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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통달 Apr 24. 2024

전여옥씨! 좌파는 70억원짜리 빌딩 사면 안되나요?

좌파로 살기 힘든 나라, 대한민국

대한민국에서는 좌파와 빨갱이와 공산주의와 전체주의가 같은 말로 인식된다. 좌파의 의미를 모르면서 별생각 없이 사용하는 것인지, 알고도 일부러 그렇게 사용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최근에는 좌파라는 단어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희석되었지만 예전까지 좌파라고 하면 뭔가 불온스럽고 북한과 가까운 용공분자스럽고 빨간색이 가득한 구호와 머리띠의 이미지가 그려졌다. 그랬다. 정치권과 소위 보수 언론들은 ‘좌파’라는 단어에 빨간색과 체제에 순응하지 않는 반항의 이미지를 가득 부어놓았다.  


좌파 김어준이 대표로 있는 '주식회사 딴지그룹'은 임차해 사용하던 충정로 인근의 부동산을 법인 명의로 매입했다.


좌파와 우파의 기원


좌파와 우파라는 용어는 프랑스 혁명 당시 국민의회의 의석 배치에서 유래되었다. 당시 의장석을 기준으로 왼쪽에 앉은 의원들은 급진적인 개혁을 주장하는 몽테뉴당이었고, 오른쪽에는 입헌군주제를 지지하는 지롱드당이 앉았다. 이처럼 좌우석에 앉은 의원들의 정치적 입장 차이를 따라 '좌파', '우파'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좌파와 우파의 구분은 프랑스 혁명 이후에도 계속해서 사용되었으며, 점차 사회 전반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입장을 가리키는 용어로 확대되어 일반적으로 좌파는 사회 변화와 평등을 추구하는 반면, 우파는 기존 질서와 사회 계층 유지를 지지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이념과는 큰 상관이 없는 민중들의 현재의 삶과 방향에 대한 정치적 입장의 차이인 것이다. (앗! ‘민중’이란 단어는 한국에서 좌파의 용어로 인식된다. 기분 나쁜 사람들은 가치중립적인 ‘국민’으로 읽으셔도 된다.)  


좌파와 우파의 특징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 보자. 경제적으로 좌파는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며 사회적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주장하고, 우파는 자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시장과 개인의 자유를 강조한다. 사회적으로 좌파는 국가의 역할에 기반하여 사회적 약자의 보호, 소수자의 권리 확대, 환경 보호를 주장하고, 우파는 기존의 사회질서에 기반한 경쟁과 자립을 강조한다. 


그럼 우리나라에서의 좌파와 우파의 의미는 어떻게 전개되어 왔을까? 한국전쟁 이후 남한과 북한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서의 좌파와 우파는 민족주의, 반공주의, 노동운동, 민주화 운동 등의 쟁점과 관련되어 구분되어 왔다. 최근에는 경제 정책, 사회 복지 정책, 남북 관계 등의 쟁점을 중심으로 좌파와 우파의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 


전여옥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지금은 좌파 재벌, 좌파 갑부 시대다. 좌파들이 돈을 엄청나게 버는 시대”라고 말하며 김어준씨의 부동산 매입을 비판했다.

 

너무나 쉽고 간편한 한국에서의 좌, 우파 구분법


돌이켜 보면 한국에서 좌파와 우파의 개념은 전통적인 의미에서 상당 부분 벗어나 우리나라만의 좌파, 우파의 의미로 변질되면서 단순해졌다. 민주당을 지지하면 좌파, 국민의힘을 지지하면 우파다. 북한을 좋게 보면 좌파, 김정은에게 욕을 하면 우파다. 삼성과 현대 등 재벌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내면 좌파, 재벌 회장들이 어떤 불법행위를 하더라도 마냥 칭송하고 우러러보면 우파다. 이승만을 비판하면 좌파, 영화 건국전쟁을 보고나서 감동하면 우파다. 조선일보를 욕하면 좌파, 그렇지 않으면 우파다. 참 쉽다. 


국가의 역할, 역사인식의 방법, 자유와 평등에 관한 인식, 사회 변화에 대한 입장은 좌파, 우파를 구분하는 기준이 되지 못한다. 우리나라에서 좌파, 우파를 구분하는 방법은 아주 단순하고 쉽다. 아주 딱딱 나누어져 명확하다 못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솔직히 민주당이 좌파 이념에 충실한 정당인지 국민의힘이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우파 정당인지 모르겠다. 조선일보가 우파적 이념에 기반한 언론이 아님은 알 사람은 다 안다. 역사적으로 이승만은 좌파, 우파로 나뉘어 논란이 될 것도 없이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 우리 헌법에 의해 ‘불의(不義)’로 규정된 인간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좌파와 우파가 단순하게 구분된 우리나라에서 좌파로 사는 것이 참 힘들다는 사실이다. 좌파로 구분된 정치인이나 시민들은 아주 빈번하게 ‘빨갱이’라는 소리도 들어야 하며, 최루탄 연기도 맡지 않은 세대의 40대 이하의 세대들은 ‘운동권’이라는 생뚱맞은 단어의 공격을 받기도 한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자고 하면 나라를 망치는 정치적 집단주의와 전체주의와 상통하는 포퓰리즘이라는 무시무시한 대통령의 ‘말씀’을 경청해야 한다.


소위 좌파 정치인들은 자산을 늘리기 위한 투자활동을 하면 안 된다. 금액적으로 규모가 큰 자산 거래도 하면 안 된다. 가난하게 살면 당연한 것이고 부유하게 살면 손가락질당한다. 특히 부동산 투자를 하면 큰일이 난다. 수익이 나든 수익이 나지 않든 좌파 정치인들은 부동산 투자를 하면 언론에 의해 조리돌림을 당하고 고개 숙이고 사과를 해야 한다. 하지만 우파 정치인들의 부동산 투자는 아무런 비판 없이 그럴 수 있는 일이라며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부동산 투자가 이렇게 비난받을 일인데 좌파 정치인의 가상화폐 투자는 법적 판단과는 별개로 곧바로 정치생명이 끝나는 엄청난 일이다. 하지만 우파 정치인의 가상화폐 투자 및 보유는 건전한 경제활동으로 간주된다. 



좌파 김어준의 부동산 매입과 우파 전여옥의 비판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는데도 욕을 먹는 것은 좌파 정치인들들뿐만 아니다. 좌파로 규정된 셀럽(유명인을 뜻하는 '셀러브리티(Celebrity)'를 줄인 말)도 욕을 얻어먹긴 마찬가지다. 김어준이란 사람이 있다. 대표적인 좌파 언론인 겸 유튜버다. 그가 대표로 있는 '주식회사 딴지그룹'은 임차해 사용하던 충정로 인근의 부동산을 법인 명의로 매입했다. 그러자 소위 우파 정치인이었던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지금은 좌파 재벌, 좌파 갑부 시대다. 좌파들이 돈을 엄청나게 버는 시대”라고 말했다. 


전여옥은 "김 씨가 이 건물에서 '나는 꼼수다'(나꼼수)부터 시작해서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이런 것을 공개 방송했다, 제가 예전에 충정로에서 방송했을 때 일부러 걸어서 광화문역까지 지하철 타러 자주 갔는데 그 당시 공개방송하는 걸 보고 좀 놀랐다. 백수 같은 20~40대 남녀들이 쭉 줄을 서서 있었다. 한창 일하고 돈 벌 때 아닌가. 제가 살아보니까 돈은 40대까지 벌어야 된다. 50대 이후에는 그 돈을 관리하는 것이다. 돈도 버는 시기가 있다. 근데 그 쨍쨍한 대낮에 김 씨 방송을 보러 왔더라. 요즘 권력과 호화생활, 명품, 외제차가 좌파들의 특징이 됐다. 김 씨도 명품만 입는다고 한다. 자택도 호화주택이다. 제 경험으로 사회주의 어쩌고 하는 사람들이 돈을 더 좋아하고 철저히 밝히더라"라고 말하며 김어준을 비판했다. 


우파 전여옥의 눈에는 좌파 김어준이 70억 원이 넘는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뜬금없이 좌파 김어준의 공개방송을 좋아하는 20~40대 남녀들은 우파 전여옥 인생 선배에 의해 백수로 취급되어 경제활동에 대한 조언을 들어야 한다. 김어준이 부동산을 매입한 팩트에 왜 전여옥은 김어준의 팬들을 백수로 만들고 권력과 호화생활, 명품과 외제차를 좌파들의 특징으로 규정할까? 추정컨대 전여옥은 그냥 김어준이 싫은 것이다. 더구나 자신이 보기에 백수 같은 팬들이 보내준 후원금으로 김어준이 70억 원의 부동산까지 매입하는 것이 꼴 보기 싫은 것이다. 전여옥 자신도 본인의 채널 화면에 후원계좌를 걸어 놓으면서 논리적으로 반박할 가치도 없는 옹알이에 가까운 언어들을 뱉어내고 있는 것이다. 


좌파는 가난하고 근검절약해야 하며 도덕적으로 깨끗해야 한다. 반면 우파는 가난해도 되고 부자라면 능력이 있어 더 좋다. 근검절약하면 도덕적으로 완벽해 보인다. 또한 호화생활을 해도 되고 명품이나 외제차를 소유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좌파는 살기가 참 힘들고 짜증 나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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