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한 통의 힘

넌 혼자가 아니야

by 정미숙

친구란 서로의 행복을 바라는 사람이다.

친구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이다.

친구란 기쁨을 함께 나누는 사람이다.


많은 사람들이 친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나는 요즘 이렇게 생각한다.

친구란, 서로의 삶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다.

나에게는 젊은 친구가 한 명 있다. 나보다 훨씬 어린 친구다. 그녀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던 사람이었다. 늘 씩씩했고, 자신이 선택한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누구보다 잘되기를 늘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믿기 힘든 소식을 들었다.


"동맥을 끊었대."


순간 모든 것이 멈췄다. 나는 세계시민교육 강사로 작년부터 '생명존중교육' 수업을 하고 있다. 요즘 아이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늘어나면서 나라에서도 초, 중, 고등학교에서 이 교육을 의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 통계들이 어딘가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뉴스 속 이야기, 숫자로만 존재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자료를 찾아보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수업을 진행할수록 생각이 달라졌다.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적인지 이야기해 주며 극단적인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멈추기를 바랐다. 그런데 가까운 사람이 혼자서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저 잘 살고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다.


스무 살.

인생이 막 시작되는 나이.


도대체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몰아붙였을까.

무엇이 그렇게 외롭게 만들었을까.


우리는 흔히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자기 삶을 잘 살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그렇지 않다. 어쩌면 요즘 아이들은 실패를 경험할 기회가 적은 세대인지도 모른다.


늘 잘해야 했고,

늘 기대를 받아왔고,

늘 비교 속에서 살아왔다.


그래서 사회에 나가 처음으로 실패를 반복해서 만나면 그 충격은 너무 크게 다가온다. 코로나 이후 사람들의 관계도 많이 달라졌다.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더 익숙해졌다. 힘든 마음을 털어놓는 법도 누군가에게 기대는 법도 점점 서툴러졌다. 그래서 힘들 때 그저 피하거나 혼자 견디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아이들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거창한 것이 아닌 '관심'만 있으면 된다.


누군가가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

누군가가 나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사람은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나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직 마음에 준비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부재중 전화 한 통을 보며 그녀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걸.

'아, 내가 완전히 혼자는 아니구나.'


살다 보면 삶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스쳐 지나가는 날도 있다. 그럴 때 바다를 찾아가 보자. 그리고 마음껏 소리 질러 보자. 아무도 없는 곳에서 힘껏 외치는 내 목소리가 가슴에 닿을 때 힘들었던 마음이 비워질지도 모른다.


찰리 맥커시의 책 <언제나 기억해>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삶이 힘겨울 땐 자신에게 더 다정해야 돼.
평범한 일인데도 특별한 용기가 필요할 수 있지.
너 자신이 누군지를 기억해.
내가 누군데?
넌 사랑받는 사람이야.


우리는 종종 그 사실을 잊고 살아간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모두는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마음속에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 전화를 걸어보기를 바란다. 그 전화 한 통이 누군가의 오늘을 조금 더 버티게 만들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누군가에게 '혼자가 아니다'라는 신호가 되어 줄지도 모르니까.




*도움 받을 수 있는 기관

학교 내 : 위클래스, 교육복지실, 보건실, 상담실(전문상담교사, 보건교사)

학교 밖 : 자살예방상담전화 109(24시간), 보건복지상담센터 129(24시간), 한국생명의전화 1588-9191(24시간), 한국청소년상담원 1388(24시간), 정신건강상담전화 1577-0199(24시간), 학교폭력 긴급지원센터 117


도움 받을 수 있는 기관을 알고 있는 것은 나와 내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힘이 됩니다.

자살예방교육은 2024년 7월 12일부터 법정의무교육으로 전환되어 연 1회 이상 실시하고 결과를 보건복지부에 보고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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