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카페 폐업을 준비하는 20대 사장에게서 유리컵 몇 개를 구매했다. 조그마한 가게에 얼룩 하나 없는 테이블을 보니 영업한 날이 얼마 안 된 듯 보였다. 비품 처리에 반가운 눈치였지만, 오묘한 표정으로 뒤범벅된 그녀의 얼굴을 보니 수년 전 내 모습이 떠올랐다.
30대 초반 나는 동생과 함께 건강기능식품을 수입해 판매했다. 허나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한 일이었기에 주인 의식이 매우 부족한 상태였다. 뭔가 잘 못 끼어진 단추처럼 어딘가 따분하고 불편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식상(노동, 포현력)과 재성(재물)이 턱없이 부족한 나는 사업에 맞지 않은 사람이었다. 결국 1년 만에 문을 닫았고, 투자비용을 몽땅 잃은 후 깨달았다. 이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진정 나를 설레게 하는 일은 무엇인가.
명리적으로 보면 나는 기토 일간에 '인성(엄마. 공부, 교육, 문서, 자격증)'이 많은 사람이다. 인성 다자는 공부나 자격증, 부동산을 토대로 재성(돈)을 창출하면 좋다. 나의 경우를 보면 10여 년 전 대세운의 천간합(무계합화)과 지지합(묘술합화)으로 인해 사주 전체가 인성 불바다가 된 때가 있었다. 마침 대운으로 상관운(언변, 아이디어)이 들어와 있어 쓰임이 많았고, 세상이 나를 도와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첫 학기에 총 4개의 과목이 들어와 3개의 강의를 맡았는데, 초보 강사로서는 천운에 가까운 일이었다.
인성 기운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여러 건의 부동산 거래가 이뤄졌고, 매매도 큰 어려움 없이 성사되었다. 부동산 투자로 큰돈을 벌지 못했지만, 재개발지역으로 선택되는 행운을 얻었다. 순간 15년 전 어느 행사장에서 본 아들의 사주 해석이 생각났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할 수 있다'는 결과였는데, 그땐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웃어넘겼다. 당시 우리는 3천 만 원 전세살이로 시작했던 터라 꿈과 같은 일로 여겨 졌으니. 그러나 수년이 흐른 지금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나는 유독 어르신과의 소통이 많았다. 어린 나이에 등단하여, 부모님 나이의 동기들이 딸처럼 예뻐해 주신 덕에 편안하게 문단 생활을 이어왔다. 부동산 거래조차도 어른들과의 만남이 많았는데, 아파트를 팔겠다고 마음먹으면 노년기 여성이 나타나 수훨하게 거래가 진행됐다. 평생 내 삶을 돌이켜보면 유독 어른들(엄마)에게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이것이 인성 다자의 특혜가 아닐까.
그러나 과도한 햇빛은 토지와 식물을 태운다. 바짝 마른땅에 식물들이 잘 자랄 수 없듯이 나의 정신과 육체도 메말라 조금씩 금이 갔다. 불안과 강박이 거듭되었고, 메마른 땅을 식혀줄 방도로 술을 택했다. 스트레스 해소라는 명목으로 1년간 술을 마셔 심신이 많이 상했고, 번아웃과 수술 등으로 다친 심신을 돌보기 위해 모든 걸 내려놓아야 했다. 아무리 좋은 기운이라도 과도해지면 균형을 잃는다는 점을 몸소 체험한 것이다.
흔히 실패는 성공의 한 과정이라 말한다. 실패의 원인을 찾고, 나의 부족한 점을 깨닫는 기회가 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게 맞는 옷을 입는 거다. 억지 노력을 하지 않고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나를 알고 나를 지키는 일이 중요하기에,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해야 한다.
나는 수년간 나를 찾아 헤맸고, 비로소 내 몸에 맞는 일을 발견했다. 내게 없던 좋은 기운을 얻게 될 날을 예측하는 방법도 배웠다. 이제 도약을 꿈꾸는 개구리와 같이 숨죽이며 때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나와 내 사람들을 위해서.
다음 주부터 '일주론'을 중심으로 한 명리 상담 과정을 올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