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언니 육아일기
[편집자주] 기자는 2013년에 딸을 낳아 키우고 있는 워킹맘이다. 개인 사정으로 친정과 시댁에서 모두 아이를 봐주실 수 없어 조리원에서 나오자마자 혼자서 아이를 키웠다. 친구들에 비해 아이를 빨리 낳은 편이라 조언을 구할데도 마땅치 않았다. 할 수 있는 건 인터넷이나 책을 찾아보는 정도였다.
5년 전 봄 날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육아는 해도해도 끝이 없고, 늘지 않는 인생의 숙제다. 아이를 키우면서 결혼 전에 했던 많은 생각이 바뀌었지만 그때도 지금도 변하지 않는 건 ‘육아에 정답은 없다’와 ‘나와 내 아이의 스타일에 맞게’다. 나 역시 육아의 답을 제시하려고 하는 건 아니다. 세상의 모든 아이의 기질이 다르고 엄마의 성향이 다른 만큼 수학공식처럼 딱 떨어지는 답이 있을 거란 생각 자체가 말이 안된다. 그저 ‘아 이런 경우도 있고 이런 방법도 있구나!’ 정도로만 가볍게 읽고 넘어가는 정도가 됐으면 한다. 물론 도움이 되면 더욱 좋겠지만 말이다.
아이를 낳았는데 왜 모유가 나오지 않을까? 산고의 고통만 지나고 나면 모유는 자연히 흐를 줄 알았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던 모유수유의 고통은 조리원에 도착한 첫 날부터 시작됐다. 아이를 낳고 사흘째가 되자 가슴이 부어 오르면서 아프기 시작했다. 뜨거운 돌처럼 굳고 열이 났다. ㅠㅠ 상태를 본 조리원 원장님은 오케타니 마사지 선생님을 긴급 호출했다.
(*오케타니는 모유 수유 산모를 위해 개발된 유방관리법의 대명사로 일본의 조산사 오케타니 소토미가 1930년 창안했다. 젖몸살, 유방·유두 통증, 유방울혈 등 모유 수유 시 겪는 유방문제 해결에 효과적이라서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다.)
오케타니 선생님은 “오래간만에 힘든 산모님이 오셨다”며 “노력은 해보겠지만 유선이 막히면 병원에 가야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애 낳은 지 사흘 밖에 안됐는데 또 병원이라니. 게다가 병원에 가서 항생제를 맞으면 아이에게 초유를 먹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드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당시 내 머릿속엔 수 많은 출산 육아 관련 서적을 통해 읽은 엄마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 ‘초유’를 빨리 먹여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우선은 선생님이 지금은 손을 데선 안되고 얼음 찜질을 해주어야 한다며 조리원 내 얼음찜질 팩을 갖다 줬다. 젖몸살은 산고만큼 고통스러웠지만 초유에 대한 나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얼음찜질을 열심히 하고 있으면 두시간에 한번씩 태평이(딸의 태명)가 와서 모유수유 실전 연습을 했다. 조리원 선생님은 유선이 뻥 뚫리려면 아이가 모유를 잘 빨아 줘야 하는데 아이가 입이 작아서 모유를 잘 먹지 못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세상 빛을 처음 본 아이가 처음부터 모유를 잘 빨면 그것도 이상할 일이다. 모유 수유도 아이와 엄마의 ‘합’이 맞아야 하는데 세상에 갓 태어난 아이와 엄마 역할을 시작한지 사흘 된 사람. 이 서툰 사람 둘이 시작하는 일이니 당연히 잘 안될 수 밖에 없고 힘들 수 밖에 없다.
제대로 먹지 못하고 배고프다고 우는 아이는 결국 다시 1층으로 내려갔다. 아이가 우는 소리에 머리를 쥐어 뜯으며 자책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고 3때 풀지 못했던 수학 문제를 두고 머리를 쥐어 뜯었던 이후로 처음이었던 듯 하다. 나는 왜 엄마인데 이런 것도 못할까. 왜 모유는 나오지 않는 걸까.
그런 생각에 누워있다 벌떡 일어나 가슴을 양 손으로 부여잡고 쥐어 짜기 시작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이런 행동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막힌 유선을 건드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고 한다.) 아마도 그때 나온 초유보다 눈물이 더 많았을 거다. 한 시간 넘게 유축을 해도 10ml도 안됐다. 가슴은 점점 더 불어왔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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