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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 기슭에서 - 고정희

2021 시필사. 41일 차

by 마이마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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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 기슭에서 - 고정희


위로받고 싶은 사람에게서 위로받지 못하고 돌아서는 사람들의 두 눈에서는 북한강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서로 등을 기대고 싶은 사람에게서 등을 기대지 못하고 돌아서는 사람들의 두 눈에서는 북한강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건너지 못할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미루나무 잎새처럼 안타까이 손 흔드는 두 눈에서는 북한강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상에 안식이 깃드는 황혼 녘이면 두 눈에 흐르는 강물들 모여 구만 리 아득한 뱃길을 트고 깊으나 깊은 수심을 만들어 그리운 이름들 별빛으로 흔들리게 하고 끝끝내 못한 이야기들 자욱한 물안개로 피워 올리는 북한강 기슭에서, 사랑하는이여 내 생애 적셔 줄 가장 큰 강물 또한 당신 두 눈에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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