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12
어젯밤에는 갑작스러운 이명과 순간적인 어지럼증 때문에 머릿속 모래로 지은 워킹홀리데이 왕국이 무너졌다. 잠자는 와중에도 꿈에서인지 현실에선지 분간 못하는 곳에서 두개골이 분리되는 통증이 느껴져 얼른 눈을 질끈 감았다. 여기서 좀 더 무리하는 순간 나는 낭떠러지겠구나. 아슬아슬하게 나뭇가지를 잡고 버티는 기분이었다. ‘아니, 나는 여행을 온 거지, 생존하러 온건 아니잖아. 왜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해?’ 스스로 의문이 들었다. 돈이 떨어지든 집이 없어지든 이제부터는 먹고 싶은 뜨끈한 음식 먹으러 나갈 것이고, 집을 못 구하면 또 단기 숙소에서 지내면 그뿐이다. 다니고 싶은 곳을 다니며 경험을 쌓아야 한다. 하루하루를 어떻게 버틸 것인지 웅크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렇지만 릴렉스하게.
집 때문에 속이 곯았는지 왼쪽 입술 끝이 터졌다. 양치할 때 혓바닥을 닦으려고 내미는데 여간 쓰라리지 않을 수 없다. 분명 내 몸 안에서 균형이 깨지고 있음을 느낀다. 한국이었으면 얼른 병원으로 달려가 혈액검사를 하고 결과를 봐야 그제야 아파도 마음이 안정되지만, 그전에 내가 나를 스스로 놔주는 연습이 필요하겠다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간극을 메꾸려고 몸이 벼랑 끝 부단히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곧 적응되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하자. 불쌍한 내 몸..조금만 더 버텨줘. 주인 잘못 만나 나는 네가 짠하다 오늘밤.
유연해지기 위한 과정은 험난하지만..그럴 때마다 Open your mind를 외쳐본다. (영화 <패딩턴 2>에서 헨리 브라운이 다리 찢는 장면을 회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