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하루를 조용히 닦고

영화 <퍼펙트 데이즈>와 내 삶의 연결

by 송광용

요즘 나는 내 삶에 만족한다. 마침내 마음을 어지럽히는 요소들이 옅어지고, 고군분투의 시간들도 점점 익숙함으로 물들어간다. 뜻하지 않게 맡게 된 영어전담도, 부담을 느끼던 업무도 이제는 어깨에 눌리지 않고 조용히 흘러간다.


완전한 평온은 아니다. 하지만 벚꽃 잎이 바람 속에서 조용히 흔들리며 떨어지는 것처럼 내 하루도 작고 부드럽게 움직인다. 그 안에 흐트러지지 않는 어떤 질서가 있다. 마치 누군가 살짝 맞춰둔 리듬을 따라가듯, 나는 매일을 살고 있다.


최근 본 영화 중에 가장 잔상이 오래 남았던 영화, <퍼펙트 데이즈>가 떠오른다. 도쿄의 공중화장실을 청소하는 중년 남자 히라야마는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길을 걷고, 같은 나무를 올려다보며, 같은 음악을 듣는다. 그 반복이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그가 스스로 선택한 질서 안에서, 작은 기쁨을 발견하며 살기 때문이다.


나 역시 비슷하다. 매일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두세 번은 이야기를 쓰고 다듬는다. 그 시간은, 나무 아래 흙에서 고개를 내민 초록의 싹을 조심스레 파내는 히라야마의 손놀림처럼 작은 감동이 있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기쁨. 그 과정의 충만함을 따라가면, 수고했다는 표지판처럼 결과물도 얻게 되는 이중의 즐거움. 24시 무인카페에서 핫초코를 내리고, 책상 앞에 앉고,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이어가는 그 순간들이

나를 나답게 만든다.


히라야마는 한 장면에서 작은 필름 카메라로 나무 위를 바라보며 햇살을 찍는다. 마치 오늘이라는 날을, 자신의 눈으로 고이 간직하고 싶은 듯이. 그 장면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나도 매일을 기록하듯 살고 있구나. 글로, 감정으로, 기억으로.


요란한 드라마도 없고 뚜렷한 기승전결도 없지만, 지금 내 삶은 조용하고 깊다. 그 깊이는 삶의 완성에서 오지 않고, 그저 “지금 괜찮다”는 감각에서 온다. 그건 아마도 내가 선택한 일상의 루틴 속에서 작은 자유를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퍼펙트 데이즈'라는 제목은 역설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어느 하루는 퍼펙트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오후에 살짝 열린 창으로 들어온 바람이, 벚꽃 잎 하나를 책상 위로 데려올 때 나는 내 삶을 조용히 사랑하게 된다.


오늘도 나는 히라야마처럼 익숙한 리듬 속에서 내 하루를 조용히 닦고, 조금씩 단정히 접는다. 그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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