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님이, 예비 대딩으로 진화(?)하다
다사다난한 1년이 지나고 삼님이는 예비 대학생이 되었다.
수능을 폭싹 망했으나 수리논술로 기사회생하여 입시를 마친 삼님이는, 아쉬운 마음에 한 해 더 해볼 거냐는 아빠의 권유에 싫은데 내가 왜?를 외치고 마음껏 자고 놀고 인생을 즐기고 있다.
가급적 순수 공대는 안 갔으면 좋겠다, 진짜 안 맞는 거 같다는 내 조언은 무시하고 원서 6장 중 3장을 호기있게 공대로 쓴 삼님이는 뜨게질은 배워도 AI는 관심없는 모습으로 나를 기함하게 했고 ("세상 어느 공대생이 뜨게질에는 관심있는데 기술의 발전에는 관심이 없니? 너 공대 원서는 대체 왜 쓴 거니?"), 결국 붙은 학교 중 공학 전공은 가지 않겠다 정했다.
"엄마, 나 면허증 나오는 데 갈래. 안정적인 게 좋아."
본인은 결과에 만족하니 참으로 다행이랄까. 그런데 전직 삼님. 이제는 예비 대딩아. 기왕이면 원서 쓸 때 그러지 그랬니 그랬으면 너도 나도 참 행복했을 거 같은데.
나는 내가 입시에 과몰입하지 않은 줄 알았다.
주변에서도 입시가 코 앞인데 멀쩡해 보인다 신기하다 할 정도였고, 평소 내가 자주 한 말이 '내 인생도 아닌데 안달하지 말자, 결국은 자기 인생이니 자기가 해야지.'였기 때문에.
그런데 입시 끝나고 합격 발표 나니 두어 달은 만사가 귀찮았다. 어딘가 익숙한 증상이라 곰곰히 생각하다 깨달았다. 이 긴장이 확 풀렸구나. 생각보다 내가 입시에 몰입했구나.
학교 다닐 때, 회사 다닐 때 나는 늘 주말이나 휴가에 몰아서 아팠다. 때로는 그게 억울했다. 아니 기왕 아플 거면 평일에 아프면 얼마나 좋아. 왜 맨날 할 일 있으면 멀쩡하다 쉬어야지 놀아야지 하면 몸이 확 퍼지는 건데? 무의식적으로 그러는 거면 내 무의식 미친 거 아냐?
아 사람 변하지 않네 새삼 느끼고 두어 달을 최대한 빈둥거렸다. 정신 차릴 때까진 집 굴러갈 정도만 하자 생각하면서.
그래도 두어 달 그러고 3월 개학이 다가오니 사람처럼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행이다.
이제 고등학생은 하나 남았다.
어차피 자기가 하는 거고, 내가 해줄 건 밥 먹어라 약 먹어라 잠 좀 자라 일어나라 잔소리 잔소리 따라다니다 (그게 전체 잔소리의 반이라 문제다. ADHD 약의 효과가 가끔씩 의심스러운데, 이러다 애도 나도 깜박해 안 먹은 날은 아 약효 있는 거 맞네 실감한다) 엄마 엄마 내 말 좀 들어봐 하면 들으면 주억주억 하다 의견 주는 게 대부분이지만 그것만으로도 피곤한 2년이겠지.
요 몇 달 게을게을 뺀질뺀질해진 고딩이를 가급적 평정심을 잃지 않고 보고, 부르면 함께 있어줄 수 있는 부모는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이 입시가 끝나면 그 때도 늘어지려나.
체력 단련 겸 운동 좀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