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저는 22년 지기 친구와 관계를 정리하고 부부로 다시 시작한 지 4년에
37개월 아들, 17개월 딸을 둔 '여자'입니다.
결혼 전까지는 무대대본을 주로 쓰던 작가였고
통장에 잔고가 생기면 카메라와 캐리어 들고 여행을 떠나거나 봉사활동을 다니곤 했습니다.
그래서 남은 게 사진과 글입니다. 그렇게 남긴, 그리고 지금도 남기고 있는 사진과 글들을 이 공간에 보관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친한 이들 이외에는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는데
현재 저는 유방암 완치를 기다리며 1년에 2번 정기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2012년 큰 아이를 낳고 왼쪽만 모유가 나오지 않아 검사하던 중에 왼쪽 가슴에서 1.2cm의 종양을 발견한 뒤
제대로 젖을 먹여보지도 못하고 젖 끊는 약을 먹고 아기 낳은지 한 달만에 수술을 했습니다.
전이가 발견되지 않아 종양만 꺼내고 절제하진 않았지만
'암'이라는 것은 30대 초반에 '죽음'을 실감하게 해주었습니다. '죽음'은 70 혹은 80대쯤 올 거라고 당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오늘 안에도, 언제든 내게 생길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하루하루가 매일 받는 '선물' 같습니다.
물론 육아는 고되고 짜증 나고 지칠 때도 많지만 이렇게 죽지 않고 살아서
손을 잡고 살을 맞대고 눈을 맞추며 얘기할 수 있는 하루에 큰 위안을 얻습니다.
임신하면 호르몬 영향으로 암 재발 확률이 더 높아지기도 하고 호르몬 약은 태아에 위험해서
병원에서는 둘째 갖는 것은 권하지 않았고 신랑도 저도 계획하지 않았는데
갑작스럽게 둘째가 생겼을 때는 '생명'이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범위임을 깨달았습니다.
생명의 약속처럼 그렇게 둘째도 선물로 받았습니다.
살아있는 제 날 수가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지만
모르기 때문에 더 빼곡하게 '선물 같은 하루'를 살려고 합니다.
이 곳에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앞으로 올릴 사진과 글의 '겉'만 보이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이 공간의 사진과 글은 '선물'의 기록입니다.
제게 새 날을 선물로 주신 그분께 감사드립니다.
*이미지 출처: Getty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