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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노트 Oct 19. 2018

저출산 극복 위한 '영유아 보건서비스' 개선 시급

낳기만 하면 끝?

"저희 아이는 땅콩 알레르기가 있습니다. 생후 18개월 때 어린이집에 처음 보냈다가 아나필락시스 쇼크(특정 항원에 접촉된 후 수분에서 수시간 내에 발생하는 과민성 쇼크 증상)가 와서 응급실에 간 후 알게 됐죠. 조금만 늦었다면 아이는 생명을 잃었을 수도 있어요. 그 뒤로 어린이집에 보낼 때 도시락부터 간식까지 일일이 챙기고 있습니다.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정부 정책이 있나 살펴봤지만 없는 실정이라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입니다"(ID h600****)


국내 영유아 보건의료 공공서비스가 양과 질 모두 턱 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빠른 시일 내에 선진국과 같이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영유아 공공 건강관리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양육 환경이 개선됨에 따라 저출산 문제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다.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지역사회 양육 및 보건의료 기관 협력체계 구축 방안'에 대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사진=김은정 기자)

◇영유아 보건의료정책, 건강검진 비용 지원이 유일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육아정책연구소와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 주최로 '영유아의 건강한 출발을 위한 지역사회 양육 및 보건의료 기관 협력체계 구축 방안'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육아정책연구소는 영유아 자녀를 둔 어머니 1000명을 대상으로 자녀 양육 시 관련 서비스 이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서 '거주 지역의 보건의료 기관이 충분했는가'라는 질문에 △보통이다가 45.8%로 가장 많았고 △그렇지 않다가 28.1%로 뒤를 이었다. △그렇다(16.7%) △전혀 그렇지 않다 (7.5%) 매우 그렇다(1.9%)의 순이었다. 보통이라고 느낀 사람을 제외하면 만족한 경우(18.6%)보다 만족하지 못한 경우(35.6%)가 두 배가량 많았다.


부모들이 원하는 육아와 보건의료 연계 서비스는 어떤 것일까. 이 질문에 △거주지역에 양육상담과 보건의료 상담을 같은 공간에서 받을 수 있는 육아모자보건지소 설립 답변이 24.2%로 가장 많았다. △어린이집·유치원을 중심으로 인근 양육 관련 서비스 제공기관과 보건의료 서비스기관의 연계(24.1%) △간호사가 가정에 방문해 양육정보와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17.2%) △어린이집·유치원에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건교사 지원(15.8%)이 그 뒤를 이었다.


현재 정부가 만 6세 미만의 영유아에게 제공하는 보건의료 정책은 건강검진 비용 지원이 유일하다. 생후 4개월부터 66개월까지 총 7회에 한해 소아과에서 시청각 문진과 진찰을 받고 신체계측을 받을 수 있다.


이 검진은 시각과 청각 등의 발달 이상과 치아우식증 등의 질환을 가려내기 위한 것으로 소아당뇨나 식품알레르기 등 아이가 성인이 된 후의 건강까지 영향을 미치는 질환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아내기 어렵다. 그래서 병이 악화된 이후 발견하거나 위급상황이 처해야만 질환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강은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팀장은 "이번 조사에서 영유아 보건의료 서비스에 대한 부모들의 요구가 강하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그나마 지금 있는 공공서비스도 홍보가 되지 않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임신기부터 산모들에게 관련 정책과 공공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소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유아 건강검진을 받는 어린이

◇복지 선진국 핀란드 '아이에서 어른까지 세세한 건강 관리'

토론회에선 선진국들의 영유아 보건의료 서비스 사례도 소개됐다.


일본은 아이가 태어난 후부터 정부가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일본은 지난해 4월 모자보건법을 개정하면서 '육아세대 포괄 지원센터(모자건강 포괄 지원센터)'를 전국 1106곳에 설치했다.


임신기부터 양육기로 갈 때까지 임산부와 유아, 양쪽 모두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임산부와 영유아의 건강 상태를 파악해 임신, 출산, 육아에 관한 각종 상담을 진행하고 양육지원기관 및 의료기관에 연계해준다.


복지 선진국으로 꼽히는 핀란드에선 0~6세 영유아를 주기적으로 검진할 뿐만 아니라 모자가 한 곳에서 검진받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산모는 어린이보건소 '네오볼라(neuvola)'에서 기본적인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는 물론 초음파검사, 자궁검사, 기형아검사, 심전도검사, 간기능검사 등 임산부 건강검진을 무료로 받는다.


출산 후 아이의 건강관리도 같은 곳에서 이뤄진다. 아이는 1년 동안 한 달에 한 번, 한 살부터 학교 입학 전까지는 매년 정기 검진을 받는다. 그림 그리기를 통한 심리검사, 발음을 집중적으로 검토하는 언어력 검사, 시력검사 및 전반적인 신체발달 검사 등 각종 검사가 몇 시간에 걸쳐 무척 세세하게 이뤄진다.


우리나라에도 모자보건사업이 있지만 일본과 핀란드에 비교하면 굉장히 간소한 것이 사실이다. 보건소를 방문하는 임산부에게 보건수첩과 엽산제, 철분제 등 영양제를 제공하는 정도다.            

◇전문가 "저출산 해결 위해 체계적 통합적 영유아 보건의료 서비스 필요"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임산부와 신생아의 정보 등록을 통한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임신·출산 전문인력을 배치해 임산부의 산전·산후 건강관리와 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견해다. 이처럼 모자보건사업을 확대 개편하기 위해선 연간 263억원 가량의 예산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손문금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 출산정책과장은 "우리나라 부모들은 육아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는 반면 손을 벌릴 수 있는 곳은 배우자나 친인척 정도인 것이 문제"라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자녀정책뿐만 아니라 임산부, 아이의 건강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해서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영유아가 오랜 시간 머무르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그중 하나다. 지금은 임산부와 영유아가 보건소를 찾아가야 하는 구조이지만 이를 바꿔 보건소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찾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더 많은 이들이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모바일 앱을 활용해 보건소나 가정, 어린이집·유치원에서 아동의 건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보건수업이나 영양수업 등과 연계해 다양한 영유아 교육이 가능하다"며 "이런 영유아 교육으로 아동 질환에 대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부담이 줄 뿐만 아니라 부모의 걱정도 크게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ejkim@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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