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나서 알았다. 이렇게 사사건건 의견이 대립할 수 있다는 것을. 성장 배경이나 현재 처한 환경이 다르기에 당연하겠지만 꽤 피곤한 일이다. 연애 때는 서로 간의 애정도를 의심하느라 갈등이 생긴다면 결혼 후에는 가치관 충돌로 갈등이 생긴다. 특히 아이를 키우고, 부모님을 모시는 경우에 더욱 그렇다. 내가 아이를 대하는 방식, 집안일, 바깥일을 대하는 방식이 배우자와 같지 않다면, 그리고 서로 자기 방식이 옳다고 주장한다면 그 갈등은 해결되지 않는다.
결혼 준비할 때부터도 많이 삐걱거렸지만, 출산하는 과정부터 지금까지 남편과 나의 크고 작은 갈등은 계속 진행 중이다. 초반에는 아이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게 엄마 역할이라는 남편의 생각과 내가 편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내 생각이 충돌해서 생긴 갈등이 많았다. 의견과 의견이 충돌한 것이다.
마찰이 생길 때마다 너무 답답했다. 남편의 사고방식 자체도 이해가 안 될뿐더러 나에게 바라는 것들이 너무 과하다는 생각 때문에 속이 터져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럴 때마다 믿을 만한 사람에게 남편 욕을 거나하게 한 후에 다시 생각했다. '나 또한 내 생각을 강요하고 있을 뿐이다.', '무엇이든 정답은 없다.', '다만 관계와 맥락이 있을 뿐.'
내 생각이 옳고 남편 생각이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내 위주의 판단일 것이다. 내가 남편과의 관계에서, 아이와 함께 하는 이 공간에서 바라는 바는 갈등이 아니다. 남편과 싸우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 생각만 옳다고 주장할 게 아니라 남편이 주장하는 바에 대해 이해해 볼 필요가 있었다. 저 사람의 입장 말이다. 그리고 나의 안위나 행복에 크게 타격이 없는 일이라면 남편의 뜻을 따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아이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
부부간, 혹은 육아에 정답은 없다. 관계에서는 불변의 법칙 같은 것은 없다. 그저 관계와 맥락이 있을 뿐.
어떤 나의 생각, 의견, 고집 때문에 관계를 즐겁게 유지하기가 어렵다면 나의 그 고집을 꺾어보는 것도 답이 될 수 있다.
유연하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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