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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Jun 21. 2019

크라운해태 키즈뮤지엄 다녀오고 "과자가 싫어졌다"

'아이와 함께 좋은 시간 보내고 왔어요~(min****) 놀 거리가 많아서 알찼던 곳!(323****) 왜 좋은 후기가 많은지 가보니 알겠더라고요(abc***) 가까운 곳에 이렇게 좋은 곳이!(mam****)'


회사에 다니는 아빠 엄마 때문에 평일에는 학원을 전전하는 아이가 안타까워 아이와 온종일 시간을 보낼 심산으로 하루 휴가를 냈어요. 아이와 뭘 하며 시간을 보낼까 찾아보다 눈에 띈 것이 있었으니 바로 '크라운해태 키즈뮤지엄'이었답니다.


크라운해태 키즈뮤지엄은 과자 전문 제조업체로 유명한 크라운해태에서 아이들을 위해 마련한 체험관으로 서울 용산구 크라운해태 본사에 있어요. 소개글을 읽어보니 '이탈리아와 미국 등 구성주의 철학에 기초한 세계 여러나라의 레지오 에밀리아 유아학교'에서 영감을 받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유형의 체험 공간'이라고 하더군요.


솔직히 모르는 단어가 많았지만 어쨌든 교육 선진국을 본 따 만든 체험 공간이라고 해석이 되더군요. 게다가 거리도 가깝고 다녀온 엄마 아빠들의 후기도 좋아서 이곳으로 가기로 결정했죠.


(*참고로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이란, 이탈리아 유치원에서 시작한 교육법으로 장·단기간의 프로젝트에 기반한 발현적 교육법, 상징적 표현에 의한 창의성 증진, 아동의 자율성, 부모와 교사 아동 지역공동체의 유기적 관계를 강조하는 것을 말한다고 하네요. 아동을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풍부한 존재로서 가정하며 프로젝트 단위로 아동들이 스스로 학습 주제를 선정하고 자유롭게 토의하는 등 자발적인 수업의 주체가 되도록 한다고 합니다.)


입장권은 개인 기준 어린이 1만원, 어른 4000원인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구매하니 조금 더 저렴했어요. 그렇게 후기를 믿고 휴가까지 써서 기대감을 한~껏 안고 찾은 크라운해태 키즈뮤지엄이었는데 나올 때는 '실망감'을 가득 안고 왔답니다.


제가 얼마나 실망했으면 그 뒤로 마트나 편의점에서 과자를 살 일이 있을 때 이 회사 과자는 될 수 있으면 사지 않아요. 일단 크라운해태가 키즈뮤지엄을 만든 이유는 자사 제품 홍보 효과도 있겠지만 주요 고객인 아이들을 위한 선물이라는 의미도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그런 의도 치고는 너무 관리가 안 돼 있어서 불쾌한 생각마저 들었어요.


당장 체험 기구나 장난감, 화장실 청결상태가 좋지 않았고요. 나름 규모가 있는데다 어린이집에서 단체 체험도 많이 오는데 상주 직원이 고작 4명 밖에 없더군요. 그 4명의 직원이 키즈뮤지엄의 주요 수입원(입장권 외 과자 만들기 체험은 따로 1만원을 내야 해요) 중 하나로 보이는 크라운해태 제품을 이용한 '과자 만들기' 체험실에 들어가 있다 보니 매표소와 각 다른 체험영역에는 선생님이나 직원이 없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체험해야 할지 처음엔 조금 난감하더라고요. (직원들은 매우 친절했어요!)


앞서 살펴봤듯 '크라운해태 키즈뮤지엄이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법을 본따 만든 곳이라서 아이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하기도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간략한 설명 정도는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각종 사고나 놀잇감 관리를 위해서라도 체험관 상주 선생님 몇 분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특히 △키네틱아트와 △바람과학연구소 만이라도 말이죠.


아이들이 다칠 수 있을 법한 위험한 요소들도 보였는데요. 암벽등반 영역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제작한 게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암벽의 각도가 매우 가파르고 볼더(발을 딛는 설치물)가 딱딱해 아이들이 발을 다치지 않을까 걱정됐어요. 그럴듯하게 흉내만 내놓은 거죠. 또 키네틱 아트 영역과 복도를 나누기 위해 설치한 가드에 아이들이 발에 걸려 넘어지기 십상일 것 같아요. (저 역시 발에 걸려 넘어져 매우 아팠답니다ㅠㅠ)


또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놀이 테마(무려 10개 영역)를 마구 구겨 놓은 느낌이 들어서 오히려 정신이 없어 보였답니다.


마지막으로 크라운해태 뮤지엄의 백미로 꼽히는 '과자집 만들기'는 1만원이라는 추가 비용을 내야 할 수 있는 체험인데요. 과연 이 과자집을 1만원이나 주고 만들어야 하는지도 의문이고 그렇게 만든 과자집을 어떻게 처치해야 할지도 매우 난감했답니다. 공기와 접촉해 눅눅한 과자를 누가 먹어야 할지.. (물론 아이가 만들기 하면서 즐거워하니 그걸로 됐다 싶으면서도..) 제가 보기엔 돈을 더 벌기 위한 상술로만 보이는 건 왜일까요.


결론적으로 회사가 소개한 '구성주의 철학에 기초한 세계 여러나라의 레지오 에밀리아 유아학교에서 영감을 받은 체험교실'은 매우 뻥튀기(?)가 심했다는 생각이고요. 크라운해태 뮤지엄이 꿈나무 아이들을 위해 회사에서 선물하는 마음으로 만든 곳이 아닐까 했던 건 저만의 매우 심한 착각이란 걸 깨달았어요. 과자를 팔아 돈을 버는 '과자 회사'의 정체성을 너무나도 극명하게 보여준, 돈벌이 수단을 위해 급급하게 만든 10년 전의 키즈카페 같은 곳이었답니다.


*해당 기사는 관련 업체로부터 어떤 대가나 혜택을 받지 않고 기자 본인이 직접 비용을 지불한 후 작성했습니다.


임성영 기자(영상제작=강은혜 AD)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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