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그러했다. 장갑, 목도리, 우산 등은 그냥 내게 한철 물건 같았다. 필요하니까 일단 사는데 사고 나면 항상 잃어버려서 사기도 싫어지는 물건이었다. 이건 뭐 소모품도 아니고 왜 매년 장마철마다, 겨울마다 사야 하는지. 나 자신이 이해가 안 돼 답답하기도 했다.
그런데 안 고쳐진다. 깨어있는 내내 물건 잘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곳에 생각이나 시선이 가게 되면 그 외에 것은 챙기지 못한다. 그래서 몸도 잘 다친다. 잘 넘어지고 부딪친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 자신 말고도 챙겨야 할 것이 더 많아지니 내 특성이 더 두드러졌다. 아이 물건까지도 잃어버리고 아이 약 먹이는 것도 잘 깜빡하고 아이를 안고 있는 내 몸의 부피를 생각지 못한 채 움직여서 아이가 다친 적도 더러 있다.
내 것을 잃어버리고 내가 다칠 때는 답답하기만 했는데 아이 약을 깜빡하고 아이를 다치게 할 때는 미치게 속상했다.
자주 반복하니 이제는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였다. 나를 타박하고 자책해도 안되고 마음먹고 결심해도 안된다. 진짜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라 받아들인다.
내 아이가 나와 같다. 내 어렸을 때처럼 그렇게 잘 넘어진다. 아무것도 없는 평지에서도 자기 발에 자기가 걸려 넘어진다. 너무 웃겼다. 유전이구나. 그냥 저렇게 태어난 거구나. 나도 그러한 거구나. 아이를 보며 나를 이해하고 그 어쩔 수 없음을 더 크게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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