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트기 전
해의 날이 다가와도 힘을 낼 수 없었다. 2년을 고민하며 결정한 대학원 진학은 막상 새 학기가 다가오자 부담으로 자리 잡았고, 하루의 만 9세 생일 전 간신히 잡은 육아휴직 막차를 타기 위해서는 2명을 채용하고 온보딩해야 한다. 야심차게 1월까지 끝내려던 외주 작업은 클라이언트의 배려 아래 차일피일 미루어져 함께 봄을 맞이하고야 말았다.
‘사랑이 흘러간 후에 남겨진 것들’을 쓰며 가장 피하고 싶었던 지점에 다다랐다. 기억을 뒤적일 때마다 눈물지었던 작년 여름이 거짓말같이, 이번 봄에 다시 마주한 기억들은 마치 상공에서 바라본 다른 이의 기억 같았다.
누군가의 삶을 한 단락으로 요약하는 것이 가능한가. 그저 주관적 해석 아래 어느 조각의 어둠을 비추어 볼뿐. (우리는 그 행간을 읽을 수 없다.) 써 내려간 글들을 가뿐히 덮을 수 있는 때가 되었나 보다. 서랍 속 기억보다 현실에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더 숨 가쁘게 느껴진다는 건.
달력을 들어 25번의 해의 날을 다시 세어본다. 쉬어갈 용기를 내자 6월이 마무리되고 기댜렸던 7월이 2026년이 되어 돌아온다. 그때의 너는 이제 다시 달릴 준비가 되어 있니. 1과 2, 그리고 2와 1 사이에서 무서움을 내려놓고 새날을 맞이한 존재로.
그 시점에서 본 지금의 나는 어때.
나는 오늘 하루도 세상 밖에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
그들이 보기엔 최선이 아닐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