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동생을 질투하는 아이
임신 5개월에 들어서자 눈에 띄게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다. 대체로 셋째 임신은 첫째, 둘째 아이에 비해 배가 빨리 커진다고 한다. 매일 엄마의 배 모양을 관찰하던 둘째 아이는 점점 앞으로 거대하게 튀어나오는 모습을 보고 꽤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첫째는 이미 한 번 경험해 봤다고 무덤덤하다)
이쯤부터 갑자기 둘째 아이의 응석받이가 시작됐다. 맞벌이 부모를 둔 탓에 할머니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왔던 둘째는 종일 엄마만 찾으며 울어댔다.
가정에서 교육과 훈육을 담당하고 있는 도깨비 엄마인 덕분에(?) 평소 엄마보단 아빠를 더 찾고 할머니 집에서 자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갑자기 엄마 바라기가 됐다. "내가 좋아? 언니가 좋아? 대박이가 좋아?" 혹은 "엄마, 세상에서 셋 중에 누가 제일 귀여워?"란 식의 안하던 질문을 귀에 박히도록 반복했다.
"엄마는 모두 다 똑같이 사랑하지"라고 대답하면 아이는 "동생이 태어나도 날 제일 예뻐해야돼" "동생을 미워할거야"라며 토라졌고 이런 대화는 핑퐁게임처럼 계속됐다.
대충 눈치챘겠지만 이런 아이의 행동은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은 셋째 아이를 향한 질투 때문이다. 부모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동생에게 쏠릴 것을 염려하는 것이다. 사실 둘째를 임신했을 때만 해도 첫째가 별다른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동생을 받아들였던 터라 이런 둘째 아이의 반응은 다소 당황스러웠다.
#10 동생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해
아이가 태어나지도 않은 동생을 질투한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간 출산 이후 더 심각한 상황과 마주할 수 있다. 예컨대 여태까지 대소변을 잘 가려온 아이가 갓난아기를 보고 속옷에 실수하거나 동생을 때리는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것 말이다.
아이를 때리거나 혼을 내 행동을 교정하려는 것은 오히려 반감만 키울 수 있다. '이제 언니(오빠)니까 의젓해져야지'란 식의 강요도 아이의 상처를 후벼 파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동생이 태어났다고 해서 먼저 태어난 아이가 갑자기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갑작스러운 동생의 등장으로 생기는 아이의 불안감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만큼 동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소한 일에도 칭찬을 해주고 엄마와 아빠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에 대해 반복적으로 얘기했다. 곧 태어날 동생이 부모의 사랑과 관심, 장난감 등을 뺏어가는 경쟁자가 아닌 가족이란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산부인과에 아이들과 동행해 꼬물꼬물 움직이는 셋째의 모습을 함께 보며 앞으로 펼쳐질 우리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아이의 걱정과 불안한 마음을 달래주기 위한 엄마 아빠의 노력이 어느 순간부터인가 빛을 발한 것인지 차갑게 얼었던 아이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부모의 사랑을 확인하는 질문과 동생을 향한 미움을 표현하는 행동 모두 줄어들었다.
이런 평화가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아마도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셋째가 태어나면 다시 아이는 불안감에 찌든 행동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아이가 둘일 때도 모두 똑같이 사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었는데 셋으로 늘어나면 얼마나 힘들까. 시소의 균형을 맞추듯 세 아이 사이에서 누구 하나 상처를 받지 않도록 계속해서 노력하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진심은 통하겠지'란 생각으로..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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