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All리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리브노트 Aug 13. 2018

들어갈 때 나갈 때 다른 인스타 핫플 '레스케이프 호텔

'진짜 프랑스 귀족의 성을 본 듯했다' vs '흉내 내려고 노력은 했으나 짝퉁티가 난다'


지난달 서울 중구에 문을 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야심작 '레스케이프 호텔'에 대한 엇갈린 평가예요. 이렇게 극과 극의 평가가 이어지면서 이 호텔은 하나는 확실히 잡았습니다. '세간의 관심' 말이죠.


이슈가 되다 보니 궁금해서라도 굳이 이곳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남대문 시장에 들렀다가 멀리서 이 호텔의 간판을 보고 누구의 평가가 맞는지 확인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불구불 시장 골목을 지나 오르막길을 오르니 호텔 정문이 보이더군요. 대기업에서 만든 호텔치고는 아담한 정문을 보고 아무래도 '짝퉁티'가 난다는 후자의 평가 쪽으로 제 마음은 기울었습니다.            

정문을 들어서니 화려한 꽃 장식과 금장 전신 거울이 눈앞에 들어왔어요. 마치 '제발 제 앞에서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려주세요'라는 느낌을 받았죠. 실제로 많은 분들이 거셀(거울셀카)을 시도하고 있었어요. 시장에 갈 참으로 껄렁껄렁하게 갔던 저는 예쁜 배경 사진으로 남겼죠.            

갑작스럽게 숙박을 할 순 없으니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며 분위기를 염탐해 보기로 했어요. 7층에 '르 살롱 바이 메종엠오'와 '헬 카페'가 있더라고요.


엘리베이터도 신경을 많이 썼더군요. 어두운 원목에 귀족 부인들의 스케치가 쭉~ 그려져 있었는데 여기서 놀라운 건 엘리베이터 안내 멘트였어요. 보통 우리말로 안내한 후 영어가 나오는데 이곳은 우리말 안내 이후 프랑스어가 나오더군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ㅎㅎ            

7층에 내리니 역시나 멋진 꽃 장식이 반겨주네요. 참고로 이 호텔에서 본 꽃들은 모두 생화였어요. 결혼한 분들은 아시겠지만 생화 장식이 얼마나 비싼 줄 아시죠? 생화가 시들면 금방 다른 꽃으로 바꿀 텐데 그 비용만 생각해도 어마어마할 것 같네요.            

호텔 곳곳의 장식과 인테리어가 모두 19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본 한 장면 같았어요. 저기 보이는 거울도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거울이 아니라 검은색 점이 찍혀 있는데요. 빈티지함을 살리기 위해 일부러 새긴 점이래요. 특색 있어 보였지만 제 눈엔 그냥 바람에 튄 검은 점 같았어요. (ㅋㅋ)            

두 곳의 카페 중 내부 인테리어가 더 마음에 드는 '르 살롱 바이 메종엠오'를 택했어요. 제가 오후 2시쯤 갔는데 대기만 7팀이라고 하더군요. 기다리길 싫어하기 때문에 그냥 갈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래도 기다리기로 했어요.


아치형의 카페 천장을 보자 유럽 어느 지하철 역사를 보는 듯했어요. 대학생 시절 배낭여행을 하면서 본 유럽의 지하철들은 역사 자체가 예술품인 곳이 많았거든요.            

한 시간을 기다려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여유롭게 다시 보니 어느 유럽의 성 정원의 터널형 풀숲 안에 앉아 차 한 잔 마시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벽지를 자세히 보면 나무와 새들이 보이고요. 스탠드 등에도 새들이 앉아 있어요. 제가 받은 느낌이 인테리어를 설계한 사람의 의도에 맞는지 모르겠지만, 모든 작품은 느끼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게 정답이니까요.            

가격은 예상했던 것만큼 비싸지는 않았어요. 신상 호텔에다가 프랑스 귀족의 성 콘셉트라고 해서 파리에 있는 특급호텔 수준의 가격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음료 가격은 1만원을 넘지 않았고요. 이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인 애프터눈 티는 1만8000원이었어요. 그런대로 괜찮은 가격이죠? 저는 이미 남대문시장에서 갈치조림을 한 그릇 뚝딱하고 왔기에 커피를 시켰어요. 헬커피가 워낙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하기에..            

동행자는 생강차를 시켰죠. 직원이 이렇게 두 잔을 가져다주는데 살짝 실망했어요. 요즘 일반 카페만 해도 사진을 마구 찍고 싶게 만드는 데커레이션으로 구미를 당기잖아요? 그런데 사진으로 보이듯 뭔가 굉장히 담백하죠. 고급스러운 스테이크를 먹다가 갑자기 깍두기로 입가심을 하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ㅎㅎ


그런데 커피를 한 잔 마시는 순간 "헉!" 했죠. 쌍 엄지 척이 바로 올라오는 그 맛~! 저는 사실 커피에 대해 아주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카페 투어를 하면서 수없이 먹어본 경험 덕에 맛이 있는지 없는지 정도는 구분할 줄 알거든요. 헬커피는 부드럽고 고소한데 풍미가 강해 입안에 확~ 퍼지더군요. 끝 맛까지 담백한 그런 커피였어요. 국내에서 마셨던 커피 중에선 정말 갑 오브 갑, ㅇㅈ!!!            

화장실에 가려다가 '라이브러리'라는 이정표를 보고 마치 뭐에 홀린 듯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와~'하고 놀랐어요. 원목과 그린, 골드라는 최상의 컬러 조합으로 꾸며진 서재가 눈앞에 펼쳐졌거든요. 소파에 앉아 있으니 그동안 손에서 너~무 놓았던 책이 너무너무 읽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책장에 꽂힌 책 하나를 들었다가 조용히 다시 내려놨어요. 모두 원서더라고요. (ㅋㅋ)            

서재를 뒤로하고 제 목적지였던 화장실로 향했죠. 이 호텔은 층마다 콘셉트가 다른 것 같아요. 여긴 7층 화장실인데 아까 서재와 마찬가지로 원목과 그린, 골드 컬러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차분하면서도 고급스럽게 꾸몄더라고요.            

정말 마음에 들었던 화장실 백조 모양의 수전이에요. 어떻게 수전을 백조로 만들 수 있는지 정말 예술가들의 창의성은 대단해요!!            

참고로 6층엔 중식당이 있어서 그런지 중국풍으로 인테리어를 해뒀더라고요. 옥색과 붉은색, 골드가 조화를 이루게 말이죠. 수전 역시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용' 모양이었어요.            

숙박을 하지 않아 룸 컨디션은 모르지만 이렇게 슬~쩍 둘러본 결과 저는 혹평보다는 호평에 가깝네요. 솔직히 말해 도시 전체적인 분위기도 한몫하는 파리의 유서 깊고 고급스러운 호텔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나라 안에서는 이런 특색 있는 호텔을 찾아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니까요. 직원들도 친절했고 무엇보다 커피 맛과 화장실 인테리어가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레스케이프 호텔에서 묵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제게 레스케이프 호텔은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른 곳이었습니다!


*해당 기사는 관련 업체로부터 어떤 대가나 혜택을 받지 않고 기자 본인이 직접 비용을 지불 한 후 작성했습니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저작권자 © 올리브노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와 갈만한 '가성비甲' 워터파크는 어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