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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연호 Jan 09. 2022

미필 대통령

국군 통수권자는 당연히?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의 '멸공' SNS 게시글이 논란이 되고 있다. 조국을 비롯한 여러 네티즌들이 그에 대해 비난하자 정 부회장은 '멸공'의 구체적인 대상이 중국이 아닌 북한임을 분명히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또한 이마트에서 장을 보며 멸치와 콩을 카트에 담아 이에 동조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흥미가 생겨 이에 관련한 기사를 보다 보니 반복해서 달리는 댓글들이 눈에 띄었다. 바로 군대도 갔다 오지 않은 정 부회장이 무슨 자격으로 '멸공'을 외치느냐 하는 지적이었다.



남자라면 노빠꾸다



멸공은 공산주의를 멸망시키자는 뜻인데, 이러한 말을 하기 위해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는 점은 쉬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 강력계 형사가 아니면 흉악범을 비난할 수 없다는 논리와 유사해 보인다. 단지 북한을 나쁘게 이야기하는 정 부회장에 대해 깔만한 것을 찾다가 그가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메신저를 공격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정 부회장 이야기로 시작하긴 했지만 사실 오늘 말하고자 하는 것은 대통령이다. 이제까지의 대선 및 경선 토론을 보면 후보 본인이 군필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격당하는 일이 잦았다 (이번 대선 주요 후보인 두 사람은 모두 미필이라 군의관 장교 출신 안철수 후보의 맹공이 예상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군부대 시찰 당시 사격 자세를 제대로 취하지 않아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 후보가 반드시 군필이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국방은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이기에 부적절하게 그 의무를 회피한 자가 있다면 응당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 옳다 하겠다. 하지만 (실상은 어떤지 몰라도) 적절한 사유를 통해 군대를 면제받은 사람이라면 대통령이 되는 데 있어서도 제약이 없어야 한다. 국군통수권자는 군필이어야 한다는 것은 감정적으로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실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제대한 후보. 2~3년 남짓 병사로 군 복무를 했다고 해서 군사적 지식이 있다면 얼마나 있겠는가. 국군 통수권자이기는 하나 대통령이 직접 병력을 지휘하는 것도 아니다.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을 비롯해 수많은 참모진들이 작전을 세우고 이를 실행할 것이다. 국군의 최고 원수이기에 반드시 대통령이 군필이어야 한다고 치자. 대통령은 경제도 잘 알아야 하는데 경제학 박사가 해야 하지 않을까? 국민 복지도 챙겨야 하는데 사회복지사 출신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각 부처 장관들과 전문가 그룹들이 있기에 대통령 본인이 특정한 한 분야에 대해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은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걸맞은 능력은 특정한 분야에서 세부적인 경험을 가진 것보다 나라를 이끌고 가기 위해 큰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북한이 도발해왔을 때 이를 응징할 것인지 참고 넘어갈 것인지, 경제 성장에 주력할 것인지 복지를 강화할 것인지 등의 방향을 큼직하게 결정해주어야 한다. 전투기를 몇 대를 띄울 것인지, 복지 예산의 어떠한 부분을 얼마나 늘리고 줄일 것인지를 생각할 자리가 아니다.



나는 강력한 국방력을 토대로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지킬 대통령을 원한다. 적의 위협에 굴복하고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내팽개치는 특전사 출신 국군 뒤통수권자 대통령보다는 투철한 안보관을 가진 미필 대통령이 백번 낫다. 아마 정용진 부회장이 대선 시기에 이와 같은 이슈를 일으키는 것 또한 그러한 바람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감히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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