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남는 진짜 전략
올해 개설한 과정의 데이터를 정리하며 눈에 띄는 수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강의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주제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재무와 부동산이었다. 반면 취업과 진로 상담은 예년에 비해 관심이 크게 줄었다.
그리고 최근 B2C 서비스를 테스트를 하며, 혜택에 대한 가설을 설계하고 검증하며 더욱 확실히 깨달았다.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건 '돈을 버는 것'이었다.
이는 단순한 시장 트렌드가 아니다. 시대의 흐름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2025년 한국 경제는 1.7~2.0%대의 저성장을 기록하며 잠재성장률을 하회할 전망이다. 내수 경기 회복은 지연되고 있으며, 민간소비 비중은 GDP 대비 47.6%로 OECD 주요국 중 낮은 수준이다. 2025년 실업률은 2024년 2.8%에서 3.3%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고용창출력이 약화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투입 둔화와 생산성 둔화가 GDP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특히 노동소득에 의존하는 경제주체들에게 부정적 영향이 클 수 있다. 2024년 경제성장률은 당초 목표 2.6%에서 한국은행이 11월 2.2%로 하향 조정했으나, 실제로는 2.0%를 기록했다.
숫자들이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지금 저성장과 고물가, 고금리가 동시에 작동하는 '뉴노멀 시즌2'를 살고 있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분류했다. 생리적 욕구(1단계), 안전 욕구(2단계), 소속과 애정 욕구(3단계), 존중 욕구(4단계), 그리고 자아실현 욕구(5단계). 그는 하위 욕구가 충족되어야만 상위 욕구를 추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안전 욕구는 경제적 안전이 결여된 상황(경제 위기와 일자리 부족 등)에서 직업 안정성에 대한 선호, 저축 계좌, 보험 정책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예전에는 어땠는가? 2010년대 중반, 우리는 '자기 계발'과 '성장'을 이야기했다. 퇴근 후 영어 공부, 주말의 독서 모임, 자아실현을 위한 취미 활동들. 매슬로우 욕구 5단계로 보면 4~5단계에 해당하는 '존중 욕구'와 '자아실현 욕구'였다.
그러나 지금은? 재테크, 부동산 투자, 주식 공부. 모두 '안전 욕구'(2단계)로의 회귀다.
사람들은 더 이상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를 묻지 않는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묻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내수 부진이 심각하고, 고용 환경이 악화되고 있으며, 자산시장이 불안정하다. 트럼프 2.0 시대의 관세 정책, 재정/통화정책의 충돌, 거시경제 불확실성, 지정학적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24-2025년 부동산 재테크 교육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월급쟁이도 할 수 있는 부동산 투자", "천만 원으로 시작하는 경매", "수익률 200% 이상 버는 방법" 같은 강의들이 인기를 끌었다. 2020년 팬데믹 기간 양적완화로 투자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면서 경제 공부 플랫폼들이 급성장했고, 20~40대가 재테크 학습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월급만으로는 안전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을.
매슬로우 욕구 이론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피라미드 어느 한 단계가 결핍되면 사람의 욕구는 그 결핍된 요소를 채우기 위해 아래로 무너져 내린다.
문제는 하위 욕구만 채우려 하면, 결코 만족할 수 없다는 점이다.
돈을 벌어도 불안하고, 더 벌어도 불안하다. 왜? 비교의 대상이 끝없이 늘어나고, 안전의 기준이 계속 높아지기 때문이다. 강남 아파트를 사야 안전하다가, 이제는 재건축 아파트를 사야 안전하다가 되고, 결국 10억이 있어도, 100억이 있어도 불안하다.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돈을 '오랫동안' 벌 것인가"다.
그리고 이 질문의 답은 역설적이게도 매슬로우 피라미드의 상위 단계에 있다.
매슬로우 이론에 대한 비판 중 하나는 "하위욕구가 충족되어야 상위욕구가 발현된다"는 논리가 오히려 현대 사회의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인간의 하위욕구를 충분히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며, 하위욕구를 충분히 만족시키는 과정에서 사회적 폐해가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돈을 '오랫동안' 벌 것인가"
10년 넘게 커리어와 진로를 연구하며 수천 명을 만나본 결과, 한 가지 명확한 패턴을 발견했다.
진짜 오랫동안 돈을 버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방식을 찾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단순히 '핫한 시장'을 쫓지 않았다. 자신의 강점, 관심사, 가치관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일했다. 그리고 그 일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켰다.
뷰티를 좋아하던 HR 담당자는 뷰티 스타트업의 인사 총괄이 되었다.
글쓰기를 좋아하던 개발자는 기술 블로그로 브랜드를 만들고 강연료를 받기 시작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던 회계사는 유튜브를 시작해 세무 상담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나다움"을 찾았다는 것이다. 나다움은 단순한 자기 계발 용어가 아니다.
그것은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남는 진짜 전략이다.
왜?
대체 불가능성: 나만의 방식은 누구도 쉽게 따라 할 수 없다.
지속가능성: 좋아하는 일은 오래 할 수 있고, 오래 하면 전문성이 쌓인다.
복리 효과: 말콤 글래드웰의 '1만 시간의 법칙'처럼, 깊이 있는 경험은 단순한 시간 투입 이상의 가치를 만든다.
답은 간단하지만 실행은 어렵다.
1. 발견 (Discovery)
내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라. 자신에게 정직해져라.
2. 실천 (Practice)
작게라도 시작하라. 블로그든, 사이드 프로젝트든, 주말 활동이든. 중요한 건 실제로 해보는 것이다.
3. 기록 (Record)
과정을 남겨라. SNS든, 포트폴리오든, 블로그든. 기록은 자산이 된다.
4. 공명 (Resonance)
나만의 것을 사람들과 나눠라. 그리고 피드백을 받아라. 혼자서는 갈 수 없다.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하라. 시도하고,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라.
네, 우리는 지금 생존의 시대를 살고 있다. 돈은 중요하다. 경제적 안정은 필수다.
하지만 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돈과 안전을 쫓으면 마음은 결코 풀어지지 않는다." 근시안적으로 돈만 좇다가는, 역설적으로 더 큰 불안 속에 갇히게 된다.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10년 후에도 나는 돈을 벌고 있을까?"
"20년 후에도 나는 가치를 만들고 있을까?"
2025년, 생존의 시대
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생존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다.
우리답게 살아남기 위해 산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가장 오래 살아남는 방법이다.
참고자료
한국은행, 「경제전망보고서」 (2025)
한국은행, 「2024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속보)」 (2025)
현대경제연구원, 「2025년 한국경제 수정전망」 (2024)
KDI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 (2025)
Abraham Maslow, "A Theory of Human Motivation", Psychological Review (1943)
장성우, 「초기경전에 나타난 욕구의 단계적 발전 - 매슬로의 욕구 단계 이론과 비교를 중심으로」, 보조사상 (2022)