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동네 사진여행

제천 강제동

by 윤성민

무엇이라도 너무 찍고 싶을 때가 있다. 며칠간 집에만 있다가 연휴의 마지막 날인 오늘 해질 무렵에 그런 감정이 오랜만에 들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반찬거리를 사오겠다 이야기하고 주머니에 콤팩트 카메라를 챙겼다. 사실 이곳으로 이사 온지도 벌써 1년이 넘었지만 아직 동네 모습을 제대로 촬영해 본 적이 없었다. 출근할 땐 늦을까 바쁘고 퇴근할 때는 저녁 먹으러 집에 들어가기 바쁘고 휴일에는 쉬기 바쁘고 이런저런 각종 핑계로 카메라 배터리를 좀처럼 충전할 일 없이 카메라는 고이 잠들어 있었다. 그랬던 카메라를 깨워 동네 구경을 시켜주며 느릿느릿 마트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저무는 빛은 따스하고 아름다웠지만 마트에 도착할 때까지 좀처럼 찍고 싶은 장면을 만나지 못했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놀이터 쪽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둘러보기로 하였다. 놀이터의 가장자리 화단에는 민들레 홀씨와 철쭉이 따스한 역광을 받으며 빛나고 있었다. 이제는 식상한 소재이긴 하지만 그래도 셔터를 누르지 않고 고민하는 것보다 누르고 고민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기에 화단 쪽으로 다가갔다. 화단에서 낮은 자세로 꽃 사진을 찍고 일어서자 아래쪽 농구장에서 한 아이가 뛰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아래쪽 수풀에 아이의 모습이 가려질 것 같아서 머리 위로 카메라를 들고 운에 맞긴 채 셔터를 눌렀다.

사진을 확인하고는 나의 첫 동네 사진여행을 마무리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한층 경쾌해졌다.


-2019.05.06 제천 강제동에서-


제천 강제동에서 ⓒ윤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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