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구워줘서 그런지 고기 너무 맛있다. 고마워.

사랑받고 사랑한다는 것

by 권민창

A라는 여자가 있습니다.
늘씬한 기럭지, 갸름한 턱, 백옥같은 피부, 숏컷도 잘 소화하는 축복받은 얼굴형. 줄여서 '존예'입니다.
길을 걷다가도, 카페에 있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번호를 따입니다.
그리고 A는 그런 남성들의 시선과 관심을 굉장히 즐겼습니다.
어느 정도 괜찮게 생겼다싶으면 밑지는 게 없으니 연락을 합니다.
연락을 하다 별로면 안하면 되는 거고, 괜찮다 싶으면 계속 연락을 하면 되는 거니까.
그녀는 선택'받는' 입장이 아니라 늘 선택'하는' 입장이었던 겁니다.

그렇게 사귀었던 남자들은 그녀와 함께 다녔을 때 쏟아지는 뭇 남성들의 동경의 시선을 즐겼습니다.
남자들의 눈빛에서 그들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었죠.
'야, 쟤가 어떻게 저런 여자를 만나냐.'
'여자 진짜 존예..'
그리고 A의 연인이었던 남자들은 알릴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자신이 그녀의 남자친구임을 알립니다.
인스타그램에 그녀와 여행 가서 찍은 사진들, 카카오톡에는 그녀와 꼭 껴안고 입을 맞춘 사진을 올립니다.
자신이 A라는 존예를 쟁취한 알파메일임을 증명하려고 하는 거죠.

'야, 너 여자친구 존예던데? 어떻게 만났냐?'
남자는 주변의 질투어린 부러움을 즐깁니다.
여자친구가 이쁠 뿐인데 자신의 티어가 올라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A의 연애는 항상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3-4달 정도 뒤면 인스타그램과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바뀝니다.
제가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들리는 소문으로는 남자친구가 먼저 싫증이 나서 A에게 헤어지자고 얘기를 한다고 하네요.

다른 사람들은 왜 A같이 매력적인 사람을 그렇게 짧게 만나고 헤어지자고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첫 눈에 반해 적극적으로 대쉬했으면서 어떻게 1년도 만나지 못하냐고요. 물론 A도 이해가 안된다고 하네요.

3년전에 우연히 A와 단 둘이 고기를 먹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남자가 여자에게 끌릴 때는 3가지 경우가 있는데요. 머리를 묶는데 이쁠 때, 찡그리는데 이쁠 때, 걷고 있는데 이쁠 때 입니다.
저도 남자인지라 자연스레 A에게 눈길이 갔습니다.
수저를 세팅해주고 물티슈를 넘겨주고 고기를 구웠습니다. 잘 익은 고기를 A의 앞접시에 정성스레 데코레이션 해줬습니다.
무더운 여름이 땀이 나더라고요.
'내가 구울게'라는 말은 기대하지도 않았습니다. '많이 덥지?' 라거나 '고마워' 정도만 기대했습니다만... 그냥 당연한 듯 제가 구워준 고기만 집어먹더라고요.
고기를 먹고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려고 하니 A는 먼저 밖에 나가있었습니다.
계산을 하고 나오니 잘 먹었다 고맙다라는 말은 커녕 고기가 좀 질기더라, 여긴 별로라서 다음엔 안 와야겠다 라는 말만 하더라고요.
그 때 A와 만났던 남자친구들의 심정이 이해가 가면서, A에게 약간이나마 갖고있던 일말의 호감과 관심이 사라지더라고요.

A는 아마도 대접만 받고 살아왔을 겁니다.
'내가 이렇게 하더라도, 누군가는 날 좋아해.'
처음에 A의 외모에 반했던 전 남자친구들도
빠른 속도로 A에게 매력을 잃어갔을겁니다.
누구나 존중받고 싶어하고 대우받고 싶어합니다. 그것이 물리적이든 감정적이든요.
하지만 남자친구는 A에게 그런 부분들을 기대할 수도 바랄 수도 없었습니다.

처음에야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과 만난다는 사실이 본인의 어깨를 으쓱하게 해줬겠지만, 만나면 만날수록 처음의 감정보다는 A에게 섭섭하고 서운한 감정들이 더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치고 질린 거겠죠.
더 이상 만날 이유가 없다고 느꼈을 겁니다.

이쁘고 잘생긴 것도 정말 중요하겠지만, 건강하고 긍정적인 연애를 하기 위해선 서로를 존중해주며, 사랑받고 사랑하는 행위의 기쁨을 느낄 수 있어야 되는 거 같습니다.
이 평행의 무게추가 흔들려버리면 누군가는 서운함을 느끼겠고, 누군가는 지쳐버리겠죠.

고기를 구워주는 게 당연한 게 아니라,
'자기야, 자기가 구워줘서 그런지 고기 너무 맛있다. 고마워.'라고 얘기해주고,
데리러 오고 데리러 가는 게 당연한 게 아니라, '나 보러 이렇게 고생해서 미안해. 오느라 너무 힘들었지ㅠㅜ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라고 말해주는 이런 건강한 연애는 보는 사람들도 참 흐뭇한 것 같습니다.

주변 지인들이
'너 여자친구, 남자친구 어때?'라고 했을 때
'진짜 이뻐, 잘생겼어. 보여줄까?'보다는 '참 따뜻하고 배려 잘 해주는 사람이야. 나랑 잘 맞아.'라고 얘기해줄 수 있는, 그런 건강한 연애를 할 때 비로소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A가 감사함을 느끼고 또 그 작은 감사함에 더 큰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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