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소개서 앞에서 얼어붙은 글쓰기 강사

왜 이렇게 많이 오셨어요?

by 에스텔라




에세이 수업을 시작한 지 어느덧 2년 반이 되어간다. 전업주부로 8년을 살다가, 전공과 전직을 살려 선택한 두 번째 직업. 잘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그다음 문제였다. 그저 ‘이대로 살면, 정말 이대로 늙어버리겠구나’ 하는 두려움에 압도당하지 않기 위한 발버둥이었다.


이번 상반기엔 6주차의 짧은 수업을 맡게 되었다. 보통은 이력서, 강의계획서, 자격증 사본 정도만 제출하면 되는데, 이번 기관에서는 '자기소개서 포함'이라는 무시무시한 한 줄이 덧붙어 있었다. 15년 전 취업 준비할 때 마지막으로 써 본 게 전부인 자기소개서. 그 앞에서 내 손가락은 요지부동.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왜 이런 수업을 만들게 됐는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수강생들 앞에선 글쓰기를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며 거침없었는데, 정작 나는 자기소개서 한 줄도 못 쓰고 끙끙댔다. 웃기게도, 자기소개서 앞에서 얼어붙은 글쓰기 강사가 바로 나였다.


게다가 이번 수업은 늘 하던 10회차가 아닌 6회차였다. 수업 내용을 절반 가까이 덜어내야 했고, 수강 인원도 평소 10명 남짓에서 20명으로 늘어났다. 시간을 맞추려면 발표 시간을 줄여야 했고, 읽기와 쓰기의 비율도 조정이 필요했다. 무엇에 더 집중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고 방향은 갈수록 흐릿해졌다. 결국 나는 도무지 풀릴 것 같지 않은 실타래를 손에 쥔 채 첫 수업을 시작했다.


첫날, 두세 분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줌 화면을 가득 채웠다. 작년에 폐강 위기를 겪은 게 떠올라 순간 당황했다. ‘왜 이렇게 많이 오셨지?’ 하는 놀람과 ‘참석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마음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러다 이내 ‘회차 지나면 금방 줄겠지’ 하는 자신 없는 목소리가 불쑥 올라왔다. 그런데 어느 수강생 한 분이 말씀하셨다.


“이 수업 신청하기 정말 어려웠어요. 대기자도 많더라고요.”

“뭐라고요? 그럴 리가요! 대체 왜요?”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속마음에 화면 속 수강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 덕분에 나도, 수강생들도 살짝 긴장이 풀렸다.


반갑고 당황스럽고 어리둥절했던 마음으로 첫 수업을 마친 그날 저녁,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있잖아, 이번 수업은 정말 배우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분들이 모인 것 같아.”

왠지 이번엔 폐강은 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과 함께, 내가 다시 용기를 내어 선택한 이 두 번째 직업이 생각보다 괜찮은 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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