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아주 오랜 습관이 있다. 그것은 3의 배수를 찾는 일. 아주 어렸을 때 수학시간에 3의 배수의 조건은 “각 자리 수의 합이 3의 배수인 수”라는 것을 배운 이후로, 난 숫자를 보면 합해보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 예를 들어, “223마 1457”라는 자동차 번호판을 보면, 이 7자리 숫자를 다 합해서 3의 배수가 되는지를 보는 것이다. 24다. 된다! 그럼 오늘 하루는 운이 좋다라고 생각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시계를 봤을 때도 11:10을 보면, 아 합하니 3이되니 또 럭키하다고 생각한다.
이 버릇은, 특히 어렸을 때 엄청난 고민, 혹은 무언가를 갈망하는 게 더 많았던 시절에, 더 강력하게 날 따라다녔다. 수능 보러 가는 차 안에서 창밖을 보며 다른 차 번호판의 숫자를 계속 더해봤었고, 입사 면접 결과를 기다리며 시간이 10:23이길, 9:45이길 등을 바라며 휴대폰을 계속 열어봤다. 또,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때는 3분 21초 음악, 4분 11초 음악 등만 찾아들으며 빌어보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이 3의 배수의 원칙은 실제로 내 인생에 잘 맞아떨어졌나? 생각해보면 뭔가 기운이 있는 것도 같다. 수능 보러 가는 차 안에서는 정말 야속하게도 계속 14, 17 이런식으로 3의 배수가 아닌 합만 나왔고, 난 수능을 망쳤다. 망한 것 같은 면접 결과를 기다릴 때 이상하게 3의 배수가 자주 목격되더니 합격을 했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2022년이, 2019년, 2015*년이 좀 좋은 기억으로 남은 것 같다. 물론 정말 과학적 근거라고는 없는, 나의 “기분 탓”이긴 하다.
요즘은 나이를 먹어서인지 무언가 간절하게 바라는(즉, 직감적으로 안 될 것 같음을 느끼는) 소원은 많이 없어졌다. 삶이란 게 내가 무작정 바란다고 이루어지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도 알고, 아무리 힘든 일도 시간이라는 게 많은 것들을 해결해준다는 것도 경험으로 알게 된 것 같다. 그러면서 점점 이 덧셈의 결과에도 예전보단 덜 집착하게 된 것 같다. 이제는 연속해서 15, 18, 33이 나와도 기적은 일어나지 않고, 16,17이 나와도 인생은 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아니까.
사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올해를 시작하며 난 더 좋은 삶을 슬쩍 기대했다. 왜냐하면 올해는 2025년이고 내 나이도 완벽한 3의 배수이기 때문이다. 나의 믿음대로라면 올해 나는 뭔가 큰 좋은 일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역시나 인생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1,2,3월까지 나는 격무에 시달리며 매일 야근을 했고, 더 건강을 챙기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아직 9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았으니, 이렇게 아름다운 3의 배수의 해에 좀 더 내 삶이 좀 더 잘 풀리길, 내 삶의 의지가 더 솟아나기를 바라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무모한 요행을 바라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실 가슴속 깊은 곳에선 은근히 기적을 바라는 마음(나이를 먹어도 없어지지 않는 몹쓸 마음)을 숨기지 않으며, 1시 11분, 완벽한 3의 배수인 지금 글을 마친다.
* 이 글을 다 쓰고 나서야 2015가 3의 배수가 아님을 알았다. 2015년은 최고의 해였는데. 그렇다. 3의배수의 법칙이 완벽히 옳지는 않다. 3의 배수가 아니어도, 내 삶은 멋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