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준수 May 12. 2019

역시는 역시, 보라카이 (2/4)

보라카이 (2019.04.26 ~ 2019.04.30)


여행 계획은 세우지 않았지만 마음속 하나의 룰은 격일 액티비티, 격일 휴식이었다. 즉, 하루 액티비티를 하면 다음 날은 그냥 쉬는 게 목표였다. 첫째 날에 헬멧 다이빙을 했으니 둘째 날은 쉬는 게 맞다. 하지만 육체적인 활동이 많은 것도 아닌 액티비티였고 그마저도 딱 하나만 해서 쉬기엔 아까웠다.


일단 아침을 먹고 뭘 할지 정하기로 했다.


호텔 조식


조식은 메뉴가 거의 바뀌는 게 없었다. 입맛도 하루 사이에 바뀌는 게 아니니 먹었던 것을 거의 그대로 똑같이 먹었다.


식사를 하고 패들 보드를 타기로 결정했다. 패들 보드 대여료는 인당 40분에 500페소였다. 계획은 1시간을 타려고 했고 500페소로 흥정하려고 했다. 1시간 가격을 물어보니 600페소라고 해서 500페소 밖에 없다고 하니 그럼 40분이라고 역제시를 해서 할 말이 없었다. ^^;


물에 들어갈 거라 폰을 가져가지 않아서 아쉽게도 사진이 없다. 예전에 탔던 패들 보드에 비해서 보드가 더 컸다. 예전엔 일어서서 탈 줄 몰라서 그냥 엎드려서 수영하듯이 팔로 저어서 타는 재미가 있었는데 보드가 크니 폭이 넓어서 팔로 젓긴 어려워 보였다. 대신 약간 더 안정감이 있어서 양반다리로 앉아서 노를 저었다. 물에 완전히 빠지긴 싫어서 일어서기는 도전조차 하지 않았다.


신나게 놀고 난 후 씻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다시 해변가로 나왔다. 구름 모양이 참 신기했다.


흔들린 사진이 아니라 구름 모양이 특이한 것


바다는 정말 볼 때마다 심신이 정화되는 기분이 들었다.


뭘 먹을지 어슬렁 거리다가 TV에서 봤던 음식점 리스트를 메모해온 것을 보고 정했다. 그렇게 찾은 곳이 '레몬 카페'였다.


레몬 카페


막상 가게 앞에서 대충 메뉴를 보니 약간 망설여졌다. 왜냐하면 든든한 식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약간 브런치 느낌이 강해서였다. 일단 들어가서 자세히 메뉴를 보니 식사도 있었다.


레몬 카페에서 먹은 음식


불고기 덮밥처럼 생긴 메뉴와 오늘의 수프, 샌드위치, 수박주스를 먹었다. 덮밥은 생긴 것처럼 익숙한 맛이었다. 수프는 단호박맛이 나는 것이 맛있었다. 수박주스는 여행 중에 자주 마셨는데 한 군데 빼고는 다 맛있었다. 물론 조금 더 달아서 맛있는 곳이 있긴 했다. 아무튼 든든한 식사를 넘어서 아주 배부르게 먹었다.


밥을 먹고 나니 할 일이 없었다. 일단 시원한 스타벅스로 이동했다.


스타벅스


자리가 넉넉하지 않아서 매장 입구 쪽에 앉았다. 햇빛이 들어와서 그런지 매장 안쪽에 비해서 시원하지 않았다. 조금 더웠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는데 커피 맛이 약간 쓴 편이었다.


그냥 앉아서 사람들 구경하며 다음 계획을 세웠다. 1일 1 마사지를 받는 게 목표였는데 이미 첫날이 물 건너갔으니 지금부터라도 시작이다! 마사지는 처음이라 발 마사지로 도전해보았다.


픽업 샌딩 업체에서 나눠준 쿠폰 중에 마침 '아일랜드 풋스파'라는 업체가 있어서 그곳으로 향했다. 화이트 비치에 있어서 멀지 않았다. 다만 막상 마사지 샵에 들어가니 시설이 좀 열악했다.


가격은 1시간에 인당 500페소였는데 20% 할인 쿠폰 덕분에 400페소에 이용 가능했다. 아참, 필리핀에는 팁 문화가 있다. 그래서 풋 마사지 후에 인당 100페소씩 팁을 줬다. 결국 할인받은 거 그대로 나간 것이다.


한글 안내


발 마사지는 좋았지만 생각보다는 덜 시원했다. 발 마사지인데도 어깨 안마까지 해줬는데 그게 더 시원해서 어깨만 받고 싶었다. 아쉬운 점은 발부터 시작해서 다리를 지나 어깨 순으로 마사지가 진행된다. 이게 왜 아쉽냐면 발에 바른 오일이 묻은 손과 그걸 닦은 수건이 그대로 어깨로 옮겨 오기 때문이다. 역순으로 진행되면 더 좋을 것 같다.


마사지가 끝나고 너무 좋았던 노을을 한 번 더보기로 했다. 첫째 날에 경험해보니 그 날 찍었던 사진보다 더 잘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왜냐면 당시 사진 찍었던 시점에서 조금 더 지나니 훨씬 멋진 노을 풍경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시간이 조금 일러서 근처를 돌아다녀봤다.


트라이시클


필리핀에는 트라이시클이 많다. 서민들의 중요한 교통수단이라고 한다. 근데 오토바이를 개조해서 만든 것이라 그런지 매연이 장난 아니다. 순간 베트남 하노이인 줄 알았다.


상가 거리


좀 더 돌아다니다 보니 디몰 근처에 시장 같은 곳이 있었다. 과일 가게도 있어서 망고 1kg을 단돈 120페소에 구매했다. 1kg은 4개였다. 역시 망고는 국내에 비해서 훨씬 저렴하다.


그리고 사람들이 줄 서있는 코코넛 아이스크림 가게를 발견했다. 코코넛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것은 유명한 곳이라는 뜻이니 그 기다림에 동참해봤다. 주의할 점은 줄 서는 것 자체보다 중국인이 많으면 중국인끼리 새치기하게 해주는 경우도 있어 불쾌할 수 있다.


인기 많은 아이스크림 가게 코코마마


코코마마의 특징이라면 코코넛을 반으로 잘라서 그대로 그릇으로 활용했다. 아마 이런 비주얼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 같다.


시선을 사로잡는 비주얼


맛은 나쁘지 않았고 코코넛 속살도 먹기 좋게 칼국수처럼 잘라서 준다. 그 자리에서 재빠르게 해치우고 해변으로 이동했다.


너무 아름다운 노을


보라카이는 그냥 낮과 저녁에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이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으로도 이 정도니 실제 보는 감동과 좋은 카메라로 찍었을 때는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두 눈에 꾹꾹 눌러 담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돌아다니다가 봐 둔 블로그에서 유명한 게리스 그릴로 향했다. 다들 노을을 보고 식사를 하러 온 것인지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아니, 맛집이라서 그런 건가. 기다리는 동안 웨이팅 자리에 앉아서 메뉴판을 봤다.


나름 인기 있는 메뉴들


게리스 그릴의 대표적인 메뉴는 오징어 요리이다. 른오징어를 구운 맛에 촉촉한 감칠맛을 더한 맛이었다. 한마디로 아주 익숙하고 평범한 맛. 꼬치도 맛있었지만 분명히 한국에서 먹어본 맛이었다. 마늘밥은 여러 식당에서도 흔하게 나오는 우리나라 공깃밥 같은 존재인 것 같다. 사실 취향저격이라서 한국에서도 먹고 싶었다.



식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좀 쉬다가 다시 마실 것을 찾아 다시 나왔다. 밤이 되니 많은 가게들의 분위기가 흥이 올라있었다. 라이브 콘서트를 하는 곳이 많았다. 그런 곳이 조금은 부담스러운 마음도 있어서 지나치다가 이러다간 아무 곳에서도 못 갈 것 같아서 그나마 약간 작은 가게에 들었다.


칵테일과 맥주를 파는 곳이었다. 아무래도 칵테일이 주 메뉴인 것 같았다. 와이프는 칵테일을 하나 시켰고 나는 수박주스를 주문했다.


보라카이에서 유일하게 실패한 수박주스


수박주스를 정말 자주 마셨는데 조금 덜 달아서 상대적으로 맛이 없는 주스는 있었다. 하지만 이 곳의 수박주스는 뭐랄까 술을 섞은 건지 수박이 상한 건지 맛이 이상했다. 약간 당근을 섞은 맛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최악의 맛이어서 다 마시지 못하고 남겼다. 내가 수박주스를 남기다니!


이렇게 최악의 수박주스와 함께 또 하루가 끝났다.

매거진의 이전글 역시는 역시, 보라카이 (1/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