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이형기

2021 시필사. 69일 차

by 마이마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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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 이형기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나무와 같이 무성했던 청춘이
어느덧 잎 지는 이 호수가에서
호수처럼 눈을 뜨고 밤을 새운다.

이제 사랑은 나를 울리지 않는다
조용히 우러르는

눈이 있을 뿐이다.

불고 가는 바람에도
불고 가는 바람처럼 떨던 것이
이렇게 고요해질 수 있는 신비는
어디서 오는가.

참으로 기다림이란
이 차고 슬픈 호수같은 것을
또 하나 마음 속에 지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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