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돈
결국은 돈인데, 내가 여행을 잘 안 가는 이유는 여행 가서 쓰고 오는 돈이 제일 아까워서 인 것 같다.
7,8년 전에 사무실을 옮기면서 불가피하게 돈이 좀 들어갔다. 안 써도 될 일에 돈을 쓰면서 스스로 위로한다고 했던 게 “유럽여행 다녀왔다 치자”였다. 실제로 유럽은 못 가봤는데 사무실 옮긴 지 넉 달만에 다시 옮기면서 이것저것 제법 돈이 들어 속상한 마음을 그렇게 달랬다. 여행 갔다 왔다 치자.
어제 동네 언니를 만나서 점심 먹고 ‘우리 형편에 여행은 사치다’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둘 다 일하고 돈 벌고 먹고 사느라 남들이 다 그 좋다는 여행을 별로 못 해본 사람들이다.
서울 사는 삼십 대 아들이 보증금도 많이 없이 월세 살이를 하는데, 서울서 고생해서 몇 년 번 돈으로 사는 집 월세나 보탰으면 좋겠는데 이번에 이직을 하면서 천만 원에 가까운 돈으로 해외 한달살이를 간다고 했다. 우리는 서로 맞장구를 치면서 아이고 갔다 오면 뭐가 남노 얼마나 애써서 모은 돈인데 그걸 여행 간다고 다 쓰니. 참 요즘 아이들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래도 젊게 산다고 자부했는데, 이 대목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는 구식이구나 싶었지만 그 언니네 형편도 내가 뻔히 다 아는데 도저히 왜 그런 사치가 당당해졌는지 이해가 안 된다 솔직히 그렇다)
친구들은 다 졸업을 했는데, 아직 대학에 다니는 딸아이는 열심히 알바를 한다. 나는 내심 알바를 열심히 해서 졸업하고 나면 친구들보다 제법 늦은 출발일 텐데 그때를 대비해서 아껴 쓰고 그랬으면 좋겠구먼, 주변 젊은 아이들이 워낙 해외여행이다 뭐다 소비가 크다 보니 버는 만큼 쓰는 게 보기에 담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딸아이는 겨울방학 동안 국내여행과 일본여행을 다녀왔다. 열심히 아르바이트해서 자기가 번 돈으로 여행 가는 걸 뭐라고 할 순 없지만 나처럼 여행에 돈 쓰는 걸 잘 이해 못 하는 사람한테는 여행은 그저 사치로 보일 뿐이다.
물론 부모가 형편이 좋아서 어려서는 해외 유학도 보내주고, 대학생 시절에는 해외여행도 자주 다녀오는 아이들도 있다. 그런 아이들을 곁에서 보면서 그 언니네 아들이나 우리 딸 같은 아이들은 상대적 박탈감도 느끼고 그렇겠구나 싶다. 달리 방법이 없다.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이제 성인이 다 된 자식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도 없고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냥 그 언니나 나나 여행 가서 제대로 돈 한번 안 써본 사람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 못 하겠지. 갔다 오고 나면 아무것도 안 남을 걸 뭐 하러.. 그렇게 서로 맞장구나 치면서 말이다.
사치의 뜻
필요 이상의 돈이나 물건은 쓰거나 분수에 지나친 생활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