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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노mono Dec 27. 2019

겨울엔 첼로를... 세쿠 카네 메이슨

요즘 영국에서 소위 잘나가는 1999년생 첼리스트가 있다. 그의 이름은 석구. 석구는 한국 사람들이 지어준 한국 이름이고 진짜 이름은 세쿠 카네 메이슨(Sheku Kanneh-Mason)이다. 성은 어머니의 성 카네(Kanneh)와 아버지의 성 메이슨(Mason)을 따서 붙였고 이름은 세쿠이다.


아버지는 서인도 제도의 작은 섬 출신으로 호텔 비즈니스 매니저이고 어머니는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출신으로 버밍햄 대학 강사이면서 아마추어 뮤지션이다. 이들은 아이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음악 레슨을 받게 했다. 세쿠는 인터뷰에서 가정의 음악적 환경은 자신의 음악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하면서 그런 백그라운드를 갖게 된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쿠의 형제는 모두 7명이다. 첫째는 피아노, 둘째와 넷째와 여섯째는 바이올린, 셋째인 세쿠와 다섯째와 막내 일곱째는 첼로를 연주한다. 2015년에 Kanneh-Mason이라는 이름으로 세쿠를 포함한 6명의 형제가 영국의 유명 프로그램인 브리튼 갓 탤런트에 출연했다. 브리튼 갓 탤런트에는 일곱째 막내가 너무 어려서 출현하지 못했는데 이제 9살이 되어서 언니들 오빠들과 같이 연주하러 다닌다고 한다.


세쿠는 2016년에 BBC 영뮤지션 콩쿠르에서 흑인 최초로 우승하면서 영국 음악계의 스타가 되었다. 그리고 2018년에 해리 왕자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연주하게 되면서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게 된다.

https://www.deccaclassics.com/en/cat/4832948

퇴근하는 길 라디오에서 우연히 들은 첼로곡이 좋아서 찾아봤더니 2018년에 발매된 세쿠 카네 메이슨의 데뷔 앨범 <Inspiration> 수록곡 중 한 곡이었다.


이 앨범은 BBC 영뮤지션 콩쿠르에서 연주한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협주곡 1번 네 악장이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앨범 제목처럼 자신의 음악에 영감을 준 음악들을 앨범에 넣었다.


존경하는 첼리스트인 재클린 뒤프레(Jacqueline Mary Du Pre)를 추모하는 의미로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중 <백조>

오펜바흐의 <자클린의 눈물>을,


 첼로의 스승이라 여기는 파블로 카잘스의

 <Song of the birds><Sardana>

 수록했다.


특히 부모님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자주 들었다는 밥 말리(Bob Marley)의 곡들은 자신의 음악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인터뷰에서 이야기하기도 했다.


데뷔 앨범 발매 전 디지털 싱글로 밥 말리의

<no woman, no cry>를 공개했는데

영국 바이럴 차트 2위, 글로벌 차트 10위권에 진입하는 등 많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아임 유어 맨'으로 유명한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의 <할렐루야>와 같은 팝을 첼로로 편곡한 곡도 수록되어 있는데 이 곡은 한국 뮤지션 이영준(첼로)도 참여했다.


라흐마니노프의 <환상적 소품 Op.3> '엘레지' (Elegie in E-flat minor)
https://www.deccaclassics.com/en/cat/4831879?

라흐마니노프(1873~1943)는 이 곡을 모스크바 음악원을 졸업한 직후인 1892년 19세의 나이에 작곡했다. 원래 피아노를 위한 소품인데  <Inspiration> 앨범에서는 첼로와 피아노로 편곡을 했다.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라흐마니노프가 직접 연주한 음반이 있어서 들어 봤다. 세쿠의 첼로곡과 같은 곡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느낌이 달랐다. 피아노도 피아노대로 좋지만 낮게 울려 퍼지는 첼로의 음역대와 구슬프게 떨리는 첼로 소리가 말 그대로 심금을 울린다.


엘레지(Elegie)는 비가(悲歌)라고 번역되는데 슬프고 애절한 노래를 말한다. 음반으로 들어도 충분히 느낄 수 있으나 연주 영상도 함께 찾아보기를 추천한다. 연주며 표정이며 20살도 안 된 연주자라고 하기에 상당한 연륜이 느껴진다.


https://www.youtube.com/watch?v=yJZsfIxUGFg

첼로곡은 느리고 서정적이며 애달픔과 슬픔이 느껴지는 곡이 많다. 그래서일까. 첼로곡은 겨울에 들어야 제맛이다. 무슨 제철 음식도 아니고 계절에 따라 듣는 음악이 따로 있을 리는 없겠지만 스산한 바람이 부는 겨울밤, 낮게 퍼지는 첼로곡은 집안 구석구석을 따뜻하게 데워 줄 주는 난로이자 들뜬 마음을 가라앉혀 주는 타닥타닥 타 들어가는 모닥불 소리와 닮았다.


하루의 끝에서 마음의 위로가 필요할 때, 조용한 나만의 공간에서 홀로 눈을 감고 세쿠의 첼로곡을 듣는다. 추운 겨울밤 돌아갈 따뜻한 집이 있음에 감사하고 마음에 온기를 넣어주는 음악이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2019년 7월 세쿠의 누나 이사타도 클라라 슈만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앨범을 내기도 했다. 현재 클래식계에  흑인의 수가 극히 적은 편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세쿠와 세쿠 형제들의 왕성한 활동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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