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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연호 Jun 30. 2019

한일 관계, 이제는 결단해야 한다

친구인가 적인가



A과목은 일주일 후, B과목은 3주일 후 시험이라고 하자. A과목을 먼저 집중적으로 공부해 시험을 치고 나서 B과목을 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것이 우선순위라는 것이다.




우리 외교안보 분야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북한 핵 문제다. 물론 미-중 무역분쟁,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도 있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공격이 가능한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이 가장 큰 우선순위를 가진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최우선’ 과제다. 앞으로 어떤 외교 노선을 택하게 되든 간에, 일단 핵무기부터 제거를 하고 나서 생각할 일이다.




북한 핵을 제거하는 방법은 몇 가지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어느 쪽을 선택하든 우리에게 가장 필수적인 것이 있다. 한-미-일 동맹이다. 특히 미국의 대북 감시자산과 타격수단은 북한 핵에 대한 강력한 억지력을 가진다. 이는 협상을 할 때도 당연히 유리하게 작용한다. 북-중-러 3국이 밀착하여 북한 핵을 지키려는 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한 우리의 전략적 파트너들이다. 하지만 지금 한-미-일 동맹의 결속은 상당히 와해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것의 원인 중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가장 시급한 해결이 필요한 것이 바로 한-일 관계라 생각된다. 한국과 일본의 사이가 계속 멀어질수록, 우리 외교의 근간인 미국과의 동맹이 존속하리라 장담할 수 없다.




이틀 전에 오사카에서 있었던 G20 정상회의를 살펴보자.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8초간 악수한 뒤 돌아섰다. 일본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가장 가까운 한국과 정상회담이 없었다. 과거사 문제를 둘러싸고 서로의 자존심만 세우다 일어난 기이한 현상이고, 외교 참사라 할 만하다. 지금 최고의 동맹관계를 자랑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도 전쟁을 했던 사이였다. 심지어 우리만큼의 반일감정을 갖고 있는 중국도 일본과 ‘영원한 이웃’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앞으로의 협력을 다짐했다. 국익에 직결되는 당장의 외교와 과거의 일은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미국, 일본, 인도는 ‘인도-태평양 구상’의 비전을 공유하며 3자 정상회담을 가졌다. 인도는 미국이 새로운 아시아-태평양 전략을 내놓으며 무대에 등장했다. 그리고 미-일-인도 3국은 지난해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에 이어 이번 두 번째 만남에서 앞으로 3국 정상회의를 매년 정례화하기로 합의했다. 전통적인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전략의 핵심 국가였던 한국은 존재감을 잃었다. 미-일-인도 대 북-중-러의 구도에서 중심에 위치한 한국은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했다. 강대국의 힘에 휩쓸려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던 구한말의 상황이 떠오른다고 하면 과장인가.




오매불망 북한 퍼주기로 일관하던 우리의 외교가 이제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쌀을 퍼주고 ‘헛소리’, ‘남한은 빠지라’는 조롱이나 듣고 있는 신세로 전락했다. 세계 최빈국이자 테러단체 같은 북한에는 쩔쩔매고 세계로 부상하는 일본에는 참 강경하다. 아베 총리와 눈도 안 마주치려고 하는 대통령을 보면서 흐뭇한 사람이 혹시 있는가? 일본에 대적하는 이순신 장군처럼 보이는가? 한심하다. 이순신 장군이 아니라 고종이다.




우리가 나아갈 길은 명확하다. 일본과의 관계 회복이 먼저다. 그것을 발판 삼아 미국과의 신뢰관계를 새로 쌓고 한-미-일-인도의 4자 구도에 합류해야 하는 것이다. 자유진영의 국가들과 강력한 동맹을 구축하고 있어야 대북 협상을 하든, 무력으로 공격을 하든 북핵 문제를 종결시킬 수 있지 않은가.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다른 문제들은 일단 북한 핵부터 제거하고 나서 처리해야 할 후순위 과제다.




일본과 친하게 지내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은 공격당하기 참 쉽다. 요즘 흔히 쓰이는 ‘토착 왜구’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러면 한 발짝 더 나아가 생각해 보자. (지금 이미 그러고 있지만) 이대로 일본과의 관계 개선 없이 계속 대립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 미국은 끝내는 아시아 지역의 파트너로 일본과 인도를 남겨두게 될 것이고, 한국과의 사이는 멀어질 것이다. 북한이 또 미사일을 쏘고 도발하면 어떻게 대응하겠는가? 일본으로부터 독도를 빼앗기지 않을 자신 있는가? ‘대국’ 중국에 맞서 그 어떤 대등한 협상을 할 수 있는가? 주적을 일본으로 생각하기로 했다면 그에 대한 군사적 대비는 되어 있나? 일본 해상자위대의 전력은 우리 해군을 압도한다. 전력증강이 필요하지만 미국이 우리에게 최신 무기를 팔지 않을 것이다. 북핵 해결은 물 건너가고, 우리의 운명은 주변국들에 의해 결정지어질 것이다.




영화 ‘판도라’를 보고 탈원전을 결심한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에 ‘기생충’을 관람했다는 소식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혹시 계획이 ‘무계획’인가? 서둘러 한-일 관계를 수습하고 자유진영의 동맹에 합류하든지, 어차피 일본을 주적으로 삼겠다고 결정했다면 그에 대한 대비라도 하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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