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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OSIL Aug 15. 2024

나는 솔로여행을 떠난다

나는솔로여행- 내맘대로 인도네시아(1)

처음부터 혼자 여행을 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올해 초 가보지 않은 나라에 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었고, 전부터 가고 싶었던 '좀블랑 동굴' '브로모화산' 등  임팩트있는 자연이 많은 인도네시아에 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무엇보다 직장인의 귀한 여름휴가를 잘 보내는 것이 우선이었다.

예고) 브로모화산과 좀블랑동굴

문제는, 늘 같이 여행가던 멤버들이 각자의 사정과 일로 바빠 일정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 인도네시아 여행에 관심을 보였던 한 친구는 '좀블랑 동굴'을 찾아보더니 40미터(!)를 줄타고 내려가야 한다는 사실에 그만 포기했다.

아- 이제 여행 일정과 취향을 맞추기가 너무 어려운 나이를 지나고 있구나.


혼자 여행이 싫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좋은 경험과 음식을 친구와 나눌 수 있는 여행이 확실히 재밌긴 하지. 그렇다고 가고싶은 여행을 포기할 만큼은 아니니까, 혼자라도 가기로 했다.

이왕 하는거 제대로 '솔로여행'을 해보자.
앞으로 이런 솔로 여행이 더 많아질 것이니,
혼자 즐길 수 있는 노하우를 쌓아보자.


아직 가보지 않은 나라, 인도네시아.

큰 섬들로 구성된 인도네시아가 이렇게 큰 나라일 줄은 전엔 몰랐다. 여행 준비를 하면서 찾아보면 볼수록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이 생기는 법. 안 가본 발리도 가야 하고, 브로모 화산 옆 이젠화산도 가고 싶고... 또 왜이렇게 일출을 봐야 하는 곳들이 많은 건지. 직장인의 하루하루 아까운 짧은 여행에는 이동시간이 적은 곳이 최고라는 신념(?)이 있었는데, 어쩔수 없이 엄청난 이동을 하는 빡센 여행이 되어 버렸다.

내맘대로 하는 솔로여행이니까,
하고 싶은 건 해야지!


결국 열흘 동안, 자카르타 IN -(국내선)- 족자카르타 -(기차+버스 6시간) - 말랑 - (버스+배 12시간) - 발리 OUT 이라는 빡센 루트에, 족자카르타 사원 일출 투어, 브로모화산 일출 투어, 발리 바투르 일출 트레킹까지 밤 혹은 꼭두새벽출발 투어 3번을 하게 되었다. 브로모화산+이젠화산 무박 3일(!) 투어를 하면서 발리로 넘어가는 원래 계획대로라면 더 엄청났겠지만, 다행히(?) 이젠화산이 입산 금지로 투어가 취소되었다. (12시간 나이트버스로 변경.ㅎㅎ)

구글로 보는 이번 여행 코스

과연 휴가가 맞는지 의심되는 여행일정이지만-

어떡해! 하고싶은 걸.


여기서 혼자 여행이 좋은 점 하나.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남을 신경안쓰는 성격이라면 이게 장점이 아닐 수 있을텐데, 나같은 눈치병 수준의 INFP에겐 중요하다. 만약 누군가와 함께 했다면 빡센 건 물어보지도 않고 포기하거나, 설득하더라도 미안해하면서 전전긍긍했을 것이다. 취향이 찰떡같이 잘맞는 친구라면 행운이겠지만, 그게 쉽나. 조금씩은 하고 싶은 것이 다르고 만족도도 다를 수 밖에 없다.

여행지를 취향껏 오롯이 즐기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혼자 여행이 좋을 수 있다. 나처럼 빡세고 이상하더라도 많은 경험을 하는 여행을 해도 되고, 늘어지는 것을 좋아한다면 아무것도 안하는 여행을 해도 된다.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편한 것이 솔로 여행이다. 단, 외로움을 많이 탄다면 마음에도 안좋을 수 있음 주의. 그런 분들은 애초에 솔로여행을 하지 않으시겠지.


그렇게 내맘대로 하는 '나는솔로여행'이 시작되었다.


비행기는 밤에 출발해 자카르타에 아침에 도착했다. 자카르타에서 묵지 않고 족자카르타로 바로 국내선으로 이동하는데, 혹시나 이변이 생길까 4시간이나 텀을 두고 예약을 해뒀었다. 생각보다 입국수속이 빨라 시간이 3시간 반 남았다. 자카르타는 복잡한 대도시라 패스하지만, 세계 100대 카페라는 '바타비아 카페'는 가보고 싶었다. 안전 지향 솔로여행자로서 이런 경우엔 포기하고 공항에서 머무르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자꾸 아쉽네?

이번 여행 컨셉이 '하고싶은 건 하자'였지.
에라, 아쉬울 바엔 하자! 도전!

지금 시간 8시. 카페까지는 공항에서 30분 거리이고 9시에 오픈한다. 비행기시간이 11:30이니 30분 딱 커피를 마시고 10시까지 돌아오면 된다. 두근두근.

인도네시아 택시앱 고젝으로 택시를 불러 8시 30분에 카페가 있는 파타힐라 광장에 도착했다. 광장은 고풍스런 식민지 스타일 흰색 건물들로 둘러싸여 맑은 아침 햇살에 빛나고 있었다. 현지인 무슬림 소녀들 몇명이 이곳의 관광 아이템으로 보이는 형광색(!) 자전거를 타며 꺄르륵댔다. 귀엽고 아름다운 장면에 밤새 비행기를 탔지만 에너지가 솟아났다.

파타힐라 광장의 형광 자전거와 귀여운 소녀들
세계 100대 카페라는 바타비아 카페

30분 광장의 사람 구경을 하고 '바타비아카페' 1호 손님으로 들어갔다. 오픈런! 내부 역시 기대한대로 고풍스러운 장식과 분위기가 물씬, 백년 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은 공간이다.

1층은 저녁에 오면 bar 같은 분위기일듯
창가자리 차지한 1호 오픈런 손님.

2층에 광장이 내다보이는 창가자리에서 친절한 직원분에게 카페라떼와 에그타르트를 주문했다. 독특한 잔에 담긴 카페라떼는 고소~하니 커피 강국 인도네시아에서의 첫 커피 다웠다. 이 집 후기에 음식은 크게 기대말라는 걸 본 것 같은데 에그타르트는 왤케 부드러워? 캬~ 귀여운 소녀들이 자전거를 타는 광장을 보며 맛있는 걸 먹으니 행복이란 이런 것이구나 싶다. 안왔으면 어쩔 뻔 했어!

커피, 에그타르트 대성공!

행복한 인생을 살려면 작은 행복을 자주 만들라고 했던가. 작은 도전을 해보고 기대 이상의 좋은 경험을 얻을때 행복해지는구나. 나이 들수록 리스크 감수하는 걸 잘 안하게 되는데, 그래서 어른들이 덜 행복한 건가봐.

딱 30분. 딱 만족스럽고 쪼끔 아쉬움이 들때 카페를 나와 택시를 탔다. 유명한 자카르타 트래픽과 탑승 수속의 줄 때문에 솔직히 쫄렸지만 무사히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작은 배낭을 챙긴 덕에 이런 시도가 가능한듯!


만약, 운나쁘게 트래픽에 걸려 비행기를 놓쳤다면 어땠을까? 내가 느꼈던 행복감이 '괜히 도전했어!'라는 후회로 바뀌었을까?

에이, 뭐 다음 비행기 구해서 타면 되지.
1명 표 쯤 금방 구할 수 있으니까.
혼자니까 괜찮아.


이런 도전도 혼자여서 더 쉽게 할 수 있는 셈이다.

혼자서 행복해질 수 있는 법을 조금씩 쌓아간다. 더 단단해지는 기분.


무사히, 나는 솔로로 족자카르타에 도착했다.

행복감이 가득한 채로.

족자카르타 가는 국내선에서 보는 화산이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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