도리로  멋스럽게 연출되어 있었다. 추운날씨에 센스있는 아이디어를 낸 분이 누굴까 궁금해 졌다. 사진을 찍는 일행들 틈에서  님의 침묵을 읽어보았다. 언제 읽어도 마음 한켠이 져며오는  시다.


꼿꼿하고 강직했던 한용운 선생을 뵈러 가는 길은 초입부터 계단이 많아 산을 오르는 듯했다. 오르는 계단엔 난간이 있고 한용운의 글들이 나무판에 새겨있다. 힘들면 쉬다가라고 말을 건네는 듯 했다. 하나씩 소리내어 읽으며 그 길을 지났다.


              오셔요 당신은 오실 때가 되었어요. 어서오셔요 당신은 당신의 오실 때가 언제 인지를 아십니까 당신의 오실때는 나의 기다리는 때입니다. (오셔요 中)            

              노력하고 힘차게 나가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아닌 때가 없고 게을러서 일마다 미루는 사람에게는 기회 오는 때가 없다. (유심3호)            


마음에 새겨지는 말들이 많았다.  심우장은 달동네인 북정마을로 가는 길에 위치한다. 북정마을은 궁에 바칠 메주를 만들던 곳으로 '북적인다'는 의미를 가진 동네다.  계단이 끝나는 길에는 두팔을 길게 뻗으먼 닿을 듯 비좁은 거리가 이어진다. 오르다 보니 대문 옆에 심우장이란 나무판이 눈에 띄었다.


심우장은 대한민국의 사적 제 550호다. 성북동은 성밖마을 북장골로 한적한 동네 였단다. 만해는 3.1운동으로 3년 옥고를 치르고 성북동 골짜기 셋방에서 살고 있었는데 승려 벽산 김적음이 자신의 초당을 지으려 준비한 땅 52평을 내어주고 유지들의 도움으로 땅을 더 사서 집을 짓고 심우장이라 명명했다.

가운데 대청을 중심으로 왼쪽에 온돌방 오른쪽에 부엌이 있다. 한용운의 서재였던 온돌방에는  현판이 걸려있다. 심우장(尋牛莊)은 찾을 심(尋)에 소 우(牛)를 쓴다. 깨우침을 찾아 수행하는 과정을 소를 찾는 일에 비유한 불교 설화에서 따온 것이다. 마루가 있는 가운데 방안에는 한용운의 유품이 있다. 그의 필체와 논문집, 옥중 공판 기록 등이 보존되어 있다. 박물관 같은 느낌이다.


심우장은 집터의 방향이 남다르다. 조선총독부가 있는 방향으로 생활하면 세수를 할때 그들에게 허리를 굽히게 된다고 북향으로 지었단다. ‘마루에 앉아 만해 한용운의 작품을 감상하기로 했다. 알수 없어요를 함께 읊었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북정마을도 들르기로 했는데 마당에 먹구름과 함께 눈발이 날린다. 짖눈개비도 아닌 싸락눈이 내리니 마음이 급해졌다. 올라올 때 까지 날씨가 좋았는데 공기가 일변했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내려갈 길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가기전에 넓다란  마당을 둘러보았다. 나무가 시선을 붙잡는다.  한용운이 직접 심었다는 향나무가 세월의 무게를 가늠하게 했다.  만해의 사랑을 받았을 나무에 손을 대본다. 나무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시지 않았을까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향나무는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주인이 마당을 서성이며  나무를 바라보며 한 얘기들을.


나무는  독립을 향한 마음으로 먹먹한 가슴을 안고 산 그분의 심경을 품어주었을 것이다.  색다른 기운이 느껴지는 듯했다. 주인을 보낸 후 얼마나 그리워 했을까를 떠올리니 한번 더 어루 만지게 됐다. 향나무에 깃든 한용운의 마음을 느끼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다음엔 아이들과  함께 와야 겠다  





작가의 이전글 우박을 만난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