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1. 회색빛머리
언젠가 엄마가 결혼식 날을 회상하면서 얘기했다.
웨딩 드레스를 입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누군가 멀리서 엄마를 향해 달려오는데
너무 멋있어서 누군가 봤더니 아빠였댄다.
아빠는 29살 결혼하는 날에도 새치가 많았다고 했다.
우리 아빠의 트레이드 마크는 '회색빛 머리'.
이제는 군산에 정착하신 아빠, 엄마를 보러 군산에 가는데
이 날은 아빠가 점심 먹고 걷자고 해서 벚꽃이 만발한 월명 공원을 걸으며
무뚝뚝한 부녀지간끼리 무뚝뚝한 대화를 간간이 주고받았다.
늘 자녀가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 주는 아빠는
내가 벚꽃 사진을 찍고 있자 아빠도 벚꽃과 하늘을 보면서 손으로 가장 좋은 그림의 구도를 보고 계셨다.
아빠를 대놓고 찍는 게 쑥스러워 뒤에서 조용히 풍경을 찍는 척 하면서 아빠를 찍었다.
아빠는 말씀이 별로 없지만
그 묵묵한 침묵에 많은 이야기가 있는 걸 느낄 수 있다.
어떤 누구는 아빠를 통해 하나님을 더 알아 가기도 한다는데
나는 반대로 하나님을 통해 몰랐던 아빠의 마음을 더 알아 가는 것 같다.
-090416 Thu
군산 월명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