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찬란했던 대학생활을 말하자면...
입학 후 한 일 년은 과팅에 소개팅에, 엠티 다니고, 선배랑 술 마시고, 동아리 활동하면서 지하철 막차를 타고 집에 오기 일쑤였는데...
영국의 대학생활은 우리의 대학생활과는 다른 것이 틀림없다.
학기를 시작하고 처음에는 환영 행사 등이 이어지는 듯하더니
한 보름 지나자마자 아이가 숙제와 과제에 허덕이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루는 준비 기간을 너무 조금밖에 안 주고 발표를 하라고 한다며 아이가 한숨을 쉰다. 발표날 준비가 안 돼서 스트레스받아하는 것 같아 그다음 날 슬쩍 물어봤다.
발표 어땠어?
발표 안 했어요...
발표 순서가 있었지만 아이들이 자원하여 발표를 하더란다. 자원한 아이들이 너무 준비를 잘해오고, 발표 후 질문도 이어지는 바람에 아이는 이 날 발표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수업 중에 뭘 만드는 팀별 프로젝트가 있을 때는 수업 시간이 끝났음에도 아이들이 깜깜해질 때까지 프로젝트를 완성하려고 이리 만들어 보고 저리 만들어보더란다.
학생 두 명과 교수 한 명이 하는 슈퍼비전이라는 과외 비슷한 시간이 있는데, 자기와 짝이 된 학생은 이미 A level에서 그 과목을 들어서인지 다 아는 듯한데, 아이는 그 과목을 고등학교에서 수강하지 않아 모르는 부분이 많더란다. 그래서 질문을 나름 한다고 하는대도... 교수님이 해주시는 대답으로는 해결이 안 되고 수업이 계속될수록 모르는 부분이 쌓여간다고 한다.
하루는 일요일 아침에 전화를 했는데 벌써 책상에 앉아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점선과 실선이 함께 나온 그래프를 보여주며
제대로 했으면 실선처럼 나와야 하는데 자기는 점선만 나온다며..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단다.
(사실 아이가 설명을 해도 우리는 이것이 당최 무신 말인지 알 수가 없다. 그냥... 그렇구나... 하는 거다.
요즘 아이의 머릿속은 온통 학교에서 하는 실험과 수업 내용으로 꽉 차있는 듯해서
어느 날은, 엄마가 이해를 못 하더라도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말해...라고 했다.)
그러더니...
약한 말 잘 안 하는 아이가 불쑥 던진다.
집에 가고 싶어요.
집에 가서 배운 것들을 차분이 찾아보고 소화시키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렇지.
빨리 와라.
우리도 네가 겨울방학 맞아 빨리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오면 엄마가 발견한 펍에서 맥주도 같이 마시고, 엄마가 해주는 밥도 먹고, 동생 수학도 좀 봐주고,
좀 많이 안고
그러고 나서 니 시간 갖으렴.
그리고...
못해도 괜찮다.
너무 애쓰지 마라.
잘하면 좋지만
못해도 괜찮아.
다 괜찮으니
그냥 배우는 것 자체를 즐기고
건강하게 웃다가 오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