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폴라리스 1월호 '아이의 마음'
에디터 한순호
포토그래퍼 강봉형
아이들의 마음이야말로 부모들에게는 가장 탐구하고 싶은 영역이다. 두 아이의 아빠이자 심리학자인 그라면 아이의 마음을 좀 더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아빠 양육> <아이를 잘 키우는 16가지 심리법칙> 등의 저자 강현식 작가를 만나봤다.
‘두 아들의 아빠’가 저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단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올해 열 살, 일곱 살이 됐는데 처음 일을 시작할 때부터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 갖고자 직장에 들어가지 않고 개인적으로 일하는 걸 선택했어요. 그나마 화·수·목·금요일 저녁마다 고정적으로 하던 것이 심리 상담인데, 어느 날 아이가 아빠를 보고 싶어하며 울었다는 거예요. 사실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인생에서 얼마 안 되거든요. 그래서 올해는 수·목요일만 심리 상담을 하고, 내년에는 수요일만 고정적으로 하기로 했어요. 집에 좀 일찍 가서 아이들과 시간을 갖는 게 제 인생에서 어떤 일보다 중요해요.
사실 감정은 너무 주관적이고 모호해서 심리학에서 연구하기가 어려운 분야예요. 그래서 인지 발달의 경우 나라, 성별 등에 관계없는 체계적인 발달 이론이 정립돼 있지만 감정 발달 단계는 체계적으로 정리된 것이 없어요. 반대로 말하면 아이가 감정을 인식하고, 말로 표현하고, 통제하는 능력들은 부모와 아이를 둘러싼 환경에 따라 개별적으로 영향을 크게 받아요. 우리나라의 경우 정서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아 부모 개개인의 과제로 남겨져 있지만 서양의 경우에는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정서교육을 하고 있어요
기질에는 까다로운 기질, 순한 기질, 느린 기질이 있죠. 많은 부모들이 순한 기질의 아이를 원하지만 그건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에요. 또 둔한 부모가 애쓴다고 해서 까다로운 기질인 아이한테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어렵고요. 그렇다고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이 부모가 기질을 알고 최소한 비난만 하지 않는다면 까다로운 기질도 사회에 적응하는 기질로 어느 정도 바뀌어 가거든요. 부모도, 아이도 사람인지라 서로 포기할 건 포기하고 적응하게 돼 있어요. 그러나 까다로운 기질을 알아채지 못하고 “너는 별일이 아닌 것 가지고 왜 그러니?”라고 비난할 때 그게 상처가 되고, 대인관계까지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되죠. 비난만 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사회적으로 건강하게 적응돼요.
아뇨. 감정이 미숙하진 않아요. 다만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가 미숙한 거죠. 엄밀히 말해 감정은 신체 반응이에요. 그래서 심리학자들이 공포증을 치료할 때 신체 이완활동을 시켜요. 몸이 완전히 이완되면 무섭다는 감정을 느낄 수 없거든요. 완전히 이완된 상태에서 공포영화를 틀고, 몸이 경직되면 끄고 다시 이완, 그걸 반복하다 보면 공포영화를 보더라도 무섭지가 않아요. 공황장애 치료도 다 같은 원리예요. 그런데 신체 반응은 아이와 어른이 같아요. 아이도 감정을 느낄 때 심장이 뛰고, 혈압이 오르기도 하고, 어깨가 뭉치기도 하거든요. 즉 아이가 느끼는 감정은 어른과 같은데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표현하는 게 부족할 뿐이죠.
예를 들어 아이가 누군가와 싸웠을 때 “00가 너에게 잘못했구나. 그래서 너는 쟤를 싫어하는구나”와 같이 상대방을 향한 감정 인식이 아니라 “지금 많이 속상하겠구나”처럼 아이의 감정을 인식하는 방향으로 감정을 짚어주는 것이 좋아요. 대인관계에서 공격적이지 않는 방식으로 감정을 느끼고 인식하게 하는 거예요. 다음에는 사회적으로 상대방에게 수용되는 방향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훈련이 필요해요. 어른도 구분하기 쉽지 않지만 '속상하다, 슬프다, 기쁘다'는 감정의 인식이고, '때리고 싶다, 안고 싶다, 던지고 싶다'는 표현 방식이거든요. 아이에게 자기 감정을 느끼는 것과 표현 방식은 다르다는 걸 구분해주는 것이 중요한데 “그걸 00한테 어떻게 표현하고 싶니?”라고 분명하게 물으셔야 해요. 예를 들어 “네 마음은 지금 어때?”라고 물었을 때 “쟤를 때리고 싶어”라고 말하면 “그건 네 마음이 아니야. 기분이 어때?”라고 다시 물어주는 거예요. 그리고 “때리는 건 나쁜 거야. 가서 네가 얼마나 속상했는지 말해” 또는 “때리는 건 안 돼. 대신 00를 하자”라고 대안을 제시해주는 거죠.
어린아이들은 욕심이 많아요. “너 이거 할래?”라고 물으면 무조건 한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지나치게 욕심 내는 걸 부모가 조절해주고, 노는 시간을 확보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걸 하면 노는 시간이 줄어드는데 그래도 할 거야?”라고 한 번 물어봐주는 거죠. 초등학교 3학년 이후부터는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되 혹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는 않은지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해요. 만약 아이가 ‘할 수 있다’고 대답을 하더라도 말과 표정이 일치하는지를 살펴봐야 해요. ‘할 거야’라고 하면서 힘이 없어 보인다면, 힘든 걸 아이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거라고 볼 수 있죠. 산업화 사회에서는 공부 잘하는 사람이 성공했지만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정보화 사회에서는 행복한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에요. 아이가 꼭 원한다면 모르겠지만 아직 준비도 안 된 어린아이들을 억지로 책상에 앉혀서 학습을 시키는 건 공장에 보내서 노동을 시키는 것과 같아요.
아이에게 가정은 이 세상의 축소판이에요.
엄마, 아빠가 싸운다는 의미는
‘사람들이 날 미워할 수 있다’는 의미예요.
만약 아이 앞에서 싸웠다면 화해하는 걸 보여줘야 해요.
위계와 충분한 소통이 있는 가정이 정서적으로 건강한 가정이에요. 가정에 가장 상위 체계는 부부거든요. 그 다음 하위 체계가 부모와 자녀고, 가장 밑의 체계가 형제자매 간이에요. 건강한 가정은 부부끼리 의사결정을 하고, 밑으로 전달돼야 해요. 아이들이 제안할 수 있지만 결정은 부모가 하고, 책임도 부부가 지는 거죠. 그러면 아이들이 ‘내가 잘못해서 엄마, 아빠가 불행하다’는 생각을 안 가져요. 그러면서 충분히 소통이 가능해야 돼요. 부부, 형제자매 관계가 건강한 가정에는 대화가 있어요. 서로의 감정이나 생각을 인정해주는 거예요. 그렇게 된다면 갈등이 있더라도 해결할 수 있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건강하게 소통하는 걸 아이들이 배울 수도 있고요.
강현식 심리학자
사람이 좋아서 사람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심리학자로서 다양한 저술 활동과 강좌 및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빠가 된 이후로는 자녀 교육에서 심리학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아빠'라는 대표 직업에 충실하고 있다
강현식 심리학자와의 인터뷰 전문은 폴라리스 매거진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magazine.mypo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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