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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딩굴딩굴공작소 Jun 03. 2024

[작심(作心)3일] 27편. '베테랑'

매월 3일, 마음에 담아 마음을 담는 DDF 프로젝트 작심(作心)3일

베테랑으로 불리고 싶다

전하영

     

최근 영화 ‘베테랑 2’가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갔다는 뉴스를 접했다. 9년 전 2015년에 개봉한 ‘베테랑 1’은 소위 ‘킬링 타임(killing-time)’ 영화로 참 매력적이었다는 기억을 갖고 있다. 영화 제목처럼 주조연 배역은 각자의 분야에 능숙한 인물들이었고 이들이 얽히고설키면서 선과 악의 흥미진진한 대결, 결국은 선의 승리로 끝나는 카타르시가 가득한 영화다. 문득, 영화 속 인물들을 특성을 잘 잡아내 실제 그 인물인 듯 실감 나게 연기하는 배우들이 진짜 베테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6월 작심3일 키워드를 ‘베테랑’으로 정한 것은 오롯이 영화 ‘베테랑’을 떠올렸고 영화 속에서 베테랑을 모습을 실감 나게 연기한 베테랑의 모습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베테랑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하여 그 일에 대해 뛰어난 지식과 기술을 익힌 사람 혹은 노련한 사람’을 베테랑이라고 한다. 우리말로 ‘전문가’라고 번역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다만, 베테랑과 전문가는 풍기는 뉘앙스가 조금 다르다. 그 차이를 ‘오랫동안’이라는 단어에서 찾을 수 있다. 대부분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배우고 일하면서 전문가가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뛰어난 능력 혹은 압축적인 공부 등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전문가가 되는 사람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 베테랑이라 불리어도 큰 손색이 없지만 후자의 경우 베테랑이라 부르기에는 왠지 마뜩하지 않다. 그렇다면, 베테랑은 기본적으로 오랜 기간의 경험이 필요하다. 단순히 오랜 기간 경험을 했다고 해서 베테랑이 되는 것은 아니기에 오랫동안 그 분야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배움과 숙련의 시간을 거치고 노련함이 배어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범상치 않은 아우라와 신뢰를 느끼게 된다.     


나는 베테랑인가?

평생교육사의 삶을 살아낸 지도 20년이 훌쩍 넘었다. 오랜 기간 평생교육 현장에서 수많은 경험을 쌓았다. 강의와 컨설팅, 연구 등을 통해 숙련된 노련함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전문가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이 정도면 제법 베테랑다운 꼴과 태를 갖추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다만, 나를 만나는 사람들이 나를 보며 아우라와 신뢰를 느끼는지는 알 수가 없다. 어디 가서 물어보기가 그렇다. 하하     

전문가로 불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기왕이면 오랫동안 평생교육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나의 삶이 투영되어 지금의 나를 지탱하고 있는 힘이 느껴지는 베테랑으로 불리고 싶다. 베테랑 1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영화 속 베테랑 형사 서도철을 완벽하게 연기한 베테랑 배우 황정민의 맛깔스러우면서도 아우라가 느껴지는 저 대사처럼 평생교육에서도 멋지게 한 폼(가오) 잡아도 어색하지 않은 평생교육사이고 싶다.      

 

ps. 베테랑 2가 개봉하면 DDF 공작원들과 함께 보러 가야겠다.        

 



For the better     

한성근   

  

‘살아간다는 건 매일매일 새로운 길로 접어드는 것, 그리고 매일매일 쏟아져 들어오는 현실과 마주하는 것. 살아가는 매 순간 정답을 찾을 순 없겠지만 그래도 김사부는 항상 그렇게 말했다. 우리가 왜 사는지 무엇 때문에 사는지에 대한 질문을 포기하지 마. 그 질문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의 낭만도 끝이 나는 거다. 알았냐?’ - 낭만닥터 김사부 중에서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돌아보며 어떻게 살아왔는지 기적처럼 느껴진다. 오랜 시간 고집스럽게, 집요하게, 꾸준하게, 세심하게, 거칠게 그리고 진심으로 해온 일들에 대해 상념에 잠긴다.     

 

무엇이 되고 싶고, 하고 싶고, 이루고 싶고,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 이런 것들이 내겐 낭만이다. 평생교육과 평생학습이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발휘하게 하는 것, 그래서 비전과 전략이 필요하고, 방법을 찾아야 했다. 매일매일 새롭게 느껴지는 낯섦에 적응해야 했고, 쏟아지는 현실의 벽과 마주해야 했다.      


  ‘사람은 믿어주는 만큼 잘하고, 아껴주는 만큼 여물고, 인정받는 만큼 성장하는 법이야. 내가 선택한 주변 환경과 생각들에 따라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 낭만닥터 김사부 중에서

   

함께하는 사람들 때문에, 인정해 주는 사람들 때문에, 응원해 주는 사람들 때문에 때로는 반대하는 사람들 때문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희망과 오기의 공존이 빚어낸 하모니라고 말하고 싶다. (오기는 반대에 대응하는 나름의 방법이다.) 그들의 존재가 감사할 뿐이다. 함께 꾸는 꿈은 낭만적이다.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었다. 멈춤 없이 세상을 향해 쏟아내는 메시지가 필요하다. 왜 해야 하는지, 무엇 때문에 하는지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존재하는 걸 알면서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그러면서 누군가는 꼭 지켜줬으면 하는 아름다운 가치들이 있다.’ -낭만닥터 김사부 중에서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지속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낭만보존의 법칙이라고 낭만닥터는 말했다. 현장에서의 사례들을 모아 위급상황에 대처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 이를 ‘모난 돌 프로젝트’라고 했다. 나는 모난 돌들이 베테랑이었으면 한다. 내가 사는 세상에 모난 돌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그래서 세상이 더 낭만적이길 기대한다.      




베테랑의 저력 ‘자신에 대한 믿음’          

권창숙


그 사람, 전문가야

그 사람, 베테랑이야     


이 말에서 전해지는 차이는 무엇인가? 전문가보다 베테랑이란 말이 실천, 행동, 문제해결의 느낌이 더 난다. 그러면 전문가는 실천이 없는가? 베테랑은 이론(지식)이 없는가?     


이번 학기 박사과정의 한 수업에서 이론을 정립한 사회교육사상가, 실천을 중심으로 한 사회교육사상가. 이론과 실천 두 가지를 모두 한 사회교육사상가로 나누어 인물들을 알아보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역사 속의 여러 학자나 운동을 주제로 하여 사회교육사상적 연구를 과제로 하고 있다.    


전문가는 이론 > 실천, 베테랑은 이론 < 실천으로 구분해 보자. 아니면 전문가는 이론에서 출발하여 이론과 실천을 모두 섭렵하였다면 베테랑은 실천에서 출발하여 이론과 실천을 모두 섭렵한 것으로 보는 건 어떠할까.     

베테랑은 관련 경험이 많은 느낌이다. 영화 베테랑에서 황정민이 베테랑의 느낌이지 전문가의 느낌은 아니지 않나. (이것은 나의 주관적인 견해임을 미리 밝혀둔다) 러프하면서도 직관력과 관련 경험을 통해 가지게 된 깨달음, 지혜 등을 발휘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따라서 베테랑에게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문제해결력이다. 문제를 보는 순간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서 해결한다. 그리고 추진력, 팀원 구성 능력 및 리더십까지 많은 능력을 필요로 한다. 


전문가는 어떠할까?

전문가에게는 설명을 잘해주길 기대한다. 궁금한 것, 알고 싶은 것에 대해 논리적으로 잘 알려주고 이해시켜줄 사람으로서 우리는 전문가를 찾는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특히 논리적인 전달 기술과 통찰력, 듣는 이들에 대한 이해력, 공감력이 필요하다.     


세상엔 많은 베테랑과 전문가가 존재한다.

그들의 삶의 이야기는 하나하나 다양하면서도 또한 드라마틱할 것이다. 나의 삶에 있어서 나는 베테랑인가? 전문가인가? 아마도 어느 쪽이든 추구는 하나 도달까지는 쉽지 않은 여정일 듯하다. 그 여정을 이어나갈 수 있는 힘, 끈기가 필요하겠다. 베테랑들도 베테랑이 되기까지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그 현장에 있었던 것이 가장 중요한 능력이었을 것이다. 


내 삶의 베테랑이 되는 그날까지 여정을 나의 속도로 해 나가기를 바라며 나 자신에게 응원의 말을 보내본다.  “좋아. 다시!‘ 




우매함의 봉우리를 지나 절망의 계곡을 넘어선, 베테랑     

최정연


‘맥가이버’, ‘베테랑’. 

내가 좋아하는 칼국수로 유명한 가게의 이름이다. 이름에서부터 주인장의 손맛은 물론이고 장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손만 닿으면 못 고치는 게 없었던 맥가이버와 전문가 중에서도 경륜과 노련함이 느껴지는 베테랑의 칭호는 그냥 붙여진 것은 아닐 것이다. 짐작하건대, 면의 쫄깃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밀가루와 물의 황금 비율을 찾아 수십 포대의 밀가루를 썼을 테고, 맛집이면 하나쯤은 꼭 있다는 육수와 양념장의 비법을 개발하기 위해 육해공을 넘나드는 재료를 말리고, 볶고, 끓이고 섞으며 고민했을 것이다. 장인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 분명히 수없는 시도를 하고 여러 번 실패했을 것이며, 계속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시행착오 속에서 해결책을 모색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전문가를 꿈꾸는 사람 중의 대부분은 비범한 베테랑이 되지 못하고 평범한 범인(凡人)으로 산다.      


비범과 평범을 결정하는 차이 중 하나는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극복에 있다. 무슨 일이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고,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도 있다. 무지에서 시작할 때 오히려 자신감이 높고, 역량이 조금씩 높아질수록 자신감은 오히려 낮아지는 때가 온다. 일명, ‘뭘 좀 알고 나니 그제야 두려워지는 시기’가 오는 것이다. 몰라서 용감한 ‘우매함의 봉우리’ 시절을 지나면 역량의 부족으로 잘못된 결과가 나타나는 순간 ‘절망의 계곡’에 빠지고 이 절망은 기나긴 ‘깨달음의 오르막’을 거쳐 지속가능성의 고원에 다다른다. 이 재미난 현상은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로 불리는데,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잘못된 판단으로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더라도 스스로 오류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우매함의 봉우리에 계속 머무르고 절망의 계곡에 빠지는 순간을 극복하지 못하면 평범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결국, ‘지속가능성의 고원’에 우뚝 선 베테랑이 되기 위해서는 머리가 아닌 현장에서 실제 역량을 수련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 과정이 성공보다는 실패에 가깝고 속 터지는 지난한 과정이라도 꾸역꾸역 해 내야 한다.      


깨달음의 오르막은 어렵다. 밀가루와 물만 잘 배합하면 되는지 알았던 반죽은 물을 아끼면 딱딱해지고 조금만 많이 부어도 죽이 된다. 게다가 반죽 후 요리하기까지 일정 시간이 필요하니 딱 알맞다 싶어도 막상 요리할 때면 실패작이 되기도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소금과 약간의 기름을 첨가하니 더 부드러워지고 적절한 숙성의 시간을 거치면 탄력이 배가됨을 그들은 깨달았을 것이다. 곧 장마철이 오면 부슬부슬 비가 올 테고 나는 뜨끈한 국물과 부드럽고 쫄깃한 면발이 기막히게 어우러진 칼국수를 찾을 것이다. 그건 나에게 평범한 한 끼의 식사가 아니라 비범한 베테랑과의 만남이다.




딩굴딩굴공작소(DDF; Dinggul Dinggul Factory)는 배움을 통해 자신의 삶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평생학습공동체 '삶과앎 모두의 평생학습'의 공유공간이자. 일상을 작당하는 실천공동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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