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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광용 Jul 16. 2023

책날개 읽기

모처럼 책상에 앉아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뒤적거렸다. 책날개의 저자 소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놀란 포인트는 2가지였다.


첫 번째, 저자가 나이로 치면 나와 동기인데(내가 빠른 생일이라 동기보다 한 살 적다) 놀랍도록 나이 들어 보였다는 것이다. 저자가 외국인이고, 수염 자국이 선명하고, 젊은이들은 소화하기 쉽지 않은 주름 스카프를 한 영향이 클 테지만 말이다. 사석에서 만났다면, 선생님 내지는 형님? 이건 아니고, 어쨌든 손을 모으고 앉았을 법한 분위기.


난 두 가지를 떠올렸다. 그 겉늙은 동기 저자가 내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는 씁쓸한 인식과, 수염은 제때 깎고 스카프는 나이 들어서도 절대 하지 말자는 다짐이다.


두 번째 놀란 포인트는, 저자의 활동 이력이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고 있다는 거였다. 글로벌한 수준이었다. 배운 것도 많고, 일도 많이 하고, 인정도 많이 받는. 그가 쓴 책이 대양을 건너와서 내 앞에 있는 것만 봐도,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이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난 그의 이력 옆에 내 최근 이력을 (투명한 펜으로) 적어보았다.


생활인 솔메는 두 아이를 등하교시키고 있고, 방금 아이를 재웠으며, 저녁엔 샤워도 시키고 어젯밤에 배드민턴도 함께 쳐주었습니다. 좋아하는 넷플릭스 시리즈 <위쳐> 시즌3이 나와서 밤마다 시청하다가 30분을 넘기기 전에 소파에서 잠이 들기 일쑤입니다. (아이 엄마의 드라마 시청이 끝나야 시청 순서가 오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매일 체육수업을 하는데, 매일 매시간 과도한 스트레칭을 해서인지 고관절 쪽에 통증을 느끼고 있습니다. 조만간 병원 방문을 할 예정입니다. 오늘 식세기를 돌리고 빨래를 했습니다. 이사 오면서 새로 산 건조기 땜에 가끔 행복합니다...

 

겉늙은 내 동기 저자의 이력을 보고 깜짝 놀랐었는데, 내 최근 이력만 써봐도 만만치가 않다. 뭐, 나이를 그냥 먹는 게 아니구나. 그 저자의 글로벌함도 우러러 볼 게 아니었다. 난 밤마다 글로벌한 드라마 시리즈를 보고 있었다. 그 저자가 내 이력을 보면 깜짝 놀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책날개만 보고도 이 정도 생각을 했다. 이거야말로 슬로리딩의 정석이 아닌가. 내일은 목차까지 읽고 책을 덮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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