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까치소리가 들렸다.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향하니 푸드덕 소리만 남긴 채 날아가 버린다. 새해 첫 출근 인사를 하는 모양이구나. 내 기준으로 해석하며 모퉁이를 돌았다. 우중충한 날씨의 안일한 컨디션을 깨우기에 충분한 소리가 귓가에 남았다.
신호등을 건너는데 내가 탔어야 할 버스가 유유히 지난다. 곧 도착할 테니 좀 기다리라 부탁하고 싶어 부지런히 뛰어갔지만 뒤도안보고 가버린다. 놀리듯 멀어지는 뒷모습을 아쉽게 바라봐야 했다.
총총거리며 바닥을 걷는 듯한 까치가 눈에 띈다. 너를 보려고 내가 버스를 놓쳤나. 흐릿한 날씨와 대비되는 선명한 날개가 돋보였다. 사진이라도 찍어 보려 핸드폰을 꺼낸 다음 순간, 날개를 활짝 펼치더니 이번에도 날아간다. 한 번의 날갯짓으로 저만치 가버린다. 급기야 큰 반원을 돌며 활공하는 까치는 내 시야에서 벗어난다.
버스 도착시간을 다시금 확인하는 사이 까치소리가 또 들린다. 건너편 은행나무 위로 두 마리가 나란히 앉는다. 6차선 도로에 차들이 많았지만 까치의 지저귐은 공중에서 울려 퍼진다. 데시 레벨이 높다.
정류장 학생들의 대화에 까치가 등장한다. 누군가 까치들이 서로 얘기하는 것 같다 하니, 어머 진짜 그런 거 같다며 대꾸한다. 누군가 날갯짓이 예술이다 하니,저 날개를 갖고 싶다 얘기한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하던 차다. 날개를 넋 놓고 바라보게 된다. 누군가 까치가 사람을 알아본다고 하니. 거짓말하지 말라고 흘긴다.
그때 옆에 앉은 할머니가 진짜라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동네에 낯선 사람이 오면 여러 마리가 와서 지저귀는 소리로 마을이 시끌시끌하단다. 까치의 지저귐은 이야기 소리처럼 연이어 들린다. 마치 그 말이 맞는다는 듯.
왁자지껄한 정류장 분위기에 넓게 펼친 귀를 오므리고 버스에 탔다. 까치가 사람을 알아보는지 검색을 해보았다. 몇몇 실험을 통해 증명된 바로는 정말 알아본단다. 지능이 있다는 거다. 신기했다. 작년에 화단에 놓였던 까치의 사체가 생각났다. 아기 새를 지키기위한 까치들의 싸움에 생을 달리했던 피가낭자했던 그 아빠 까치를 떠올리게 됐다.
버스에서 내려 육교를 건너는데 또 까치소리가 들린다. 이번에도 두 마리다. 오늘은 어찌 까치소리가 그렇게 내 귀에 달라붙도록 들리는가. 좋아하는 관심사가 있으면 눈에 밟히듯 계속 보이듯 까치소리가 나를 쫓는 날인가부다 여겼다.
경비실을 거쳐 사무실을 지나는데 이번에도 까치소리가 들린다. 오늘은 까치와 함께 하는 날이 확실하다. 허나 다른 날도 분명 들렸을 텐데 왜 유독 기민하게 촉수를 세우게 될까 궁금해졌다.
끼고 있던 장갑을 주머니에 넣는데 무언가 만져진다. 이어폰이 들어있는 네모난 케이스다. ' 아하 그랬지. 귀가 자유로왔잖아. 아침내 까치를 생각하느라 음소거버튼을 사용할 틈이 없었던거야' 나의 속삭임을 들었는지 귀가 말한다. 그걸 이제야 알았냐고 매일 오늘만 같았음 좋겠다고.
눈에 밟히듯 귀에 밟히던 까치 소리 덕분에 음소거 버튼을 누르지 않은 날. 평소 주변 소리를 맘껏 듣게 하지 않았음을 반성하게 된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을 때 입이 간질거리듯. 듣고 싶은 소리가 많아 귀가 간질거렸을 텐데. 올해는 귀에게 해방감을 선물해야 겠다. 토끼처럼 쫑긋거릴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