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함에 둥지를 튼 산새 가족
각종 공과금 청구서나 꽂혀있던 우편함에 산새가 둥지를 트고 알을 낳았다.
설렘과 미안한 마음으로 슬쩍슬쩍 둥지를 훔쳐본지가 2주정도 되었는데 오늘 보니까 새끼가 부화해있었다. 가까이서 보고 싶은 욕심에 우편함 문을 슬쩍 열자 새끼들은 어미가 온 줄 알고 열심히 입을 쩍쩍 벌렸다.
나도 어릴 적 동생과 함께 부모님의 퇴근 시간을 애타게 기다리며 입을 쩍쩍 벌렸었다. 오늘은 어떤 맛있는 것을 사 오실까 하는 기대감에 부모님 들어오시는 소리만 나면 현관문으로 동생과 경쟁하듯 달려 나갔었다. 그리고 맛있는 것 먼저 차지하려고 동생과 종종 다투기도 했었다. 그런데 아직도 고향집에 내려가면 먹을 것 달라고 본능적으로 부모님께 입을 벌리는 것은 여전하다. 나이 상으로는 성인이 된 지금도 이러는 것을 보면 자식들은 부모님 앞에서는 어른이 될 수 없는 것인가 보다.
새끼들의 먹잇거리를 구하러 간 어미새가 불청객의 방문을 알아챌까 봐 얼른 내 욕심 채우고 우편함 문을 닫았다. 새끼들이 날아갈 수 있을 때까지 우편함 속 둥지를 계속 지켜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 저 새 둥지를 피해서 꽂혀있던 우편물이 기억난다. 새 둥지를 발견하신 집배원 아저씨도 나와 같은 마음이셨던 것 같다.
-2017.07.01 단양 가곡면 사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