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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돈?'..어린이집도 비리 의혹은 마찬가지

by 올리브노트

"어머님, 다음 학기에 아이 어린이집을 옮기는 게 어떠세요? 그 좋던 원장 선생님이 변했어요. 아이들 교구랑 교재를 절대 안 바꿔 주는 건 물론이고 점심이랑 간식도 점점 줄이고 있어요. 분명 정부가 주는 보조금은 늘어나고 있는데도 말이에요. 아이를 위해서 가능한 빨리 어린이집을 옮기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전북 전주에 사는 최란희(34세) 씨는 3년 전 이맘때 1년 6개월간 아이를 자식처럼 키워줬던 어린이집 담임 교사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당장에라도 원장에게 항의하고 싶었지만 혹시나 아이에게, 담임 교사에게 해가 될까 아무렇지 않은척하며 조용히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겨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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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 유치원 비리 사태'로 인한 의혹의 시선이 유치원에서 어린이집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어린이집의 심각한 비리와 도덕적 해이를 폭로하는 증언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관심이 고조된 이 시점에서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유치원은 물론 어린이집 등 기관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관련 문제가 앞으로도 해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어린이집 유치원보다 관리·감독 타이트 하지만 허점 있어"

유치원은 교육부,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관할이지만 두 곳 모두 누리과정을 명목으로 매달 정부의 지원금을 받습니다.


사립 유치원은 원아 한 명당 한 달에 누리과정 지원금 22만원, 방과후 활동 지원비 7만원에 교사 처우 개선비 등을 지원받고요. 사립 어린이집도 연령에 따라 다르지만 매달 원아당 20만원 이상의 정부 지원금을 받습니다.

지원금은 얼추 비슷한데 관리 감독 면에선 차이가 있습니다. 어린이집은 유치원보다 더 촘촘하게 감사받고 있죠.


복지부는 매년 최소 2차례 각 지방자치단체와 어린이집에 대한 합동점검을 하고 있는데요. 부정수급으로 운영정지나 시설폐쇄, 과징금 처분을 받은 어린이집은 실명을 달아 '어린이집정보공개포털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점검을 통해 위반 내용이 밝혀진 어린이집은 117곳입니다.

2724_7191_3318.jpg 어린이집정보공개포털에 들어가면 법을 위반한 어린이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조사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게 허점으로 꼽힙니다. 복지부는 전국 어린이집 4만여 곳 가운데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3500여 곳만 뽑아서 조사하죠. 전국의 어린이집수가 너무 많아 어쩔 수 없이 전수조사를 선택했겠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의 수가 많아 더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적발한 어린이집의 명단도 모두 공개하지 않습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내부 규정상 영유아 생명에 큰 영향을 미쳤거나 아동학대 등의 위반을 한 경우에 한해 공개를 한다"며 "행정지도나 시정명령 등 가벼운 처분을 받은 곳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특별활동비에 대한 조사에도 문제가 있는데요. 복지부는 어린이집은 지자체가 정한 상한액을 넘을 수 없도록 돼 있어 유치원에 비해 비리를 저지를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일부 어린이집에서 상한액 이상의 특활비를 학부모들에게 따로 걷는 것이 알려지면서 문제가 된 바 있습니다.


◇전문가 "문제 해결 위해 국가회계관리시스템 전방위 도입 필요"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회계시스템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민간 어린이집과 사립 유치원도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처럼 국가회계관리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이용하도록 하면 된다는 건데요. 그러면 인건비와 급식비 등 모든 항목을 정부가 세세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민간 어린이집과 사립 유치원은 민간에 위탁해서 만든 회계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외부 회계 대행사를 이용하고 있는 데다 예·결산 '총액'만을 복지부에 보고합니다. 그러니 자금의 출처가 어디고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세세하게 확인하기 어렵죠.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에듀파인을 사립 유치원에도 확대 적용하는 방침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일부 학부모들은 사립 유치원뿐만 아니라 민간 어린이집에도 에듀파인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학부모 A씨는 "문제가 사립 유치원에서 발생하다 보니 거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며 "민간 어린이집도 국가회계관리시스템을 적용하고 규제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영유아보육법을 개정해 지원금 형식으로 나가고 있는 정부 자금을 '보조금'으로 바꿔 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경우 횡령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번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리 척결을 위해 영유아보육법 개정과 시민감사관제도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2724_7192_2559.jpg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원장에게 '원아=돈' 인식 강해.."이번에 해결 못하면 비리 근절 어려울 것"

보육·교육 업계에 대한 비난이 들끓자 업계 내부적으로 자정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최근 들어 퇴색한 참 보육과 교육에 대해 상기하며 업계 자체적으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또 유치원과 어린이집 일선 교사들 사이에선 이번 기회에 정부가 일부 원장들의 잘못된 생각을 확실히 바꾸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10년째 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원장들에게 유치원은 자손에게 대대손손 물려주는 사업체"라면서 "유치원을 사고팔 때 원아 한 명당 가격을 매겨 파는 것, 아이가 즉 돈이라는 개념이 이 바닥의 현실"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어린이집도 비슷한 상황"이라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진 지금 문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원장들은 바뀌지 않을 거고 그들의 자손이 이어가는 보육·교육업계의 모든 문제도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 어린이집 원장은 "순간의 판단이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을 일으킨다"면서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의 배운 것과 마음가짐을 매 순간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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