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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개의 공론장 Dec 11. 2019

‘먹거리’라는 이름이 가린 몸과 소리

2019 N개의 공론장③「우리가 먹는 사이」살펴보기


모임에서 간혹 초등학생 때의 에피소드를 털어놓을 때가 있습니다. 억지로 지급받아야 했던 우유에 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친구에게 내 것을 얹어주거나 창틀에 방치해놓기도 하며, 심지어는 하교길 운동장에서 버려진 걸 발견한 날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이 어쨌든, 우유는 그런 취급을 받았습니다. 원하지 않아도 꼭 받아야 했던 건, 정부사업의 영향 때문이었습니다. 1981년부터 교육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낙농산업을 발전시킬 목적으로 학교우유급식사업을 무상급식의 일부로 실시했던 것입니다. (참고 : 정명옥, [왜냐면] 학교 우유급식 제도는 폐지돼야 한다 경향신문) 


우유에 관해 형성된 청소년기의 기억은, 정부와 낙농산업의 결탁으로 선택을 강제당한 역사의 어떤 단면이라고도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2020년으로 향하는 시점에서, 우유는 동물과 인간의 착취 관계를 배경으로 재해석됩니다. 우유를 먹지 않는다는 것 혹은 채식 식단을 보장하라는 정부를 향한 요구는 비단 학생 개인의 권리 측면뿐만 아니라 동물의 권리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제입니다. (참고 : 이병욱, "채식은 동물 착취 않겠다는 신념…군대서도 선택권 보장하라" 애니멀라이트) 


 ‘축산·낙농업의 발전’을 위해 착취당하는 동물의 몸과 감정에 대한 질문까지 밀고 나아가면, 인간 스스로, 자신에 대해서도 새로운 문제를 마주칩니다. 


‘먹거리’라는 일상적인 말에 사회제도의 여러 무참한 잔인함이 도사리는데, 그 안에서 인간은 어떻게 자리해야 하는 걸까.  N개의 공론장과 유어보틀위크가 함께 열고 카페여름이 운영한 「우리가 먹는 사이: 인간의 먹거리로서의 동물은 어떻게 태어나고, 키워지고, 고기가 되는가」가 우리에게 남긴 질문입니다. 


(사전인터뷰 읽기) 



공론장 제목 : N개의 공론장 x 유어보틀위크

우리가 먹는 사이: 인간의 먹거리로서의 동물은 어떻게 태어나고, 키워지고, 고기가 되는가」 

공론장 일시: 2019.10.1 (화) 19:30 ~ 23:00 

장소 : 카페여름


글 목차   

1. 발표 듣기   

    황윤 감독(‹잡식가족의 딜레마›)  

    숲이아(숲속과자점)  

2. 둥글게 앉아 대화나누기



#1부 


동물의 건강한 삶이 곧 인간동물의 건강한 삶 - 황윤 감독(다큐멘터리 ‹잡식가족의 딜레마›)


황윤 감독은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을 평등한 관계로 바라봅니다. 그는 인간동물을 비인간동물보다 우월하게 바라보는 관점에 반대합니다. 동물원에 갇힌 호랑이들의 삶을 담은 ‹작별›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호랑이들은 인터뷰도 할 수 없고 이들에게서 직접 절절한 이야기를 못 듣기 때문에 제 영화에서는 열약한 환경을 보여줄 수밖에 없지만, 호랑이가 감정을 가진 동물이라는 걸 꼭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황윤 감독이 생각할 때, 인간의 ‘길’은 비인간동물 들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그는 ‘죽음이고 단절’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의 길이 덫이 되는 거죠. (동물에게는) 기존 서식지가 단절이 되는 것이니까요.” 인간이 놓은 도로 때문에 기존 서식지를 잃은 두더지, 두꺼비 들은 길을 찾다 지쳐 도로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어느 날 길 위에서›는 비인간동물이 살고 있는 땅에 인간이 길을 내서 발생한 것이 로드킬의 진실이라는 관점을 보여줍니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가 마시고 자란 우유는 어떨까요. 황윤 감독은 ‘공장식 축산업 시스템에서 암컷 축산 동물들이 가장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합니다. 우유를 짜내기 위해 암소는 임신을 강제당합니다. 새끼를 낳아야만 젖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저서 ‹사랑할까, 먹을까›에 ‘동물들의 미투선언’이라는 챕터를 구성한 배경과 이어집니다. 동물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유린한 산업시스템의 문제입니다. 정작 송아지는 우유를 먹지 못하고 어미소와도 강제로 격리됩니다.


○ 먹는 것을 바꾸지 않으면 기후위기는 줄일 수 없다

축산업은 물귀신처럼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지난 8월, 아마존 열대우림 숲은 축구장 420만 개 면적이 사라졌습니다. 축산용 소를 방목하는 목초지를 만들기 위해 인위적으로 숲의 수천 곳에서 방화가 이루어졌고, 이는 걷잡을 수 없는 화재를 낳은 것입니다.


기후변화 위기행동이 시급한 지금, 축산업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때보다도 경종을 울립니다. 축산업 온실가스 18%가 전 세계 모든 교통수단 배출량을 합한 13.5%보다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21배나 큰 메탄가스가 소가 되새김질하는 과정에서 방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참고 : 이성규, 기후재앙 막으려면 ‘소고기’ 먹지 마라, 사이언스타임즈 ) 


유엔이 2006년에 발표한 ‹2006년 축산업의 긴 그림자› 통계 연구에 따르면, 축산업의 온실가스양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중 18%를 차지합니다(고용석, 35. 축산업과 기후변화 ①, 법보신문). 이는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14%보다 많은 수치입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비중이 축산업에 막대한 만큼, 인간이 먹는 재료를 바꾸지 않는다면, 지구온난화, 나아가 기후변화에 맞선 대응은 더디기만 할 것입니다.


○ 정부가 제정한 채식 식단은 국제적 이슈

발빠른 국제사회는 어떤 묘안을 실행하고 있을까요. 뉴질랜드는 국민 기본식으로 채식을 권장하고, 담배, 술에 세금을 부과하듯이 고기 소비에도 육류세를 도입했습니다. 캐나다도 식물 중심으로 기본 권장 식사를 구성했습니다. 캘리포니아와 뉴욕 또한 채식 위주의 공공 급식을 제공하는 법을 재정했습니다. 한국 사회는 부분적인 비건 옵션조차 생소하지만, 다른 나라 사회에서는 새로운 일상(new normal)이 된 기준입니다. 학자 콜린 캠벨은 우유와 같은 유제품 동물성 단백질은 암을 발생시킬 확률이 크며, 우유의 효능은 축산업계에서 만든 신화라고 일갈합니다. 황윤 감독은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비건 식사를 제공한 것과 같이, 예외적으로 치부된 비건 식 메뉴를 선택지로 제공해 접하는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말합니다.



오늘은 무엇을, 누구와 먹었나요? - 숲이아(숲속과자점)


황윤 감독의 발표에 이어 숲이아는 바로 그 일상적인 비건식이 얼마나 평범한지를 보여줍니다. 서대문역 인근의 인문사회과학서점 레드북스에서 책방지기로 일하고 있는 숲이아는 ‘숲속과자점’이라는 이름으로 양평에서 열리는 '시시장'에 출점하기 시작했습니다. 비건 베이킹을 만들어 사람들과 나누어 먹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비건, 동물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정보를 주고받는 데서 활동하는 힘을 얻습니다.


집 안에서만 비건식으로 밥을 해먹던 그가 집 밖에서도 비건식을 고수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입니다. 고모 댁으로 입양보낸 반려견 ‘푸딩’이 산에서 벌에 쏘여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그 무렵 ‘호롱이’라는 퓨마가 동물원에서 탈출해 사살되었습니다. 일련의 사건을 거치고 ‹육식의 성정치› 책읽기 모임을 진행하면서 생각이 완고해졌습니다. 


 “비건이 무얼 먹고 사냐고 얘기하는데, 이렇게 먹고 사는 비건도 있다고 보여드리고 싶어요.”   


발표 당일 아침에는 흰 쌀밥과 무말랭이를, 점심에는 현미 떡볶이를 해먹었습니다. 철분이 많은 비트 장아찌를 얹은 냉면, 볶은 감자에 두유를 넣은 스프, 우엉조림을 넣은 김밥, 들깨를 넣은 뭇국, 비건빵집에서 산 치아바타에 감자전을 넣어 만든 샌드위치, 초여름에 만든 피클 장아찌 등등, 비건식을 하기 위해 스스로 만든 음식들이 다양합니다.



○ 얼굴 있는 거래 : 내가 먹고 있는 것은 누구의 손을 거쳐 길러졌나?

숲이아는 ‘내가 건강하게 챙겨먹으면 지구를 건강하게 하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건강하게 먹는다’는 것은 비단 채소 기반의 건강식을 먹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농작물이 누구의 손을 통해 자랐는지를 알고, 탄소배출하는 유통 경로를 최대한 덜 거쳐 생산자와 직접 만나 소통하는 공정을 따릅니다. 숲이아는 다달이 열리는 농부들의 프리마켓인 마르쉐에서 야채를 구입합니다. 좋은 사람들에게서 선물로 받아들기도 합니다. 양평 두물머리에서 농사짓는 ‘데레사 봉금의 뜰’ 농부의 밭에서 나온 상추와 깻잎을 한아름 받은 밤, 설레서 잠에 쉽게 들지 못하고 강된장을 끓였습니다.


○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

숲속과자점의 베이킹 음식들은 우유, 계란, 버터 등 유제품 없이 구워집니다. 포장은 기본적으로 하지 않지만 필요할 경우 종이를 이용하고, 재활용 박스를 씁니다. 메시지를 담아냅니다. ‘빵을 무척 좋아하지만 우유는 피하고 싶었고, 사먹는 것보다는 저렴한 가격과 원하는 재료로 빵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숲속 과자점은 세 가지를 주요 모토로 삼고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중요하는 이슈와 관련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사진을 보여주며) 이것은 해바라기 모양으로 꽃을 만들고 ‘핵 금지’라는 메시지를 담은 타르트예요. 피스마크(빵 위에 씨앗을 배열해 만든 마크)도 그런 작업이고요.” 이렇게 만든 간식은 함께 페미니즘 과학기술사 책을 읽는 모임에서, 음악회에 함께 모인 사람들과 나누어 먹고 이야기도 나눕니다.


○ 함께 하는 즐거움

먹는다는 것은 사회적 활동입니다. ‘내가 어떤 음식을 어디서 먹느냐 어디서 난 음식을 먹느냐 기를 때 누가 길렀느냐 이런 것들을 하나씩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먹기’라는 행위는 종 간의 위계구조, 자원 분배 및 유통 시스템 등, 사회정치적인 함의를 지닙니다. 누구에게 혜택이 돌아가는지, 그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누가 희생되는지와 같은 질문은 혼자만의 숙제가 아닙니다.

“혼자서 실천하는 건 힘듭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함께 모여 비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동물권 이야기를 나누고 이러면서 힘을 얻고 정보도 나누는 것들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의지만 있다면 단체의 공식적인 행사에서도 비건식을 챙길 수 있습니다. 땡땡책협동조합의 후원주점에서 짜장소스 볶은 포두부, 생 바질 잎이 들어간 샐러드, 두부 깐풍 등. ‘비건으로도 후원주점이 가능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서는 동물권 운동단체 ‘무브’와 비건들이 먹을 것이 없으니, 만들어와 먹는 '포틀럭파티‘를 열었습니다. 다른 분들이 자기 음식을 만들어 나눠먹었습니다. 내가 여력 없어 준비 못해와도, 다른 사람들이 싸와서 함께 비건 음식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2부 


대화하기 : 탈인간종중심주의로 관점을 옮기는 여정 


황윤 감독과 숲이아의 이야기로 고기를 먹는다는 것이 퍽 낯설게 느껴집니다.

이제 여기 모인 모두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차례입니다. 

여기 오기까지 계속된 고민을 우리는 어떻게 나누고, 해결할 수 있을까요?


♧참여자  소개


한국 사회를 연구중인 프랑스 의료인 A

잘 먹고 사는 시대인데 질병이 이만큼 난무한 시대는 없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 미래와 관계되어, 새로운 삶의 방법을 기획하고 있다.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페를 운영하는 B

공장식 축산이 모든 문제의 원흉이지 않을까? 동물권 측면에서 고통의 총량을 줄이는 방법에 관심을 두고 고민중이다. 엄격하게 따지면 멸치육수, 젓갈이 들어간 김치도 못 먹는 셈인데, 그럼에도 고민하는 것부터가 채식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카페여름의 손님이자 음악가 C

'비인간동물권', '채식'에 관해 관심을 가진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주변에 채식을 실천하는 친구들이 있다. '윤리를 부리는 사람들'에 대해 의심하다가 실천의 범위를 넓혀야겠다는 단계에 이르렀다. 방법이 궁금해서 참여했다.


청년허브에서 ‹N개의 공론장› 사업을 담당하는 매니저 D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비건·채식·먹거리·건강·영양에 대한 논의가 수면에 올라왔다는 느낌이 든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행사를 열 때 고기가 들어간 다과가 많았고, 불만을 가진 채식주의자 분들이 말씀을 잘 못했다. 이제는 비건 재료가 다과로 나오는 게 기본이 되었다. 저의 경우 3년 정도 채식을 했다. 편의점 문화를 좋아해 주춤하다, 요즘 다시 고기, 유제품을 덜 먹기 시작했다.


가정의 살림을 맡고 있는 주부 E

식구들은 고기를 좋아하고 저는 채식을 좋아한다. 아들은 고기 없는 식사는 꺼린다. 두 명의 비건보다는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이 더 많으면 좋겠고, 저도 가족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싶다. 대화를 나누다보면 가족들도 서서히 변하지 않을까. 식구 모두가 같이 좋아하는 음식을 하면 좋겠다. 음식을 하는 사람으로서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치기를 바란다. 바로 변하지 않겠지만 조금씩 이야기하면 식구들도 같이 변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동물권 옹호 활동하는 F

해산물까지 먹는 단계 육식을 하다가 종차별개념을 인지하고 비거니즘(veganism, 완전채식주의)을 실천하고 있다. 몇몇의 동물권 단체에서 활동을 이어가면서 실천 범위 넓히는 중이다.


10년 전 해외에서 비건을 먼저 알게 된 G

육고기를 먹지 않는 수준으로 식생활을 하고 있다. 10년 전 외국에 체류할 때 채식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았다. 어느 식당에 가도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가 포함돼 있어서 '이런 문화가 있다니!' 하고 놀랐다. 관심을 갖고 1-2년 정도 채식하다, 한국에 돌아와서 채식 하지 않는 사람들과도 식사를 해야 하면서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요즘, 채식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주변에 채식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채식의 필요성을 많이 느낀다.


카페여름 지기 H

‹N개의 공론장›을 준비하면서부터 채식을 시작했다. 구제역 살처분이 충격적이었지만, 구체적으로 알아가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 행사를 계기로 책을 읽으면서 '가해'와 '차별'이라는 관점이 와닿았다. 그렇지만 그렇게 결론을 내리면 육식을 하는 분들에 대한 비난이 될 수 있기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앞으로 답을 고민해나가고, 그 답을 내리기까지는 채식을 할 예정이다.


카페여름 지기 I

『고기로 태어나서』라는 책이 저를 힘들게 했다. 채식을 하느냐 안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 놓은 세계가 어떤지를 피하지 말고 볼 수 있는 데까지 보고 함께 찾을 수 있는 걸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끄럽지만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제일 시급하고 끔찍한 건 '공장식 축산'이라고 생각했는데, 들어갈수록 연결된 것이 너무 많다. 노동, 환경문제, 랜드그랩. 촘촘하게 연결돼있다. 적당히 보고 넘어갈 순 없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환경단체 활동가 J

단체 특성상 후원금으로 진행되는 행사나 직원 식사에는 비건이나 채식을 준비한다. 그러다보니 주변의 비건 식당을 찾아보면서 배달보다는 가까이에서 살 수 있는 식당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채식을 실천하고 있지는 않지만 흥미로운 주제다. 그런 문화에 익숙해지고 젖어들고 있는 중인 것 같다. 이런 자리가 열리면 참여하는데, 아직 '실천해야겠다'는 단계는 이르지 못한 상태다.


『동물로 산다는 것』을 읽은 K

지난 학기에 한 수업에서 책을 읽고 발제를 했다. 수업이 끝나도 동물권을 계속 공부하고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환경에 나를 노출시키고 싶었다.  스스로 깨우치는 모임에 가면 좋겠다 싶어 참여했다.


7년차 직장인 L

면역질환이 있어서 몇 가지 음식을 피해야한다. 채식 위주로 먹어야겠다는 결심은 아직 들지 않았지만, 식료품을 살 때 유기농, 화학성분이 없는 식품을 기준으로 선택한다.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삼각김밥 등을 먹어야 한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채식주의자로 알려져 있지만, 여기에 오신 분들은 나와 무척 다른 사람들 같다. 서울시민예산학교를 수료하거나 국회의원 보좌관 일을 배우는 등, 제도적인 영향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연구중이다.  


비건을 시도하고 싶은 M

카페 여름의 소식을 종종 들으면서 행사 소식을 알게 되었다. 비건이라는 단어를 접하긴 했지만, 결정적으로 결심하게 된 순간은 없었다. 긴 여행을 다녀오고 동물권에 관한 고민이 싹텄다. SNS를 통해서 공장식 축산을 알게 되었고 마음이 좋지 않더라. 아직 결심이 선 건 아니지만 채식은 시도하고 있다. 


비건과 육식주의자의 중간 단계인 N

비건이 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예를 들면 동물권을 생각해서 섬유를 고르려고 하면, 미세 플라스틱이 걸린다.  중고 의류를 사는 게 제일 나은 방법이 아닐까. 세세하게 들어가면 곡물 베이스의 술에도 동물성 원료가 들어가 있다. 이렇게 상충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과연 다 실천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이슈1. 채식에 친화적이지 않은 일상


 B : 상황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직장인이던 시절을 생각하면 채식을 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직장을 다니지 않는 현재가 채식을 실천하기에 복받은 환경이에요.




숲이아 :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식당이 많아지고 그런 프랜차이즈든 비건 옵션을 포함한 카페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굉장한 운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어디 가서 마실 수 있는지를 알고 모르는 건 큰 차이라고 생각해요. 비건 식당 정보만 모은 지도, 장애인접근성까지 볼 수 있는 활동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의미 있죠.


C : 접촉면이 넓어져야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나와 다른 타자가 갖는 '권리'에 대해 생각하는 여지를 만든 것이요. 시간여유, 교육기회를 찾아나서는 것도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잖아요. 대학로에 있는 '노들야학'에서 일하다보니 (비장애인남성인) '내가 갖고 있는 게 권력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옳다고 생각하지만 옳다고 말하지 못하는 게 많더라고요. 휠체어 접근성을 위해 문턱이 없이 하는 것 외에도 장애인화장실, 시각장애인 경우 메뉴선택에 어려움이 따르더라고요. 그걸 말하는 것도 어려워요. ‘다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슈2. 외마디로 드러난 동물들의 현실에 다가서는 용기 


G : 저는 환경 문제 측면에서 채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알면 알수록 점차 생각할 부분이 넓어지더라고요. 사람은 공감 능력이라는 것도 있잖아요. 맛에 환장해서 환경과 생명을 파괴하는 것이 사람으로 태어나서 할 만한 일인가. 이런 질문이 물론 한 번에 오는 것은 아니에요. 고민이 깊어지다 보니 여러 방면으로 문제점을 연결하게 되는 것 같아요.



 A : 채식주의자의 심정을 이해합니다만, 제3자 입장에서 보면 비건에 대한 관심을 유도한다기보다는 죄책감을 유발한다든가 옳고 그름을 심판하는 듯한 방식은, 의도와는 전혀 다른 효과를 낳는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직접적으로 채식을 권하기보다 문화적인 방식을 고민해봐야지 않을까요?


F : 저는 채식에 관해 알아보다가 ‘비질’을 알게 되었어요. ‘비질’은 동물이 도축되는 현장에 가서 이를 목격하고 죽음의 증인이 되는 활동이에요. 관심을 갖고 팔로우 하는 사람들이 올린 비질 후기를 보고 비질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 접근의 문턱을 낮추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미 많은 활동가들이 그런 문화적인 행동들을 펼쳤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비거니즘이 수면으로 나온지는 몇 년 되지 않은 것 같아요. 서구 사회에서 먼저 이 이슈를 다뤘기에, 그쪽의 선행 사례를 빌려올 수밖에 없거든요. 문화적으로 ‘좋게 말하는 것’은 해왔지만 그 요구에 따라서 사회가 바뀌는 속도는 안타깝게도 늦습니다.


저희 단체에서에서는 비질을 시작하기에 앞서, 현장에서 마주하는 축산업 종사자분들이 저희와 같은 뜻을 만들어야 되는 사람들이라고 되새겨요. 트럭기사님한테 양해를 구하고 돼지들에게 물을 줘요. 돼지들은 도살되기 일주일 전까지 먹이를 먹지 못한다고 해요. 그래서 물을 주면 허겁지겁 먹고요. 온 몸이 오물로 뒤덮여 있어요. 업자 분들한테서 다른 방법을 찾으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이 산업의 바탕은 자본이에요. 공권력의 보호도 받고 있고요. 그런 힘들은 눈에 보이지 않아요. 처음 비질 영상을 봤을 때는 힘들었어요. 어떤 다큐를 볼 때도 거짓말이 아닐까 의심이 들기도 했고요. 그런데 저한테는 반성으로 다가오더라고요. ‘돼지가 구해달라고 했냐’, ‘돼지가 죽으면 책임질 거냐’는 항의를 들으면 안타까워요. 동물들은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지 못해서 외마디 비명밖에 못 지르거든요. 그래서 그들을 대변하는 행동을 향해 폭력이라느니, 급진적이라느니 강요하지 말라느니 하는 소리를 들으면 굉장히 무기력해지죠.


 D : 사회문제는 결코 하나의 원인으로 발생하는 게 아니죠. 문제가 일어나기까지 굉장히 많은 것들이 연결되어 있어서, 그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층위에서 여러가지 것들이 움직여야 합니다. 문제가 해결된 현대사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문제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결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원인에 대한 의견을 나눌 때,  나의 의견과 다르다고는 할 수 있지만, (나의 의견과 달라서) 그르다고 한다면 이야기는 끝이 없을 거예요.


정오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이 결국 연결돼 있고, 그것들이 모여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비건에 대해 남가좌동의 작은 카페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얘기한다는 건, 몇 년 전의 제 생활권에 비하면 굉장히 확장된 활동입니다.


C : 친구인 F가 보여준 실천적인 움직임이 없었다면 과연 내가 움직였을까 싶어요. 이들의 활동이 없었다면 제가 변화할 시간은 더 지체되었을 것 같습니다. 저한테도 비가시화된 영역이 가시화되는 상황이 크게 의미있습니다. 


F : 매번 비질할 때 새로운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어서 힘이 됩니다.

(바빠서 못 챙길수록) 같이 운동하는 서로가 연결되고 이야기 하고 만나는 장이 생겨야 합니다. 고기를 먹는다고 배제하지 말아야 하고요, 육식을 하든 채식을 하든 서로 연결되어야 이 문제를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먹는 사이 살펴보기_끝)



*글 : 2019 N개의 공론장 아키비스트 그룹 정아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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